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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님의 [고려대학교 의학대학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내 대학생 운동권 대응 평가] 에 관련된 글.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운영위원으로서 고려대학교 반성폭력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김푸른솔입니다. 자비님의 글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이야기할 지점들이 있어서 조금 말해보고자 합니다. 단, 이것은 연대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견일 뿐, 연대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1. 성폭력을 정의내리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집단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고 난 후 학교 내외에서는 가해 남학생들을 징계하고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굉장히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 중 으뜸은 가해 남학생들에 대한 출교처분 촉구였습니다. 저는 당시 그런 요구들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가해 남학생들을 특별한 개인으로 취급하고, 고려대학교 사회 자체는 그들과 무관하고, 그들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을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자 극단적 폭력이라고 본다면 가해 남학생들과 고려대학교 사회를 분리시키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예외적이었다고 말하기는 더 힘듭니다. 제 주위에만 하더라도 성폭력 경험을 호소하는 고려대학교 학생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모든 사건들이 공론화되거나 공개되지는 않았고, 그냥 잊히고 말지만, 그 사건들은 분명히 일어났습니다. 그 여성들의 경험은 성폭력이 유별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굳건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 ‘속해 있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일부 여성들이 성폭력이 지닌 구조적이고 극단적인 성격 때문에 오히려 그 사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고려대학교라는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정말 성폭력이 예외적으로만, 이례적으로만 일어나는 공간인지를 알아보고, 고려대학교라는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입니다. 바로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반성폭력연대회의를 통한 반성폭력 운동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2. 성폭력에서 구도의 문제
자비님께서는 이번 사건이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 명료하게 적과 아군이 구분된 상황”이라고 평가하십니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저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 생각, 즉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가해자와 비가해자 사이에 명료한 구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야말로 공동체 명예회복으로서의 출교처분을 주장하는 일련의 사람들의 생각과 이어져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고려대학교 사회는 비가해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해자들을 도려내는 것으로 고려대학교 사회의 ‘정상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비님께서는 가해자 측에 “학교 조직” 정도를 추가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 자비님께서 반성폭력연대회의의 활동을 비판하는 지점을 “문제는 이 두 대안 모두 시간과 인력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고, 대부분의 학생에게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는 작업이며, 설사 이끌어내도 영속적인 강제력을 가지지 못하는 대안이라는 점이다.”로 잡으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실 자비님께서는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닫지 못한 무뢰배와는 달리 모든 학생이 반성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구도” 자체에 동의하지 못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아니라고 하신다면 사실 자비님의 글 자체, 특히 연대회의에 대한 비판 자체가 별 맥락이 없다는 것도 같이 인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실천에서의 성공 가능성 여부로 환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해 보입니다. 더구나 이제 막 실천에 들어가기 시작한 상황에서 벌써부터 실패를 단언하는 것은 근거도 없을 뿐더러 별 의미가 없습니다.
