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잡기_1
다운 짜루 그리고 현실화
다운 : 김다운(초등학교 때 꽤나 놀림을 많이 받을 이름)
0.사립 대학의 그저그런 과(그냥 그냥 대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과 인문사회과학 계열. 무난히 부담없이 선택하는 과.)를 졸업하다.
대학을 졸업한 다운은 그냥 그냥 다닌 과로 인해 그리 놓지 않는 토익 점수와 학점을 가지고 대기업에 취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어정쩡한 회사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학 다니면서 용돈의 +a용으로 했던 바리스타 알바를 했던 커피숍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다운이 비정규직 바리스타를 한지 일년이 지나고 또 반년이 지난 여름의 일이다. 다운의 나이는 23 혹은 24혹은 25혹은 26일테다.
0.그냥 그런과 : 다운은 그리기를 매우 좋아했다. 그림책을 좋아했고 학교에서 보는 과학 잡지나 어린이 잡지 속에서도 그림과 사진을 보았지 글을 읽지는 않았다. 글을 좋아하지 않았다. 중학교에서도 미술이 제일 좋았고 미술선생님은 다운이 좀 더 그림쪽으로 공부하길 바라는 뜻을 부모님께 전했지만 다운의 부모님은 그림 그리는 다운을 매우 못 마땅해 하셨다. "그런 붓쟁이는 돈을 많이 벌 수가 없다. 엄마 아빠는 너가 돈을 많이 벌 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니가 고생할까봐서 그런다." 다운은 아쉬웠고 슬펐지만 "그래 그림은 언제든지 그릴 수 있잖아. 직작을 가지고 취미로 그리면 될거야" 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려 힘썼다.
0.용돈의 +a용 : 다운의 집은 그저 그런 가정이다. 아빠는 무난한 회사에 다니시면 어머니는 소일거리(알바)를 하시고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시기를 즐겨 하신다. 그러다 보니 대학 등록금과 용돈은 대학 다니는 동안 집으로 부터 원조를 받았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다운은 약간 비싼(혹은 많이 비싼) 핸드백과 목걸이 반지 옷 그리고 데이트를 위해 알바를 한다.
0.꾸미기를 좋아하는 다운 : 인간은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이루는 성취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맞다면 다운에게도 목표가 있을 테고 목표를 이룰 때의 성취욕으로 인해 행복을 느낄 테다. 하지만 가끔 이루지 못할 목표를 세우다가 좌절하고 그런 좌절을 느끼지 않기 위해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그래 돈을 모아서 저 옷을 사는거야" 이렇게 말이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일하게 하고 그 시스템 속에서 쳇바퀴 돌리는 쥐처럼 끝없이 일하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돈으로 이룰 수 있는 욕구 충족은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운은 그런 쳇바퀴 속에서 돌고 돈다. 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다. 이런 액세서리가 나를 빛나게 할 수 있나 이런 옷들이 무슨 소용인가?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남들 보다 돋보이는 나를 찾기 위해 더욱더 그 자체가 아니라 덧씌우기에 열중한다. 하지만 극으로 달리다 보면 툭하고 내려 놓는 순간이 한 번에 올테다.
0.하지만 자신도 알고 있다. : 다운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큐 테스트 문제지에서 이런 문제를 발견하고 그 때 부터 이 고민을 시작한다. "학교는 왜 다니나?" 학교는 왜 다니나 항상 궁금했지만 모두의 이유는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학교는 꼭 졸업해야 한다. 대학교까지는 필수다. "엄마아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운이 대학은 보낸다. 대학원은 너하고 싶으면 벌어서 나중에 가라." 다운은 언제나 평범하게 그지없는 일상이 따분하고 궁금증 투성이다. 그럴 때 마다 다운은 상상을 한다. "18살에 결혼을 하면 어떨까?" "유럽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 어떨까?" "죽을 병에 걸려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하면 어떻게 될까?" 등등 다운의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운은 자신을 집어 넣고 좋아한다. 어느 날 준석의 집 근처 지하철 입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하는 한 여인을 만난다. "왜 저러고 있나? 저렇게 살 수 있을 까?" 검은 머리와 흰 머리가 얼룩 덜룩 섞인 머리를 지저분하게 묶은 여인은 더운날에 누더기 옷을 입고 있고 지저분한 짐들과 함께 이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켜는 그녀는 슬며시 웃고 있다. 바이올린을 멈추고 미친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다운은 놀라 도망가면서 생각한다. 나도 한 번쯤 원없이 지껄이고 싶다. 비오는 복날 미친년 처럼 돌아다니고 싶다. "난 어떤 모습일까?"
0.준석 : 준석은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만남 친구다. 동아리는 영어회화 동아리였다. 방학이면 배낭여행을 함께 하기도 하고 학기 중에는 영어 공부를 같이 한다. 다운은 경쟁율이 100:1에 가까운 동아리 가입 심사를 통과하고 야심차게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준석을 만나고 준석은 몇 번의 모임 이후에 다운을 향한 강한 호기심을 표출한다. 다운은 준석이 감정적으로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준석의 예의 바른 성격 ,준수한 외모와 적당한 키, 적당한 재정적 수준은 굳이 준석을 멀리할 필요는 없는 남자 목록에 넣기에 적당했다. 동아리의 많은 여학생들이 준석을 약간씩은 좋아했고 동아리의 소문과 입담을 주도하는 J도 준석을 매우 사모했다. 하지만 준석이 다운에게 관심이 있고 다운은 준석을 밀고 당기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 J는 다운을 동아리 여학생 세계에서 배척한다. 다운은 매우 힘들었고 준석은 다운을 위로하며 둘은 많이 가까워 지고 다운은 결국 동아리를 그만두고 준석과의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1학년 겨울 방학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다.
0.향긋한 여름 냄새 : 다운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 혼자 남게 된다. 창가로는 가만히 있으면 매우 살짝 시원함을 느낄 정도의 바람이 불어 들어 온다. 다운은 세계 명작 소설 시리즈 중 30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던 도중 잠이 든다. 다운이 자는 동안 가슴이 테이블 끝에 닿는 느낌과 환상적인 꿈과 만나면서 생의 가장 환상적인 감정에 빠져 들지만 이후 잠이 깬 이후에 그 것이 단지 꿈 때문이었다 생각하게 된다. 혹은 창 밖의 더운 기운의 여름 바람 때문이었거나.
0.5학년 여름의 도서관 이후에 다운은 그 감정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지만 현실에는 느낄 수가 없었다. 다만 자는 동안에 그 느낌이 났다. 다운은 어떻게 한 것일가? 과연 꿈이 다운을 이끈 것일까? 혹은 다운이 스스로 꿈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날 부터 다운은 생각한다. 내 안에 누군가가 있어 나에게 이런 좋은 느낌을 주는 구나. 내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나타날 수 없으니 자고 있는 동안 내게 오늘 것일까?
0.내 안에 누군가 + 짜루 : 다운은 끊임없이 공상한다. 꿈꾼다. 자신을 버리기도 하고 만들기도 바꾸기도 하고 다운은 끈임없이 다른이의 삶과 자신의 삶을 바꾸고 대입해본다. 그 속에서 내안의 누군가는 백만번 이동한다. 어릴 적 다운은 커가면서 현실의 다운은 자신감이 없고 작아지지만 다운안의 상상력 그리고 나중에 이름 붙혀질 짜루의 존재는 더욱 커져 가기만 한다. 학교와 직장의 경계에서 다운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공상 속의 자신을 현실화 시킨다. 그리고 욕망이 부르는 데로 자신의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