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이 나이가 되도록 운전면허가 없으면 특별한 신념 때문에 (이를테면 생태주의) 그리 된 줄 짐작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무면허 성인들은 '그냥' 면허를 못 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간에는 운전이라는 피로까지 감당하기 싫어서 일부러 취득을 안 하는 분도 있다만, 이런 분들은 주변에 항시 기사노릇할 누군가가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는 좀 다르다 할 수 있다.
드디어, 장양이 면허를 취득하고 지지난 주 떡하니 새 차를 끌고 나타나셨다.
크고 선명한 화면과 아름답고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네비게이터는 기사님의 관심을 조금도 얻지 못했다. 그분은 아주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운전을 수행하셨던 것이다. 이를테면, 나비가 3백미터 전방 우회전이라고 열번을 이야기하고, 화면에 대문짝만한 화살표가 나타나도 승객들이 화들짝 놀라 '아냐... 여기서 우회전!!!'이라고 비명을 지를 때까지 기사님은 항상 곧은 마음으로 직진만 하시고는 했다.
그럴 거면 저 비싼거 뭐하러 붙여놨냐는 나의 힐난에 그분은 대답하셨다.
"속도 위반 하게 될까봐, 그거 들으려구"
(ㅡ.ㅡ) 속도 위반 좀 해봤으면 좋겠구나 친구야....
더구나, 우리 승객들에게 부당한 칭찬을 너무 강요했다.
"생각보다 잘 하지 않냐? 잘한다고 칭찬 좀 해봐"
그래서, 그 때부터 제대로 할 때마다 '참 잘했어요' 별을 한개씩 주었다.
좌회전 한 번 하면, 참 잘했어요.
유턴하면 참 잘했어요.
차선 바꾸면 참 잘했어요.........
별 열개 모으면 선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강릉 테라로사 까페 데려가서 커피 한 잔 ㅎㅎ), 자칫하다가는 클나겠다 싶어서, 승객들끼리 잠시 대책회의를 했다.
그래서 원칙을 좀 바꿨다.
별 열개 모으면 '큰 별' 한개, 큰 별 열개 모아야 선물~~
음하하....
기사님은 승객들의 발표에 분노의 괴성을 지르며 발광 했지만.. 어쩌랴...
핸들에서 손가락 하나 뗄 수도, 고개를 잠시 옆으로 돌릴 수도 없는 "생"초보인 것을 ㅎㅎ
그래도 밥 먹고 돌아가는 길에 우리 엄마 집까지 모셔다드리는 거에 '큰별 두개'를 주겠다고 했더니만 좋아라 한다... 운전에 너무 집중해서 뇌의 일부가 비어버렸나봐 ㅎㅎ
헤어지고 나서 승객 장양이 전화했다.
"너 큰 별 너무 남발했어. 어쩌려구 그래?"
나는 답했다
"아냐, 이제 당분간 안 만나면 돼. 다 까먹을 거야 걱정마"
우리는 이 애틋한 우정을 저 멀리 금문교 너머에 살고 계신 주먹도끼에게 전달해주기로 했다. 도끼야... 잘 읽었냐? 상황파악 다 했지?
댓글 목록
바다소녀
관리 메뉴
본문
푸하하하 넘 웃겨!!아무튼 유머 감각까지, 정말 팔방미인이시라니깐!!
좀 명희 스럽게 살아봐야겠다.
내가 요즘 닮고 싶은 사람 리스트 작성 중이거든.
도끼님은 나도 아는 분?
잘 지내시죠? ^^
부가 정보
그 장양!
관리 메뉴
본문
김양..내너무한가해 당신브로그도 들어올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모양이군..사실을 이리 왜곡하다니..촌철살인이 갑자기 뇌리를..
요리못하는 와이프요리 맛있다며 그나마 매일 밥얻어먹으려고 아부하는 남편처럼..잘한다잘한다..별을 남발하던 당신들이 아니였나? 내 그날밤 오른발이 저려 잠을 못잤거늘..그래서..송기사떠난 서울에서 누구차를 타시려는건가?