여하튼 여기서 오히려 집중해야 할 지점은 바로 자비님과 저 사이에 놓인 이 입장 차이입니다. 즉 어떤 구도를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제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 명료하게 적과 아군이 구분된 상황”은 현상 진술에 지나지 않으며, 성폭력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폭력이 구조적인 원인을 지니기에 적과 아군이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데도, 남근지배적 경제에 의해 끊임없이 “적과 아군이 구분된 상황”으로 연출된다면, 그런 연출에 집착하는 것은 성폭력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적과 아군이 구분된 상황”을 이용한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 성폭력 사건이 공개될 때마다, 모두들 분개해서 “적”을 매우 공격하는데 집중하지만, 성폭력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사실 고려대학교에서도 지난 90년대 후반, 2000년대 중반에 “적”에 대해 분개하는 많은 운동이 있었지만 성폭력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서의 구도를 상정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성폭력에 있어서 그런 식의 구도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애초 성폭력은 구체적 가해자와 비가해자로 환원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다고 교육기관을 매우 비판한다고 온전히 설명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성폭력은 문자 그대로 ‘성’의 문제이자 ‘폭력’의 문제로서 여성과 남성 사이 관계맺음의 문제이며, 여태까지 남성이 여성에게 구조적 폭력을 행사해왔다는 하나의 보고이자 현실입니다. 남성 모두를 고려대학교 사회로부터 몰아내는 것이 적절한 해결책도 아니고, 여성 모두가 고려대학교 사회를 기피하는 것 역시 마땅한 해결책이 아니며 둘 다 물리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면, 고려대학교 사회 자체를 변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만이 일종의 “구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반성폭력 운동의 문제
성폭력이 구조적인 문제이며, 여성과 남성 사이 관계맺음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반성폭력 운동은 한시적이고 즉각적이기 힘듭니다. 물론 모든 일을 다 해내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조건들을 아주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학내에서 반성폭력 운동을 한다는 것은 바로 학생사회를 바꿔나가려는 시도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에 소홀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징계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는 합니다. 때문에 저는 반성폭력연대회의가 비록 징계 절차가 끝났더라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학내 반성폭력 운동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관련 활동들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설령 그것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고, 도저히 성공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운동 자체의 모든 의의를 앗아가는 것은 분명 부당한 공격입니다. 왜냐하면 이 운동을 지속시키는 이유는, 물론 그것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여기에 반성폭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이고 급박한 요청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 요청에 화답하는 것이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요청을 외면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못 하겠기에 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즉, 반성폭력 운동 자체를 성공하느냐 마느냐로 평가내릴 수는 있겠지만 그 활동을 하는 이유 자체를 성공 여부만 가지고, 이유가 있다 없다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징계절차가 끝나서 학생들이 성폭력을 자신과 무관한 문제로 치부하려는 이 시점,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는 이 시점이 바로 활동이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징계가 끝났으므로 모든 후속조치는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지금 여기서 바로 여기가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부장제와 남근지배적 경제, 처벌주의와 징계주의를 넘어서는 반성폭력 운동입니다.
정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중이 애당초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긴 하던가요? 반성폭력에 열광한 적이 있긴 하던가요? 그런 관심이 충만했다면 애당초 성폭력이 이렇게 빈번히 발생하지도 않겠지요. 그런 관심과 조건들을 창출해내는 것이 지금 하는 반성폭력 운동의 목표입니다. 그것을 이미 현재하는 조건들로 간주하고 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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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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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비님의 글 속에서 연대회의에 대한 근거없는, 그리고 거의 비방에 가까운 공격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부분들("나는 반성폭력 연대회의가 무슨 구도로 갈 것이며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답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주는 운동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갈 것이 두려워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는 사업도 하지 않고 대신 대자보만 수집 장을 쓴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의합니다.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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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자비님 블로그에 덧글을 남기기가 쉽지 않아서 여기에 대신 덧글을 남기자면,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가 "피해자를 전혀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비님의 비판은 어떤 근거도 없으며, 자의적일 뿐입니다.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가해자 측입니다.또, 반성폭력연대회의는 "과반에서의 규약 의무화"와 같은 것은 말한 적이 없고, 반성폭력연대회의 차원에서 "표준 반성폭력자치규약"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수준의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나 반성폭력자치규약 등은 연대회의의 다른 사업들의 연속선 상에서 나온 계획들인데 그 2개 사업들만 떼어서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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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읽게 되었는데 반성폭력이 징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신 대목에서는 어느정도 공감이 가는데 현실에서의 반성폭력 운동이라는것이 징계 위주로 갈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서 아무리 여성의 권리를 얘기하는 캠페인을 한다고 해도 남성(저도 남성입니다만)들에게 있어서 와닿는것은 그런것것이 아니라 성폭행을 했을 시에 자신에게 닥칠 상황-경우 일꺼 같거든요.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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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조차 안 이루어지니까 징계 위주로 가게 되는 측면은 있죠. 반면 남성에게 무엇이 와닿는지는 말하기 애매한 것이 있는데, 징계나 처벌의 효과라는 것은 언제나 그 범죄 행위가 들켰을 경우를 상정하는 것인지라, 형사정책적으로 볼 때는, 처벌을 강조한다고 꼭 범죄가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라서..개념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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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글이 있어 간만에 진보넷 블로그에 들렀다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관련 글을 읽고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네요.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도 많이 했구요. 이렇게 건강한 분들이 많아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이팅입니다^ㅡ^)/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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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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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볼 거 없는 블로그의 선정적인 제목에 이끌리셨는지 알 수 없지만 들어와 읽어주시고 트랙백까지 걸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뭐 얻는 건 없지만 괜히 고맙네요. 아 그런데 덧글 남기기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로그아웃하고 덧글을 남겨보니 덧글을 쓸 수 있었는데, 창이 열리지 않거나 뭐 그런 문제가 있나요?
