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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3, 14일차]자전거타고 앙콘비치로...

7월 28일

 

트리니다드 도착. 그냥 주변 구경. 칸챠챠라 마시며 음악 연주 구경. 칸챠챠라 진짜 맛있음. 강추!

 

7월 29일

인제니오스 계곡을 가기 위해 기차 정류장에 갔는데 오늘은 주말이라 운행을 안한단다. 게다가 혁명기념일이라 화요일에나 운행한단다.

그래서 그냥 증기기관차 구경하고 뭘할지 고민하다가 자전거타고 앙콘비치까지 가기로 했다.

3달러에 우리나라 철티비보다 조금더 안좋아 보이는, 기어도 없고, 드르륵 소리가 나서 약간 불안해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앙콘비치로 향했다.

출발은 좋았다. 거리는 약 11km정도 되는데 약간 내리막 길이라 그리 힘들지도 않다. 자전거를 타며 옆을 지나가는 아저씨와 얘기도 하고, 낚시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라이터를 빌려주려고 자전거를 세웠는데, 라이터를 빌리던 이가 앙콘비치는 되돌아 가야 한단다.

이게 웬일.... 할턴 나의 길치 능력은 쿠바에서도 발휘되어 어딜가던 한번에 찾아가는 법이 없다.

자전거를 돌려 가려는데 80년대 쌀가게 아저씨가 타고 다닐법한 자전거에 뒤에는 부인과 아이까지 싣고 가던 남자가 자기를 따라오란다.

한참을 따라가는데 글쎄 사람 2명을 더 싣고 가는 아저씨보다 내가 더 지쳐버렸다.

 

한참을 가다가 그의 자전거 바퀴가 펑크가 나버렸다.

나도 같이 자전거를 끌고 걷다가 이러다가 해수욕장까지 걷겠다 싶어 미안함을 무릎쓰고 먼저 갔다.

바다에 잠시 발을 담그고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있으니 그가 도착했다.

나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온것 같은데 맥주 한잔 사워야 할듯 한테 아이도 있고, 부인도 있고...

하필 그날 따라 돈을 조금 밖에 안갖고 나와서 조금 머뭇거리는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만 하고 가버린다.

약간 안심을 하고 바다를 걸으며 시간을 떼우다가 다시 모히또 한잔을 하고 있는데 그도 이제 집에 가려는지 되돌아 나온다. 그의 펑크난 자전거 뒷바퀴를 보니 그가 손으로 목을 그으며 고장났다는 표시를 한다. 아이고, 미안해라...

그래도 어쩌나. 내가 고쳐줄수도 없고... 고마움의 표시를 하려 해도 돈도 없고...

그는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되돌아 나간다.

나도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 나가는데 역시 돌아가는 길은 약간 오르막이다 보니 힘이든다.

길 중간에 나무 그늘을 찾아 자전거를 세우고 쉬고 있으니 지나가는 차며, 마차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피곤하냐며 웃으면서 한마디씩 건넨다. 서로 "올라"하며 인사도 하고...

 

아바나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100이면 90은 시가 사라느니, 살사 배우라느니, 아니면 찝적대던가 해서 나중에는 아예 고개를 푹 숙이며 다녔는데, 그 버릇이 여기서도 작동해서 최대한 눈을 안마주치려고 하다가, 잠시 이렇게 쉬며 그들과 눈을 마주치니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없다.

 

다시 힘을 내서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 또다시 오르막길이 나오길래 그냥 자전거를 끌고 갔다.

그랬더니 자전거를 타고가던 사람이 내 자전거를 보며 목을 긋는다.

"아니, 그냥 힘들어서..."

그랬더니 자기 자전거 뒤를 잡고 오란다.

그의 자전거도 별로 좋아보이진 않고, 나이도 많던데 또 폐를 끼칠순 없지.

"고맙지만 괜찮아..."

 

다시 걷는데 여행객으로 보이는 남녀가, 여자는 차 트렁크에 자전거와 자신을 구겨넣어 앉아있고, 남차는 자전거를 탄채 차의 창문을 잡고 편하게 가고 있다.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니 '부럽지?'하는 듯 씩~ 웃는다.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다.

길을 몰라서 헤매인것 까지 하면 약 25km는 달린것 같다.

도착하고 보니 안그래도 탄 팔이 더 새까맣게 되고 손등까지 탔다. 숙소에 와서 보니 얼굴도 장난이 아니다.

쿠바여행 열흘만에 옷이 닿은 부분은 아직 한국인으로, 옷이 닿지 않은 부분은 쿠바인으로 변해있었다.

살이 따갑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묻어나온다.

 

지금까지 쓴돈을 계산해보니 벌써 절반을 썼다.

조금더 긴축재정에 들어가야겠군....

오늘 저녁은 한국에서 가지고 간 스니커즈로 떼우고 다음일정을 점검하다가 갑자기 쿠바까지 와서 밤문화를 즐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향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그들의 문화인것을....

 

8시가 넘었는데도 밖이 환하다.

casa de la musica 앞의 계단에 앉아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는데, 그곳이 관광객이 많은 곳이니까 역시 경찰 한명이 버티고 있다. 한 술취한 남자가 그곳으로 올라가려 하니, 경찰이 버티고 서서 그를 막는다.

casa de la musica에 들어서서 모히또ㅗ 한찬을 마시고 있으니 연주자들이 속속 들어온다. 춤을추기 위해 정장을 빼입은 노인, 미국 패션의 젊은 남성들도 들어온다.

연주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그들은 나가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한 노인이 나를 부르며 춤을 추잔다.

춤? oh! no!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춤이고, 그 다음이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거라고...

손을 사방으로 휘저으며 싫ㄷ아고 하자 그는 다시 자리에 앉는다.

어느새 자리는 꽉차고 앞뒤 계단에 까지 관광객들로 들어찼다.

쿠바 남자들은 관광객 여자들에게 춤을 권하고 그녀들도 같이 춤을 춘다.

다들 왜 이렇게 잘추는거야.....

 

나는 그저 모히또 한잔에 그들을 구경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이래서 쿠바의 밤문화가 볼게 더 많다고 하는구나...

틀에 박힌 박물관 구경은 뻔하고, 어떤 곳은 허접하기까지 한데... 밤의 그들은 활기차고 생기있고...

오전 일과의 피로를 이렇게 음악과 춤으로 푸는구나... 우리가 소주 한 잔에 일상의 고통을 털어내듯....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 혼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것도 미안하고, 또 춤추자고 할까봐 자리를 떴다.

멀찌감치 떨어져 담배한대를 물고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니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chan chan"

연주실력은 별로군...

그것을 위로로 삼으며 다시 숙소에 돌아와 쿠바여행의 목적(쿠바여행의 목적이 생각났다...흐흐흐)이었던 바야모로 향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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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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