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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charges' 관련 코멘트

  • 분류
    단상
  • 등록일
    2014/08/24 17:37
  • 수정일
    2014/08/25 02:20
  • 글쓴이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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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이방인>의 이정서 번역과 관련된 글에 대해 Waga Jabal님이 페이스북 상에서 비판적 고찰을 적었다. 페이스북 댓글을 남기는 게 가장 낫겠지만 내가 계정을 비활성화 상태로 해놓은 관계로 따로 글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Waga Jabal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프랑스어 charge에도 기소 혹은 기소이유 등의 뜻이 있다. 일반사전에는 잘 안 나오지만 유럽연합 다언어용어 데이터베이스 IATE 및 Robert Herbst가 펴낸 기념비적 역작 Dictionnaire des Termes Commerciaux, Financiers et Juridiques(프랑스어/영어/독일어 법률/경제 용어 사전)에는 이런 뜻이 나온다. 따라서 '기소'의 뜻이 없다며 이정서가 명백히 틀렸다는 블로거의 반박은 꼭 옳지만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제61조 및 주요 언어의 공식 번역은 다음과 같다.

 

영어 Confirmation of the charges before trial
프랑스어 Confirmation des charges avant le procès
독일어 Bestätigung der Anklage vor dem Hauptverfahren
이탈리아어 Convalida delle accuse prima del processo
스페인어 Confirmación de los cargos antes del juicio
러시아어 Утверждение обвинений до начала судебного разбирательства
중국어 审判前确认指控
일본어 公判前の犯罪事実確認
영어와 프랑스어가 똑같이 charges로 되어 있고 독일어 Anklage 기소, 고소, 고발 따위를 뜻하며 일본어는 범죄사실이다.

 

우선 '기소'와 '기소이유'는 다른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기소'와 '공소사실'도 다른 의미다. '기소'는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재판을 구하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반면, '공소사실'은 기소가 된 범죄사실을 가리킨다. ('기소이유'라는 용어는 한국 법체계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charges'에 담긴 '혐의'라는 의미를 '공소사실'로 넓혀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재판을 구하는 행위 자체인 '기소'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혹은 그것만으로는 근거 부족이다.

 

Waga Jabal님이 예시로 든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 제61조의 경우 국내 번역어는 '기소'가 아닌 '공소사실'이고, 일본어 번역인 '범죄사실'도 세부적 법리나 연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공소사실'과 궤를 같이 하는 번역어다. Waga Jabal님이 언급한 IATE에 따르더라도 'charges'는 "fait qui pèse sur la situation d'un accusé", 즉 '사실(fait)'에 관한 용어이지 '행위(acte)'에 관한 용어가 아니다.

 

Waga Jabal님은 "기소 혹은 기소이유"라고 포괄적으로 지칭하지 말고, 'charges'가 정확히 '기소'라는 의미로 사용된 예시를 들어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내 단정적인 표현을 철회할 것이다.

 

덧. 영어에서는 'charge'가 '기소'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공소사실'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따라서 프랑스어의 'charge'가 영어의 'charge'에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프랑스어의 'charge'도 '기소'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해당 문맥의 영어 'charge'가 '기소'라는 의미로 쓰였는지, '공소사실'이라는 의미로 쓰였는지부터 확정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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