님께서 좋은 글을 써주셨으니 저도 따로 말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우선 제 입장을 요약하고, 님의 글을 요약한 후, 제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1.
저는 본래 출교를 반대했습니다. 그 까닭은 다양한데, 제 블로그에 처음 언급한 교육기관의 처벌로는 지나치다는 점, 출교가 실현될 때 생기는 위험, 마지막에 언급한 출교 관련 절차의 문제점 등이 있습니다. 또한 님의 글 중 1. 성폭력을 정의내리기와 2. 성폭력에서 구도의 문제에서 말씀하시는 내용, 즉 성폭력은 특정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수한 사례로서 취급하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고, 더구나 사회 전반의 성과 폭력의 구조를 가릴 수 있으며, 따라서 비단 처벌만을 언급하지 않고 그 이상을 얘기해야 바람직하다는 점도 그 까닭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본인이 출교 처벌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반대 의견을 유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유보하든 말든 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총학생회를 이끄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총학생회로서 가질 책임과 상징성에 비하여 거의 관련 활동이 미비했다고 여깁니다. 다함께의 경우에는 2006년 출교 사태와 연계하여 학생 운동한 학생도 출교했으므로 해당 가해자에게 출교 처분을 내려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이 둘 모두 옳지 않다고 여기는데, 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후자야말로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사건을 축소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적나라하게 이번 사건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적나라하다는 점입니다.
한편 당시 상황은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 명료하게 적과 아군이 구분된 상황"이었고, 이것은 사건의 본질에 관계없이 대중의 인식을 묘사한 것이며 님 말씀대로 현상 진술입니다. 그런데 대중은 이 구도와 현상에 집중하여 애당초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는지, 반성폭력에 열광한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던 일상과 달리 여성주의와 반성폭력의 문제의식이 개입할 수 있는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였습니다. 저는 이 사건으로 여성주의와 반성폭력의 문제의식을 지적하는 운동의 활동공간이 생겨났거나, 확장됐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앞서 언급한 두 조직을 포함한 운동권 일반의 대응은 부진한 채로 출교 처분이 내려졌고, 이것으로 앞서 제가 묘사하고 진술한 구도와 현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열광은 끝났습니다. 한대련과 다함께의 경우 문제될 것이 없으나,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활동한 반성폭력 연대회의(연대회의)의 사업은 지속되더라도 의대생 사건을 통하여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성과를 이제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조만간 출교 처분이 내려질 것이 분명한 정황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연대회의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여타 성폭력 관련 사건과 달리 학생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등 여성주의, 반성폭력 운동을 전개하는 입장에게 유리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운동권 일반은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여 정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하여 운동권 일반이 더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2.
님의 글을 요약하겠습니다.
가해자 처벌 요구는 사건을 특수한 것으로 처리하여 스스로를 사건을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으로 제한하지만, 실제로는 성폭력은 흔한 일이며 여성에 대한 구조적, 극단적 폭력이므로 우리 모두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성폭력을 예외로서 다루지 말고 고려대학교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변혁을 꾀해야 합니다.
