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만큼, 그야말로 나라 꼴이 총체적 난국이다. 입 달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마디씩 하고 있는지라 (그것이 진지한 신문칼럼이건 술자리 뒷담화건) 뭐 어줍잖게 입벌리는 것조차 머쓱할 지경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빌미삼아 진행되고 있는 예의 그 구조조정 드라마에는 도저히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구조조정은 인력감축, 즉 해고와 동일시 되고 있으며, 더 많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 피치못할, 혹은 바람직한 방향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도대체 경영이 뭔가?
애들 장난도 아닌데, 장사 좀 된다 싶으면 대충 사람 뽑아 쓰고, 인력이 좀 남겠다 싶으면 그냥 잘라버리고, 이거 아니네 싶으면 다시 뽑고.... 이게 경영인가? 이거 하는데 대학 4년과, 그것도 모자라 MBA, 박사학위들이 필요했던건가?
이렇게 무차별적 해고를 감행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경영상태는 일시적으로 완화될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현재의 대량 인력감축 사태를 맞아 의료보험 없는 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개별 가구가 부담하거나 혹은 사회보장 지출을 통해 보상될 것이다. 인력감축을 감행한 기업으로부터 사회, 혹은 개인으로 비용이 전가되는 것이다.
예전에 월마트가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아 많은 이들이 메이케이드에 편입되자, 시민사회 (소위 납세자들)는 바로 이를 문제삼아 월마트를 공격했다. 기업이 할 일을 공공에 전가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사회에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하위그룹을 몇 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실업은 비단 금전적 측면에서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행복과 건강 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실업의 비금전적 측면이 직접적 소득 감소보다 7배나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실업과 관련한 비용-효과 분석에서 이 부분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숫자로 나타나는 300명 감원, 15% 인원 감축...
이것이 300 가구의 슬픔과, 나와 비슷한 15% 시민들의 눈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런 뉴스를 보면서 '잘 하고 있구나'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것은 노동력 1단위가 아니라 따뜻한 심장을 가진 노동자, 인간 아무개 씨 아닌가 말이다.
그러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행복 지수는 예외적으로 낮고, 자살률은 또 예외적으로 높고, 어딜 봐도 적자생존 정글이다.
무작정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이 엄청난 만행은, 제발 좀 거두어주셨으면 한다.
(내가 도대체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댓글 목록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마침 지금 논문에 국문초록을 쓰면서 OECD얘기 했는데...한국은 OECD에 가입한 29번째 나라이고, 가입국가중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1위인 나라..제 논문 주제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로 인한 구조조정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와 그로 인해서 나타나는 '노동빈곤'의 문제거든요.. 인간의 가장 기본권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하고 생각하는데, 그 행복은 과연 어디서부터 오느냐가 문제라는 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차피 내 노동력을 팔아야 하루하루를 살아 갈 수 있는데 하루하루를 살아갈 동력인 내 노동력을 팔 수 있는 곳이 없다면(사가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빼앗는거 아닌가 하는...말하자면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 사회라는게 얼마나 심각한 병폐를 불러 오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쩝~ 드뎌 졸업입니다...^^부가 정보
지나가다
관리 메뉴
본문
97년의 그 사태를 겪고 나서 "상생"이니 "고통분담"이니 하는 게 말짱 다 거짓말이구나 라는 걸 사람들은 깨달은 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들어 많은 이들이 더 노골적으로 이기적으로 되어 환상적 이데올로기 대신 아파트와 펀드와 사교육에 몰두하며 "각개약진"을 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었죠.그래서 다시 한 번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그때엔 사람들의 대응은 달라지지 않을까. 자본과 권력은 늘 그렇듯 환상을 설파하겠지만 사람들은 "두 번은 안 속는다"고 외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10년 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네요. 에혀...
부가 정보
조지콩
관리 메뉴
본문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뭐라 말을 해야할지....ㅠ부가 정보
mercury
관리 메뉴
본문
오늘도 인터넷신문은 갑갑하고 열받는 얘기로 도배가 되어있더군.. 도대체 이 나라는 언제나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는 사회가 될러는지...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스머프/졸업 축하드려요. 결실의 한 해를 만드셨군요!!!지나가다/ 그래도, 결코 전과 같은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완전 모르고 당했던 거라면, 이제는 쪼금 알 것도 같은데 여전히 당하고 있다는 ㅡ.ㅡ
조지콩/ 말씀을 하삼!!!
mercury/ 전국민 스트레스 지수 상승이야. 박정희 전두환 때 이랬을까?
부가 정보
mercury
관리 메뉴
본문
박통 전통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정보의 소통이 빠르지 않았으니까.. 스트레스는 덜 했을것같은데.. 결국 모르는게 약이라는게 결론인가.. 쩝..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