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18> 해서는 안될 말
어떤 한 인간이 이런 말을 했음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밑줄은 내가 친 것임.)
-아직도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있는데요. 송두율 교수가 1년 넘게 감옥에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생략) 국가보안법은 철폐되어야 하고,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저는 사실 미안한 얘기이긴 하지만 그걸 위해서 제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나설 생각은 없거든요. (웃음) 그거 할 여유가 어디 있어요? 맨날 정신없이 책 볼 것도 간신히 챙겨보는 편인데요. 그리고 실제로 보안법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구요. 보안법 바뀐다고 혁명이 되는 것도 아니고, 꼬뮌주의적인 세계가 오는 것도 아니구요. 저는 그거와는 다른 제 나름의 중요한 과제들이 있다는 말이예요.
(생략)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근본적으로 볼 때 노무현 정권은 타도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요.
= (생략)
-정치적 수사일 수는 있는데, 그런 표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뜻인가요?
= 제가 보기에는 그건 노무현을 혁명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타도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웃음)
-현실적인 보수정치인인데...
= (생략)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던 것은 정치지형이 변하는 것들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정확하게 파악을 했고, 흐름을 정확하게 탔고, 그 다음에 중요한 전략적 거점들, 인터넷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구요.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그 사람의 큰 장점이라구요. 정치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클 수 있는 장점이었기 때문에 느닷없이 대통령이 된 것 아닙니까? 그건 좋은 싫든 인정해야 한다구요. 저는 노무현과 정치적 입장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건 사실 아닙니까? 그건 인정해야지, 그런 점에서 다른 정치인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가능한 거죠.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이 혁명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 적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타도는 무슨 타도,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고,(생략)
말 끝마다 혁명이다. 이 나라에 사는 이 가운데 누가 지금 혁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랴?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는 이들이 혁명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건가?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감옥에 잡혀들어간 죄목도 국가보안법 위반일 게 분명한 인간이, 세월 지났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정말 예의가 아니다. 전후 맥락을 보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사실 전후 맥락일 것도 없지만) 이런 소리를 공개적으로 한다는 건 분명 'xxx'랄 수밖에 없다.
또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고, 혁명이 가능한 바탕을 만들려고 지금도 노력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지금은 책상물림일지언정 한 때 혁명을 꿈꾸던 인간으로서) 그런 이들을 존중한다면 '혁명' 들먹이며 이런 헛소리를 해대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밝혀봐야 소용이 없다. 워낙 공부하느라고 바쁘셔서, 인터넷에 이런 비판이 있는줄도 모를 거고, 알더라도 상대가 하찮기에 대꾸할 필요를 못느낄 것이고, 전체 맥락을 보지 못한 단편적인 비난이라고,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나 한마디 하고 말 것이 분명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을 바탕으로 한 거니, 완전히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