반면 저는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 구분하고 있고, 가해자에 학교 조직을 추가할 뿐입니다. 앞의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못하므로 연대회의의 사업을 실천 여부로 환원하려는 제 시도는 옳지 않으며, 현재 연대회의의 사업의 성패는 아직 판단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실제로 성폭력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성폭력 문제는 성과 폭력의 문제로 여남의 관계맺음의 문제이며, 남성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내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변혁해야 합니다.
따라서 반성폭력 운동은 지난한 작업이며, 반성폭력 운동은 학생사회 전반을 바꾸는 시도이므로 징계가 끝나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설사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작업이며, 지금이야말로 운동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관심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3.
님의 글에 대한 제 요약이 바른지 알 수 없으나, 님의 글에 대한 제 이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제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님의 글에 대한 제 요약 중 첫 문단은 완전히 동의합니다.
둘째, 저는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로 구분하거나, 가해자 측에 학교 조직을 추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 실수인데, 예를 들어 "출교라는 처벌에 함몰되지 않고 그 이상을 요구하자면, 적군에 가해학생만이 아닌 학교 조직까지 끌어와야 했다."라는 문장에서 쉼표 다음에는 ‘적어도’라는 단어를 넣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제 주장에는 더 긴 설명이 필요할 텐데, 왜냐하면 님께서 집중해야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하셨기 때문이고, 저 또한 님의 지적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가해자와 비가해자의 구도는 옳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러한 구도로 사건은 전개되었습니다. 이 자극적인 구도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었고, 그 동력은 충분히 반성폭력을 말하는 운동권에게 호의적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진술하고 이것을 분석하는 일이야말로 필요하며, 그 분석으로 운동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구도에서 '최소한' 학교 조직을 끌어와야 했다고 생각하고, 그 까닭은 학교 조직을 통하여 제도적인 반성폭력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학교 조직을 가해자로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저 하나의 예시였습니다. 학교 조직이 아닌 의대 교수를 끌어들이든, 의대를 끌어들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이 때 연대회의가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구도를 제시한 점은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출교 처분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출교 처분 후 학내 대중의 호응이 크게 낮아지리라 예상될 때, 출교 전후를 기준으로 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목표지점이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설혹 가해자와 비가해자 구도를 그대로 두면서 그 범위만을 확장하는 일은 충분히 옳은 일이 아니라도, 운동의 중간단계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반드시 연대회의가 근본적으로 제기하려는 구도와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가 세 번째로 제기할 저의 의견과 이어집니다. 다만 이러한 접근이 중간단계로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글에서 충분히 강조하지 못한 점은 저의 잘못입니다.
셋째, 현재 연대회의 사업의 성패는 판단할 수 없을지 모르나, 연대회의 사업이 이번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답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님은 반성폭력 운동으로 없는 관심을 만들어내서 지난하더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대중이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현재하지 않는 조건이 생겨났는데도 운동의 성과가 없더라도 상관없다면, 반성폭력 운동의 성과는 어느 시점에 기대해야 좋습니까? 님께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으리라고 예측하셨는데, 저는 조금 짜게 쳐서 개학 후 출교 처분이 내려지는 열흘 남짓한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길다는 점을 제외하면 결코 더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제 생각을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운동의 중간단계로서 즉각 활용가능하고 구체적인 구도를 운동권이 제시하여 주어진 여건을 연장하고 이것을 통하여 운동의 영역을 확장하는 편이 더 유리한 일이 아닙니까? 더구나 학내 정치운동조직으로서 한대련, 다함께, 학생행진 등과 같은 조직은 대중에게 사건을 이해하는 구체적인 구도를 제시하고 대응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거나, 만약 이것을 거부한다면 여타 구도를 파괴하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매우 간단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번 사건에서 운동권이 영향력을 끼친 일이 뭐냐는 것이었고, 저는 전무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겠지만 그 성과는 이번 사건이 있든 없든, 의외로 대중의 호응이 있었든 없었든 상관없는 수위일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동의하십니까? 님의 말씀대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폭력에 대한 부응으로서 운동이 진행될 것이며, 지금까지도 그래왔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이번 사건은 반성폭력 운동에게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님께서는 학교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변혁을 말씀하시는데, 성과가 없어도 의미 있는 운동은 어떻게 사회 전반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지요?
