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초록 읽기- 근육과 정치적 성향의 상관관계?
“읽고 쓰기” 범주를 만들어놓기는 했는데, 한달이 넘도록 어떤 글도 쓰지 못했다. << 우연을 길들이다 >> 영어 원문 전체를 구하게 된 탓이 가장 크다. 애초에는 1장만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하려고 했는데, 전문이 생긴 김에 더 많이 대조해보려 작정하게 됐다. 독서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아직도 한참 더 걸리게 생겼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방치하는 건 민망하고 해서 오늘은 논문 초록 읽기에 대해 간단히 써보려 한다. 마침 흥미거리로는 그만인 연구 결과 하나가 어떤 언론 보도로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어서, 이 연구의 초록을 예제로 삼아봤다.
-- “읽고 쓰기”와 논문 초록이 무슨 관계인가?
논문 초록은 1) 쓰기 측면에서는 길고 복잡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는 데 아주 좋은 연습거리이고 2) 읽기 측면에서는 ㄱ. 가설(그리고 전제), ㄴ. 가설 검증 방식 및 결과, ㄷ. 저자의 해석 부분을 찾아냄으로써 어떤 주장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연습을 하기에 아주 좋은 도구다.
-- 이번에 주목할 대목은 2번 읽기 측면이다.
모든 주장 글은 전제가 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은 이 전제 아래서 글을 읽고 판단하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전제가 파악되지 않으면 글 읽기가 제대로 안된 것이니, 글에 대해 논하지 않아야 한다. 전제가 파악되어 글에 대해 논할 때에는 이 전제를 넘어서는 범위는 피해야 한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자신이 읽은 글과 무관한 이야기를 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전제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은 글은 잘못 쓴 글이거나, 의도적으로 혼란을 초래하려는 글이다.)
아래 초록에는 전제가 되는 가설, 이 가설을 검증해본 결과, 이 결과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모두 드러나 있다. 각자 읽고 판단해볼 예제로 제시한다.
(번역은 편의상 대충 넘어간 대목도 있으며, 오역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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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제목: 선조들의 정치 논리(The Ancestral logic of politics)
저자: Michael Bang Petersen 외 4명
초록 원문: http://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1798773
(논문 전체를 내려받을 수 있다.)
진화 역사에서 상체의 힘은 전투 능력의 주요 요소였다. 동물간 투쟁에 관한 진화론적 모형은 전투 능력이 강한 쪽이 약한 쪽보다 자원을 쟁취하거나 지키는 데 더 적극적이리라 예측한다. 이를 현대에 적용해봤다.
아르헨티나, 덴마크,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상체 힘이 강한 이들이 자기한테 이로운 입장을 더 강하게 옹호했다. 곧 저소득층은 근육질일수록 분배를 더 지지했고 고소득층은 근육질일수록 분배를 더 반대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개인의 상체 힘과 경제정책에 따른 이득은 무관하기에, 육체적 힘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사실은 현대에도 정치적 의사결정이 (과거) 소집단에 맞춰 진화한 심리의 영향 아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