화장실이 멀리 있어 나가기 싫은데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면 개가 짖어 집주인 할머니가 깨실까 걱정되는데
난 왜 자꾸 화장실이 가고 싶을까
그래도 나를 보고 반갑다고
혹은 지가 싸질러 놓은 x를 치워달라고 칭얼거리는
그 삽살개 녀석은 (이름도 없다)
뭔가 이 집에서 하루에 한번은 내가 말을 하게 만드는
'살아있음'이다.
동물들이 말을 할때는 무언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걸 알아듣지 못하고 이 녀석이 왜 오늘따라 시끄럽게 이럴까 하다가
뒤늦게서야 녀석들의 요구사항을 알아차리게 될때면
아이쿠, 난 또 무심하였구나 하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지 말고 그냥 잘까 생각하였다.
아니 그래도 다녀오는 것이 나을 것이다.
화장실이 마당에 있는 집은 사실 열 개 넘는 내 이사의 역사 중 처음이었던 것 같다.
왔다갔다 하는 일이 귀찮고 춥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달을 본다.
마당에 있는 나무 틈에 걸린 달
예전엔 초승달이 참 예쁘더니
반달도 참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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