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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1/04
    [시/이문재] 겨울 부석사
    간장 오타맨...
  2. 2004/11/02
    [시/김용택] 사랑
    간장 오타맨...
  3. 2004/11/02
    [시/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간장 오타맨...
  4. 2004/11/01
    [시/문병란] 織女에게
    간장 오타맨...
  5. 2004/10/31
    [시/딜런 토머스] 진실의 이쪽을
    간장 오타맨...

[시/신현림] 자화상

  • 등록일
    2004/11/05 21:41
  • 수정일
    2004/11/05 21:41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중에서.....

 

 

저자 주)

사랑하고, 감동하고, 희구하고, 전율하며 사는 것이다. 이 시인의 시집 "세기말 블루스" 후기에 인용된 로뎅의 말이다.

나는 관념적 그림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즁요한 것은 사랑과 열정인 것이다. 좋은 작품이란 늘 강렬하며 감동적이다. 즉 이것은 삶의 핵심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재미 화가 박혜숙 씨의 이 말 역시 이 시집 후기에 인용되어 있다. 그렇다. 그렇구나. 그래라.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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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문재] 겨울 부석사

  • 등록일
    2004/11/04 20:42
  • 수정일
    2004/11/04 20:42

먼길 달려와 축시 읽고 나자
텅 빈 사과밭 문득 보인다, 붉은 것들을
익히고 난 나무, 나무들 사이로
젊어, 浮石寺 가는 길
신행하는 청춘의 이마에 터지는 빛 알갱이들
폭죽처럼, 시간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면 예서 서야지, 서줘야지
배흘림기둥이 되어버린 중년들 
축시 후렴은 까맣게 잊고, 숨이 차 
당간지주에서 한 번 쉬고 안양루에 오르는데 
아, 거기 삿갓이 먼저 와, 삶의 
삶인 것의 거죽을 확, 벗겨내고
소백산 능선들을 보라, 오래 된 나무에 
새겨놓았으니 한 번 보라, 한다 
능선들의 파노라마를 향하여 
한 배흘림기둥이 말한다 
부석사는 저녁노을이 좋다, 아직 
덜 나온 배흘림인 나는 천군만마로 
저 트인 산록을 덮쳐올 눈보라도 
괜찮을 것이라고 중얼, 중얼 

젊어, 돌아앉은 무량한, 무량의 부처는 
아직 뵙지를 못하고 답사만 무량, 중얼거리다가 
어, 부처가 돌아앉았다면, 그렇다면 
아, 세상도 돌아앉은 것, 나도 돌아서 있는 거라며 
중얼, 중, 얼하다가 
삿갓의 시력과 시야에만 마음 쓰는데 
또 한 배흘림이 부처 앞으로 돌아간다 
돌아앉은 부처 앞에 오체를 투지하는 
한 생애를 옆모습이 보여서 
젊어, 젊은 나는 민망스러웠다 

안양루 지붕이 삿갓으로 보일 때쯤 
돌아앉은 부처에게 나는, 다시 돌아앉으라고 
세상을 정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중얼거리며 
아무도 모르게 몸을 던져놓고, 돌아나온다 

뜬다는 것은 높이가 아니다 
浮石은 하나의, 그러나 분명한 틈일 뿐이라는 
부석의 소리가 그때 들려왔다, 높이 뜨면 
날아가는 것, 낮게 떠 오래 있어야 하는 법이라는 
무거운 부석의 소리가 

사과꽃 필 무렵, 다시 와서 보리라 
저 不和의 가람을 
부석의 불화 
부처의 불화 
당간지주와 배흘림기둥의 불화 
무량수전과 절집들의 불화 
사과꽃과 용맹정진과의 불화 
삿갓과 나의 불화 
나와 무수한 나의 불화 
불화끼리의 불화, 불화, 불, 화, 저 
이 모든 불화들이, 그런데 
아, 佛畵 
만다라가 아닐 것인가

                                이문재 시집 "마음의 오지"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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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김용택] 사랑

  • 등록일
    2004/11/02 21:23
  • 수정일
    2004/11/02 21:23

** 마흔 여덜편의 사랑시와 한편의 이별시가 담긴 김용택시인의 시집 "참 좋은 당신"에서 한편의 이별시를 적어봅니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을 둘 데 없이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객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라해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멀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시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김용택 사랑시 "참 좋은 당신" 중 한편의 이별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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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 등록일
    2004/11/02 20:33
  • 수정일
    2004/11/02 20:33

얼룩조개에 입맛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른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밭을 일구어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

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

두터운 벽도 이우소 못미더운 북간도 술막



온갖 방자의 말을 품고 왔다

눈포래를 뚫고 왔다

가시내야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해메이자

술을 부어 남심남시ㅐㄹ 술을 따르어

간난한 이야기에 고히 잠거다오

 

네 두만강을 건너왔다는 석 달 전이면

단풍이 물들어 천리 천리 또 천리 산마다 불탔을 겐데

그래두 외로워서 슬처서 초마폭으로 얼굴을 가렸더냐

두 낮 두 밤을 두루미처럼 울어 울어

볼술기 구름 속을 달리는 양 유치창이 흐리더냐

 

차알삭 부서지는 파도소리에 취한 듯

때로 싸늘한 웃음이 소리없이 새기는 보조개

가시내야

올듯 올듯 울지 안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아닌 봄을 불러줄께

손때 수집은 분홍 댕기 휘휘 날리며

잠깐 너의 나라로 돌아가거라

 

이윽고 얼음길이 밝으면

나는 눈포래 휘감아치는 벌판에 우줄우줄 나설 게다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자욱도 없이 사라질 게다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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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병란] 織女에게

  • 등록일
    2004/11/01 23:07
  • 수정일
    2004/11/01 23:07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가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번이고 새기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뺴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으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이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놀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시가 내게로 왔다 2" 김용택이 좋아하는 시 중에서....

 

간장 오타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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