부가 정보
hongsili
관리 메뉴
본문
바다소녀/ 도끼는 잘 지낸다오 ㅎㅎ그 장양/ 어맛, 기사님께서 여기 어인 일로? 포스팅의 내용은 '시적 허용'으로 이해해주시와용 ~~
부가 정보
스멒
관리 메뉴
본문
조용히 살고(블로그홈에 안올리니까) 있어서 자주 못들어 오네요. 나는 운전하는 여성들에게 존경을! 그 험한일을 여자가 하니까...ㅋ부가 정보
mercury
관리 메뉴
본문
음하하하...장양이 큰별 두개와 작은별 두개 받았다면서.. 본인이 얼마나 칭찬을 받았는지 얘기할 때 좀 이상하긴 했는데...수고했다.. 친구들... 그래도 이 송기사가 돌아갈 때까지 잘 다독이며.. 타고 있으시게나.. 강릉 잘 다녀오시고... 그것도 "그 장양"은 꼭 갈 모양이더라구... 화이팅!!!
아 그리고 바다소녀님... 혹시 동해의 그분?? 이곳에서 이렇게 안부를 확인하다니... 나중에 대전가면 뵈요..^^
부가 정보
승객 장양
관리 메뉴
본문
언제 커피먹으러 가? 진짜 갈 수는 있나?? 음~~~아무리 생각해도 지난번처럼 별 남발하면 그장양 커피집 차려줘야 할 것 같아...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스멒/ 운전이 '여자가 못할말큼' 험한 일인가요???mercury/별 받았다는 자랑을 우리 엄마한테도 했더라. ㅡ.ㅡ;; 울 엄마가 별이 뭐냐고 물어보시더군...
승객 장양/ 이제 면허도 땄겠다, 트럭으로 강남 사무실 가를 주유하며 이동 커피집하면 되겠네 ㅎㅎㅎ 바리스타 소원 풀겠다..
부가 정보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내 덧글이 홍실이가 이해한 대로 받아 들일수도 있겠지만 막상 내가 운전을 해보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거라서 한 말이예요. 전쟁터에는 남자만 가니까...ㅎㅎ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스머프/ 제 답변이 좀 까칠? ㅎㅎ 그리고 전쟁터에는 남자만 가는 것도 아니랍니다 (더욱 까칠 ㅎㅎㅎㅎ)부가 정보
스머프...
관리 메뉴
본문
귀엽게 봐줄랬떠니 진짜...결론은, 운전 하기 싫다고!! 피곤하거덩~ 쩝....
부가 정보
그 장기사
관리 메뉴
본문
그럼 나 커피장사 해야해 아님 전쟁터에 나가야 해?정해만 줘!
부가 정보
mercury
관리 메뉴
본문
어째.. 그놈의 까칠함은 나이가 들어도 없어지질 않는지.. 그러면서 자기가 까칠하지 않다며.. 언제 까칠하냐고 물어볼 때는 할 말이 없지... 글구.. 장양이 딴 면허로는 트럭운전 못할껄?? 커피장사는 웬만하면 포기하고 전쟁터도 겁많아서 안될 테니...열심히 회사나 다니셔...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스머프/ 온라인상이라 그나마 친절하게 답한 편임(^^). 저도 운전하는 거 별루 안 좋아라하긴 해요그 장기사 + mercury/ 전쟁터에 나가면 적군보다는 우리군 사기를 훨씬 더 떨어뜨릴게 분명하니, 일단 전쟁터는 안 될 거 같고, 그냥 모바일 다방 어때? 2종 보통면허도 1톤 트럭은 몰 수 있어. 트럭이나 승합차 연수는 내가 시켜주마 ㅎㅎㅎ
부가 정보
승객 장양
관리 메뉴
본문
음하하하...이런이런 운전자 장기사, 그리고 맹아...수원 촌년이 만난 커피 먹구퍼요. 그럼 자익사 별 없이 강릉 가줄라나...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승객 장양/ 당신 중국 출장 끝나고 돌아오면 꽃놀이 가기로 결정했음. 나는 기차타고 맘 편하게 가고 싶다. 당신도 그렇지?부가 정보
승객장양
관리 메뉴
본문
중국에서 우박과 눈보라를 뚫고 왔더니 서울에 꽃이 피었네...그래도 나는 춥다.부가 정보
홍실이
관리 메뉴
본문
승객장양/ 마음이 추운 게야... 벚꽃 눈이 날릴 즈음, 어데로 가보세..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