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이 점점 아까워지는 구인사
(4)단양
(4)난 '종교'하면 바라는 편견이 있는 게 분명하다.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소박함과 더불어 경건함을 갖추길...
그러나 두 손을 모으게 하고, 절을 시키고,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요컨대 사람 위에 군림하기 위한 권위라든가 권력을 위해선 외관도 중요한건가?
요즘 종교단체 건물들이 다 크고 화려하기 그지 없지만
구인사는 비교적 최근에 가까운 1945년도에 세워진데다 특히 국내 유일 5층이라고...
지금도 워낙 수많은 신도들과 함께라서인지 건물들도 많고,
언뜻 세어봐도 7층 이상되는 건물이 한참 신축중이다.
기분이 참 묘한데, 왜 그러냐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닥 흉물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건물을 짓는 것 같아 다소 위험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어쩐지 중국의 저자거리를 지나다니는 기분도 들고...
소백산 기슭의 자연과 적당히 어우러져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일면 있으나 기존의 절 같은 느낌도 아닌 것이,
왠지 절이라하기보다는 차라리 궁이라 했으면 좀더 아름답다 생각하며 감상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왕은 보다 드러내놓고 권력적일 수 있는 존재잖아.
(물론 이 감정은 거의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대조사전에 올라가서 완전 깨긴 했다만...)
거의 도착한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멀리 산들 사이에 폭 싸인 처마가 보인다.
'저건가?' 싶어 한장 찍었다.
꽤 분위기 있어보이네?
근데 왠걸 가까이 가면 갈수록 '연개소문 촬영장'이라는 대형 현수막과 온갖 설치물들이 깔려있다. 요즘 단양에서 밀고 있는 관광 상품 중 하나...^^;;
들어가는 입구부터 4,5층 짜리 건물들이 즐비하다. 여긴 화장실 빼고는 다 3층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거의 맨 꼭대기에 있는 대조사전.
많~은 금칠을 하다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고, 가까이 가서도 생각보다 조화로운 색으로 칠해져 있어 보기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사실 부처도 일종의 예언자라 볼 수 있을 텐데, 상에 금칠해서 모시고 거기에 절하는 건 좀 이상할 수 있다. 특히 부처가 살아있거나 죽은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선 더욱 그렇겠지?
그래도 세월이 꽤 지났고 상의 모습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니 이제 부처상이라는 자체보다는 내면의 불심에 대한 형상화 정도로 봐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조사전 안의 상은 정말 기절초풍이었다.(촬영금지 만 아니면 찍어오는 건데)
상월원각 대조사라는 사람이 4,50년전 소백산 들어와 구인사 지었다는데,
바로 그 사람의 초상화와 금떡칠한 상이 모셔져있었다!
뭐랄까 너무 가까운 과거에 이 땅에 살던 사람을 저렇게 모신다는 게 엄청난 거부감이 드는 데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 상 보는 거랑 같다고 생각하면 되나?
오~~ 모르겠다. 하여간 상당 충격.-_-;;;
이날도 신도들이 북적북적 장난이 아니었지만 성수기 땐 더 장난이 아닌 듯...
새로 지어지고 있는 소백산 자락 완전 가려주시는 건물.
이 절경이 이 절에 점점 아까워진다는 생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절 중간 쯤 있던 뭔 탑의 하단 부분.
여긴 오래된 고풍스런 미같은 건 없다. 다만 기간이 얼마 안된 희한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황당함이랄까?
탑 외곽에 12지신이 둘러쳐져있는데, 왠지 사뭇 귀업다. 그중 이건 호랑이.
보통 쉼을 추구할 때는, 특히 여행이 함께 곁들여지기라도 하면,
속에서 우러나오는 극히 '하고싶은 일'만 하는 널부러진 상태가 조성되면서
온갖 잡스러운 생각이 파도치듯 밀려왔다가
어느덧 정돈되고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좀 이상하다.
쉬어야 한다는 필요성, 당위성, 요구 따위로 뒤범벅이 된 느낌이랄까?
몸을 잠시도 놀리지 않는데, 대체로 머리의 지시가 많다.
마음의 지시를 찾아야 하는데, 내 마음 어디로 갔는지...
며칠 전 단양에 가서도 쓸데없는 스케줄 계획에 너무 많은 소비를 했다는 생각이...
방에 종일 있어도 - 물론 밖으로 열심히 돌아다녔다해도 - 기분은 개운했을 텐데...
그래도 슬렁슬렁 걸어다니기 딱 좋은 날씨와 경치.
확실히 봄이다.
요즘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게 꽃인데, 색이 다들 예술이다.
원색에 가까운 모습은 정말 매혹적이라고나 할까?
단양읍에서 가장 가까운 고수동굴.
동굴은 우르르 들어갈 땐 괜찮은데, 혼자 다니기엔 확실히 스산하다.
도담삼봉 갔다가 멀리 보이는 이 공장 지대를 보고 놀랐다.
상당 침울한 미래도시의 하나를 보는 듯하다. 역시 영화나 애니도 바탕을 둘만한 현실이 간혹 있긴 한게야.
도담 삼봉은 정면보다 이 위치에서 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더불어 삼봉 중 하나의 봉우리 정자 뿐 아니라 언덕에 두개의 정자까지 어우러져 한 눈에 들어오니 더욱 운치있어보인다.
(삼봉 뒷편 언덕 위에도 정자 하나 더 있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위치는 걷는 자들만이 꽤 오래 감상할 수 있는 위치다.
차를 타고 오다가 이 위치 전이 되면 음악분수대라는 아주 이상한데 거대하기까지한 구조물이 당신의 눈을 버릴 것이며,
이 위치는 도착하자마자 0.1초내로 휙~ 지나 터널로 in해버릴 테니...
솔솔찮게 안개가 낀 아침의 풍경도 은근히 근사하다.
왠지 빨려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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