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올라가는 입구에 약국이 하나 있다
그리고 나흘 전부터 그 약국앞 배수구 철망위에 고양이 시체가 누워있다
내가 발견한게 나흘 전이지 그 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장성한 고양이도 새끼고양이도 아니고 청소년 고양이쯤?
털이 갈색인지라 낙엽이 뒹굴고 있는 걸로 보인다
처음 발견한날 뭔가 이상해 가까이 다가가보니 낙엽 혹은 걸레같은 몸통에 조그만 고양이머리가 달려있다
얼어죽을만한 날씨는 아니고 차에 치었을만큼 상처도 없어 왜 죽었을까 생각한다
둘째날 시체는 더 쪼그라져 있고 하반신이 파헤쳐져 내장이 드러났다
큰 길냥이들이 파먹었을까 생각한다
셋째날 누운 위치가 바뀌었다
도로 쪽을 보고 누워있었는데 이제는 골목안쪽을 보고 누워있다
내려가는 길에 조그만 머리에 붙어있는 부릅뜬 눈과 마주쳤다
넷째날인 오늘, 외근을 두번 했으므로 네 차례 마주쳤다
그 자리에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어 허리를 굽히고 바퀴 사이로 들여다봤다
하반신은 거의 걸레마냥 되어 자세히보면 갈비뼈가 드러났고 눈동자가 썩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 왕래가 무척 잦은 곳인데 아무도 안치운다
증상을 별로 묻지 않고 비싼 약을 내어주는 약국 인상도 훨씬 나빠지고 있다
설마 저 고양이는 내눈에만 보이는건가
예전에 아버지 차 옆자리에 타고 가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죽은 개를 봤다
너덜너덜 목이 떨어져나가기 직전이었다
도로에 저런 동물 시체는 누가 치워요, 하고 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아버지 말씀,
아무도 안치워
차가 여러번 밀고 지나가면 그 왜 대걸레처럼 납작해질거 아냐?
점점 형태가 없어지다가 비도 오고 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없어져
이 고양이는 자동차 바퀴에 깔릴만한 위치도 아니네
매일 조금씩 작아지고 조금씩 썩는 고양이
어렸을적에 죽은 길냥이를 주워서 집 근처 은행 화단에 몰래 묻었던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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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인생!!
몇달전에 여의도에서 길을 가고 있었는데...고양이가 한마리 죽어있더라구요. 이 글에 쓰신 것처럼 깨끗했어요.마침 약속시간에 늦어서 가는 길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무가지로 싸서 한 쪽 구석에 옮겨놓았어요. 2시간쯤 후에 다시 돌아와보니 치워져있더라구요.아마도 건물 앞이라서 건물 경비가 치운 것같기도 한데....그래서 그냥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이나 고양이 보면 정말 안타까워요. 아래층 아는 분은.... 길냥이들을 위해 일정한 장소에 먹을것들을 내놓던데..추운 겨울을 날 애들이 또 걱정스럽네요..
님이 치우시지 그랬어요T_T
그르케 말쌈하시더니 드뎌 포스팅을 하셨어. ㅜ_ㅜ;;
징그럽다고만 여겼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 인생이 참으로 안타깝구료.
뱃/에에...
rmlist/저도 뭐라도 덮어줄걸 그랬나봐요 매일 한참을 쳐다보면서 마음이 넘 안좋았어요ㅠㅠ 그 많은 유기견유기묘 시체들은 다 어디로 가는건지...
흑../그러게요 한참 고민은 했는데 어디다 치워야 할지 몰라서.. 묻자니 땅뙈기가 없고 쓰레기봉투에 담자니 이상하고해서... 다행히 이 포스팅한 담에 치워졌더라고여 참으로 다행입니다
염둥/안타깝지... 그 묘생이..
아니 이게 왜 블로그진에;;;
내눈에만 보이는 고냥이..
문득 공포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
예전에 야간 출근하다 죽은 고양이 친적이 있는데...
여러 달 찜짐했던 기억이...
죽은개 놓고 도로에서 싸운 사람들의 우화도..ㅜ.ㅜ
구청 청소행정과에 전화해보세요~ 확실히 가능할지는 모르겠고 ..쥐는 안되지만 개나 고양이는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갈/포스팅한 후 저주가 풀려서 내눈에도 안보이게 되었어요
안나/길거리에 생명체였던 것들의 시체가 굴러다니는데 무심하다는게 참 신기해 비열한거리
../그런 방법도 있겠군요 고맙습니당
자동차의 속도와 무게가 나은 비극이죠.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위의 모든 시체를 보게 돼요. 자전거의 시선은 딱 그 현실을 직시하게 해요. 정작 살생을 저지른 자동차는 못/안보고 지나가거나 뭐를 밟고 지나가는지도 모르지만요.
쉐바와 함께 살고나서부터는 괴로움이 더 강해졌죠. 흑.
지음/아..정말 그렇겠네요...안그래도 냥이시체를 보면서 그래도 행복할 쉐바도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