예를 들어 질문을 드립니다. 이번 사건에서 연대회의의 출교 처분 예측 시점 전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구도로 학내 여론을 이끌기로 정하셨는지요? 또한 이러한 구도 변화를 통하여 얻어낼 것을 목표로 삼은 구체적인 단기적 성과목표는 무엇이며, 이것은 어떤 일정에 따라 진행되었는지요? 이것은 중기 목표, 예를 들어 중간고사 전 시점까지 얻어낼 것을 목표로 삼은 성과와는 어떻게 연계되나요? 방학 동안에는 학내 사회에 대한 어떤 작업을 수행하셨나요? 각 기간에는 학생들의 관심과 열광이라는 동력을 어떤 수단으로 연장할 계획이신가요? 저는 단기적 성과물로 편지 전달, 설문조사나 규약의 확립 등이라고 생각했고, 그 중 상당수는 단기적 성과물로서 유의미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 모든 질문의 답이 고려대학교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대한 반성만이라면 저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4.
댓글 보고 말씀드리자면, 연대회의에 대한 "근거 없는"이란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거의 비방에 가까운 공격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공격 맞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비단 연대회의만이 아닌 고려대학교의 주요 학생 운동조직 전반을 공격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의 내용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운동권의 대응은 매우 무기력, 아니 무능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다함께는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출교 문제와 이어갔다는 점에서 유능하기는 했네요. 그리고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님께서 인용하신 "반성폭력 연대회의가 무슨 구도로 갈 것이며 이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답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더욱 강하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님께서는 구도는 제시하셨으나 이것의 실현은 스스로도 의심하는 형편 아닙니까? 혹은 님께서는 연대회의의 현재 사업이 충분하다고 자신하십니까? 이것을 어째서 항의하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 댓글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가해자가 언론에 공개하는 과정을 잘 모르겠는데 피해자 보호의 범위에는 가해자에 대한 사항은 없는지요? 예컨대 가해자가 1차 가해 후 하는 행위 일체는 피해자 보호라는 개념과 별도로 다루어야 하는지요?
과반 규약 의무화에 대한 사실 확인은 따로 하지 않아 알지 못하고 다만 연대회의에서 활동하는 몇 분을 통하여 전체학생대표자회의나 중앙운영위원회(?)와 같은 학생회 관련 회의에 상정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경우 이 규약은 학생회 활동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요? 이루어지든 아니든 이것은 과반 단위의 활동과는 무관한 것인가요?
제가 언급한 세 가지 사업 중 설문조사와 규약 추진 등은 다른 사업의 연속선상에서 나온 계획이라고 하셨는데, 그 외 주요 사업은 대자보나 팸플릿을 통해서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 둘의 맥락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홍보되었는지요? 그리고 다른 사업의 연속선상에서 나왔다는 지적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지요?
저는 여러 모로 생각할 때 반성폭력이나 여성주의에 대하여 언급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고 부끄러운 사람이며, 이것은 제 글을 까지 말라고 미리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제 부족한 댓글을 보고 좋은 말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0분 만에 마구잡이로 써서 덧글을 두세 번 수정하였습니다. 7시 26분으로 수정을 마칩니다. 그런데 제가 덧글을 작성한 시각이 아니라 이 블로그를 열어놓은 시각이 덧글 시각으로 뜨네요. 신기하네.)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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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길어져서, 새 글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