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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한숨.
그녀의 그리메.
눈 벌개진 채 눈물 일렁인다.
담배연기처럼 한숨, 쉬고 다시 내쉰다.
시간을 구획짓는
그녀의 근심
온세상을 그늘
지운다.
" 왜 그래? "
" 그냥..."
그녀가 좋아하는 이탈리안식 레스토랑에서 런치메뉴라도 값싸지 않은 파스타를 먹어주었건만 아이스커피의 얼음을 지걱거리며 창을 보고 있는 그녀.
도심의 거리를, 아니 창틀 정확히는 창의 문짝을 보고 있다. 프로방스풍의 갤러리창의 문짝과 격자들을.
" 전원주택이 너무 비싸. "
" 그렇겠지..."
함께 슬퍼해주어야 하니 말끝 흐려준다. 거기 비싼 줄 언제 몰랐었나...
" 학교 근처에 작은 집이 있는데. "
그녀는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된 듯한 작은 집이 학교를 멀지않게 쳐다보며 턱 하니 있더라...한다.
방 두 개와 그 방들을 합친 정도의 거실, 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화시켜 구석에 밀어놓은 작은 부엌.
하지만 씽크대에서 내다보는 작은 창으로 널따란 앞마당이 다 들어오니 족하다며.
거실이 테라스를 가진 명품 전원주택은 아니나 넓은 창 앞으로 통나무로 만든 야외테이블이 있으니 그 또한 족하다며. 흔하게 지어진 하얀 스틸하우스도, 불안한 목조주택도 아닌 연한 감빛의 조적조의 신축이니 가히 탐낼만 하다며 한숨을 내리 내쉰다.
" 얼만데? "
" 2억 6천 부르더라구. "
" 20평이라며? "
" 대지는 200평이야. "
" 그래..."
" 평당 100만원은 다 넘더라구. 그나마 작은 집이라 그정도 가격이야. 난방도 심야전력이구. "
" 심야전력? "
" 한전에서 싸게 공급해주는 건데, 요즘은 허가를 안 해 준대. 신축들은 거의 가스통 배달해서 쓰거나 기름보일러나 뭐...펠렛이라나 그런게 나왔다던데...암튼 심야전력이 난방비 젤 적게 든대. 양평은 추워... "
추위에 약한 그녀. 겨울마다 가스요금과 실내온도 사이에서 방황하더니 상당히 주의를 기울인다. 심야전력이 아닌 건 유감이지만. 하면서 그녀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졌으나 걸어는 갈 만한 또 다른 집에 대해 얘기한다.
" 칠천만원이래. "
" 뭐? "
그녀, 생긋 웃으며.
" 집만. "
뭔 소린지...
" 그럼 땅은? "
"남의 땅인데, 개인은 아니고. 뭐 시유지 같은 개념이지. 도지세를 조금 내면 된대. "
하이고...
그녀가 그렇게나 땡겨하니. 모처럼 일없는 휴일 아침 문자 주고 받다 통화 좀 하고 같이 나섰다.
음. 한시간...10분 걸리는 군.
" 지하철역에선 10분 안 걸려. "
" 그래? "
" 물론 차로. "
과연, 택시 타니 10분 안 걸려 떡하니 집 앞으로 모셔다 준다. 그래...서울에서 어디에 살든 지하철역 이용하고 도보 10분 안 걸리겠냐. 안 걸리면 역세권이니 비싸지...울 집은 15분 이상 걸린다...
과연...칠천만원짜리 집은 그 주변의 전원주택, 2층 집에 넓은 데크에 연초록의 잔디가 깔린 마당, 아니 정원, 아니 그냥 대지라고 말해야 도심 속에서 가끔 보는 마당이나 정원 딸린 주택들과 다르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전원주택들을 부러워하며 열등감에 빠질 것 같은 그런 구옥이다. 30평이니 넓기는 하다만...
" 웃풍 있을 것 같지? "
그녀는 역시 난방 걱정. 85세 할머니의 안방에 놓인 검은색 자개장이며 거실창 아래의 돌로 된 베란다와 하늘색 패치워크의 욕실 바닥 타일이 현관에도 똑같이 깔려있는 것을 눈에 담으며 그녀는 쓴웃음을 짓는다.
" 1970년대의 전형적인 단독주택이네. 서울 변두리에 흔하게 남아있는. "
파란 철대문과 마당을 발라버린 시멘트바닥을 내려다보며 싸긴 하지만...나중에 매매도 잘 안 될 것 같고...기와지붕 얹힌 시골농가라면 모를까 슬레이트 지붕에 시멘트마당에 더하여 언덕 위 코너의 완경사에 세로로 걸쳐진 대문이라니...완전 월곡동 산 1번지야. 하면서 하하 웃는 그녀, 허탈한 시선을 막골의 골짜기 사이에 들어찬 허공으로 던진다.
그래도 그녀는 며칠이나 고민을 했단다. 평지의 2억 6천과 그 4분지 1이라 해도 좋은 7천만원 사이에서. 후자의 경우가 사실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 2억을 대출받을 수는 없쟎아. 하면서 실소하는 그녀. 아, 어떡하지. 하면서.
뭘...뻔한거지...
원래부터도 현실성이 없었는데. 그녀는...
그럼에도 계속계속 생각하고 있다. 자꾸 쳐다보면 확신이 생기고 길이 보일 지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정말이 될 지도 모르쟎아. 하면서.
정말로...그녀는 어느날 휙 이사가고 없을 것 같다.
그녀의 한숨이 계속되기를.
그 눈물 계속 훔쳐주며
곁을 지킬터이니.
헌데...눈 벌개진 한 쪽 눈이 아프다면서 또 눈병이 난 것 같다고. 봄에 한 번 났던 눈병이 재발했나. 요즘은 이런저런 알러지가 다 달려드는 것 같다며. 한시간 넘게 한산한 지하철 속에서 에어컨 바람 속에 앉아있더니 코를 흥흥 거리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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