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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일차] 토론토행 비행기 안에서...

그동안 써놨던 일기 다 옮겨놔야쥥....

 

7월16일

 

내가 쿠바를 왜 가려고 했더라?

그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한달여를 일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누가 문득 물어봤다.

"왜 쿠바를 가려고 하니?"

"음..."

생각이 안난다. 왜 하필 쿠바였더라...

어쨋든 쿠바를 가려고 결정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운동이란 것에서 그렇게 한발짝 물러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FTA, 금속총파업, KTX, 이랜드-뉴코아...

6개월여 동안 많은 집회, 투쟁이 있었지만 난 아무곳도 가지 못했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몸은 갈수 없었다.

그래도 살아지더라...

나중엔 생각도 멀어지더라...

그것이 무섭긴 했지만 나의 현실이었다.

FTA보다, 짠돌이 사장이 더 짜증났고, 금속파업보다 옆의 동료직원이 더 신경쓰였다. 그렇게 여행직전까지 정신없이 일만했다.

 

주말에 잠시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잠만자고, 일요일 저녁에 눈을 떠 부랴부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막상 출발시간이 다가오니 정신이 없다.

 

해외여행이라곤 처음해보니...

에어캐나다를 타니 승무원도 외국인인데...

옆자리 여자가 한국인이긴 한데 계속 이어폰 꽂고 음악만 들으니 말도 못부치겠다.

말을 못한지가 벌써 5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첫마디 했다.

뭐먹을 꺼냐는 노란머리 승무원에게

"beer!"

입에 거미줄친지 5시간 만에 겨우 내뱉은 말이 "beer!"라니... 윽....

2시간 뒤, 밥을 준단다.

방송으로 치킨과 쇠고기 중에 선택하라고 나오길래 속으로 생각한다.

'치킨 먹어야쥐...'

이제 두번째 말을 할수 있겠군.. 속으로 20번을 중얼거렸다.

'치킨 플리즈~ 치킨 플리즈~'

그러나 웬걸...

치킨이 다 떨어져서 묻지도 않고 쇠고기를 덜컥 내려놓네...

 

어쨋거나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지만 돈없는 여행자라 열심히 먹어두고 있는데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좌석에 앉아 먹고있는 모습을 보니...

앞의자에 머리를 박고 고개를 푹 숙인채 먹고있는 모습이... 비싼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 순간 산업인력공단 동지들이 파업하던 당시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그날은 겨울이었다.

동지들이 파업농성중이던 곳으로 가서 인터뷰를 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우리들의 식탁은 눈이 소복히 쌍인 농성장 주변에 있던 차가운 벤치였고, 밥은 하늘에서 내리던 눈과 뒤섞여 뜨거운지 차가운지 조차 모른채 입안으로 들어갔다.

 

먹는 모습만 보면 당시 파업노동자가 차가운 벤치 위에서 식판을 놓고 먹는 모습과, 비싼 비행기 좌석에 앉아 와인 한 잔에 쇠고기를 퍼먹는 모습이 비슷하긴 한데, 더 우스꽝 스러워 보이는 건 비행기안 사람들이니...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니 담배나 한대 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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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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