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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29
    [시/이동순] 물의 노래
    간장 오타맨...
  2. 2004/10/29
    [시/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간장 오타맨...
  3. 2004/10/28
    [시/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간장 오타맨...
  4. 2004/10/28
    [시/도종환] 접시꽃 당신
    간장 오타맨...
  5. 2004/10/28
    [시/기형도] 꽃
    간장 오타맨...

[시/딜런 토머스] 진실의 이쪽을

  • 등록일
    2004/10/31 21:47
  • 수정일
    2004/10/31 21:47

진실의 이쪽을
       -레웰린에게    


진실의 이 쪽을
너는 보지 못하지, 아들아
젊음의 눈먼 나라
너 파란 눈의 왕자야,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린다는 것을,
무심한 하늘 밑에서
순진하든 죄 많든
네가 마음이나 머리를
단 한 번 까딱하기도 전에.
휘감는 어둠 속으로
말려들어 없어지는 것을.
죽은 자의 흙먼지처럼.



맷돌질 바닷가에
너의 죽음 주변 맴도는
선과 악, 두 갈래 길이
눈먼 세월 속에 너 같은 마음의 왕자를
입김처럼 불어치고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사람 영혼 속 뚫고
울부짖으며 치달려
깨끗한 어둠, 나쁜 죽음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는 마지막 바람 속에
별들의 피처럼 흩어진다.


태양의 눈물처럼
달의 씨앗처럼, 쓰레기와
불처럼, 하늘의 허풍처럼
흩어진다, 너 여섯 살의 왕자여.
사악한 욕망은
풀과 짐승과 새와
물과 빛과 땅과 하늘의 시초로부터
네가 꼼짝하기도 전에 정해진 것.
하여 네 모든 짓거리와 말,
모든 진실, 모든 거짓이
무심한 사랑 속에 죽는 것이다.


                                                  딜런 토머스 <시월의 시>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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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동순] 물의 노래

  • 등록일
    2004/10/29 21:10
  • 수정일
    2004/10/29 21:10

--'새도 옮겨앉는 곳마다 깃털이 빠지는데'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오늘도 물가에서 잠긴 언덕 바라보고

밤마다 꿈을 덮치는 물꿈에 가위 눌리니

세상사람 울릴 보고 수몰민이라 한다

옮겨간 낮선 곳에 눈물 뿌려 기심매고

거친 땅에 솟을 자갈돌 먼곳으로 던져가며

다시 살아보려 바둥거리는 깨진 무릎으로

구석에 서성이던 우리들 노래도 물 속에 묻혔으니

두 눈 부릅뜨고 소리쳐 불러보아도

돌아오지 않는 그리움만 나루터에 쌓여갈 뿐

나는 수몰민, 뿌리째 뽑혀 던져진 사람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 또한 한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흘러

돌아가 고향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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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등록일
    2004/10/29 19:31
  • 수정일
    2004/10/29 19:31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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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등록일
    2004/10/28 20:38
  • 수정일
    2004/10/28 20:38

* 이 글은 알엠님의 [나, 착취자-2003년 6월 2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도종환 시를 읽다 문듯 방문한 알엠님 사이트 글과 조화를 이룰 것 같아 이렇게 트랙백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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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 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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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종환] 접시꽃 당신

  • 등록일
    2004/10/28 20:32
  • 수정일
    2004/10/28 20:32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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