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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와 소유욕

벌써 7~8년 전쯤의 일이다.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이사 갈 집이 좁기도 하거니와 이사짐 많은 것이 끔찍하기도 해서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기로 했다. (그땐 정혜랑 같이 살던 때다.)

그전 같으면 '이걸 어떻게 버려'라고 할 만한 것들이었는데, 일단 한 번 마음먹고나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장롱이었다. 서랍장만 남기고 다 버렸다. 조립식 봉으로된 옷걸이로 대체했다.

그 다음 부피가 큰 것은 책

책은 꽃아두면 왠지 폼도나고, 옛날에 읽을 때의 추억도 담겨있고 해서 미련이 남았는데

- 다시 꺼내 볼 책인가?

- 꺼내 보지는 않더라도 어떤 깊은 기억이 남아있어 계속 소장할만한 책인가?

이 단순한 두가지 기준만 세웠는데도 살아남는 책이 별로 없었다.

 

턴테이블도 망가졌고, 턴테이블 있을 때도 귀찮아서 더 이상 듣지 않던 LP 50~60장도 버렸다. 한 장, 한 장 살 때마다 뿌듯했던 녀석들인데... (책도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돈을들여 사고, 또한 적지 않은 시간을 써서 한권 읽고나면 겨우 몇센티의 책장을 채울 뿐이다. 장식용으로는 디지게 비싼 녀석이다.)

 

한 때는 책장 가득 꽃힌 책들을 보며 뿌듯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거다.

물론 내가 이렇게 바뀐데는 그 무렵 알게된 푸른영상의 영향도 꽤 있었을 것이다.

푸른영상 사람들(특히 김동원 감독)을 보면서

'가난'이란 녀석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게 됐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두렵지 않다'가 아니라 '그렇게'라는 말이다. ^^)

원래도 돈이나 물건에 큰 욕심 부리던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2년 전 한 친구녀석의 이사짐을 날랐다.

다른 짐은 별로 없는데 책이 좀 많다. 2천여권!

둘이 나르느라 무지하게 힘들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되서 다시 이사하게 됐다.

내가 "왜 이리 미련하게 이 많은 책들을 다 가지려고 하느냐?"고 타박을 했더니

친구녀석이

"미련한 건 아는데 내게 남은 것은 책밖에 없다.

얘네들 마저 없애고 나면 난 아무것도 없는게 되는 것 같아서..."

결혼을 무척 하고 싶어하는데도 못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쳤지만(그래서 더) 취직도 안되고...

다음에 또 이사하면 군소리 없이 날라줘야겠다.

 

아버지 때문에 송탄으로 짐을 옮기면서도 꽤 많이 버렸다.

꽤 많이 버렸다기 보다는, 조금만 가져 오고 나머지는 다 버리거나 줬버렸다.(나비는 안 버렸다 ^^)

그런데 요즘 다시 모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DVD

1년넘게 아버지 때문에 묶여 살다보니 뭔가 해소책이 필요했다.

내 마음대로 나다니지 못하다 보니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못만나고, 보고싶은 영화도 못보게 됐다.

그래서 DVD를 많이 빌려다가도 보고 사서 보기도 한다.

빌리는 것에 비해 사는 것이 당연히 비싸기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사다보니 그것도 재미가 있다.

그런데 소유욕은 역시 자가발전을 하는가 보다.

DVD 욕심도 나지만 좀 더 큰 TV, 좀 더 화질 좋은 TV, 좀 더 좋은 Sound를 바라게 된다.

사실 천만원 짜리 홈씨어터라 할지라도 어지간한 영화관을 못따라 가는데...

 

미갱<비디오&DVD 미갱소장> 소개한 것을 나도 한 번 흉내 내본다.

(비디오는 모두 다큐인데 다음에 기회되면 하던가 말던가/ 트랙백은 안보냈다. 민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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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세어보니 30% 정도가 불법 복제품이다. 이젠 별로 안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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