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망한 선택의 책들
- hongsili
- 02/23
-
- 그림이 많은 책들(1)
- hongsili
- 02/16
-
- 계급 남아있기 혹은 건너뛰기
- hongsili
- 02/14
-
- SF 중단편들 숙제
- hongsili
- 02/13
-
- 바스크 나들이_마지막
- hongsili
- 2024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영어 시간에 강사인 매튜가 알려주기를 최근 하워드 진의 새 책 Voices of a people's hitory of the United States 이 발간되었는데, 기념 행사가 이 근처에서 열린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매튜 왈, 자기가 이 양반을 진짜 존경하는데, 나이도 이제 일흔을 넘었고, 아마도 이번에 보는게 평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라 했다. 듣고 보니 그럴거 같기도 하고, 실제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가보게 되었다.
가보니 예상과는 좀 다른 행사였다. 대강당에서 열리는 하워드 진의 강연회인줄로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동네(Somerville)의 소극장(지역 행사가 많이 열리는 듯했는데, 규모는 대학로의 학전보다 조금 작은 정도..)에서 낭독회 겸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졌고,예상했던 방식의 "강연"은 없었다. 시작 무렵에는 바람잡이 겸 해설자의 한바탕 원맨쇼가 열려서, 정말 어리둥절(ㅜ.ㅜ)했다. 이거 무슨 시골 악극단 공연도 아니고...
이번에 발표된 책은 하워드 진이 직접 저술했다기보다 책 제목대로 미국의 민중운동사에 길이 남을 "민중"들의 목소리를 모아놓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16세기부터 2003년까지 포괄하고 있으니 광범위하기도 하다. 여기에는 노예제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법정에 선 흑인의 변론, 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는 미국 IWW의 연설문, 최근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 집회나 문화행사 등에서 시 낭송을 하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산문을 읽어주는 행사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는데... 워낙 연설문, 편지, 이런 것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낭송 자체가 주는 울림이 정말 굉장했다.
한편, 중간의 소개말과 강독이 끝난후 질의 응답 시간에 보여준 진의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낙관에 차 있는, 조금 전의 격렬한 연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람들 질문하는 것을 들어보니 웃겼다. 도대체 왜 미국인들이, 특히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부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냐... 우리만 궁금한줄 알았더니, 자기네들도 그게 진짜 궁금했었나보다. 진의 대답은, 부시의 어젠다로부터 benefit 을 얻는 사람이 있고, benefit 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시가 감세를 내세우는데, 그게 무슨 내용인지는 대개 소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막연하게 자기 세금이 깎이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그가 가진 낙관주의의 근원에 대해서 물어봤다. 낙관주의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진은 우리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이걸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의 운동이 결정할거란다. 부시를 찍느냐, 케리를 찍느냐가 아니라 백악관 밖에서 벌어지는 사회, 진보 운동이 사회의 발향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전반적인 노예해방 운동의 맥락 속에서 링컨이 마지못해 실제적인 조치에 나설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낭송과 질의 응답이 끝나갈 무렵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 정말 형형한 눈빛을 가졌구나
둘, 이제 곧 세상을 뜰텐데, 안타깝구나 (피에르 부르디외, 에드워드 사이드, 얼마 전에 자크 데리다... )
셋, 뛰어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된 운동으로서 그는 무엇을 해왔을까?
넷, 미국 사회 진보 운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면 대개 머리가 희끗해진 68 세대로 짐작되는 이들... 물론 젊은이도 있지만... 심지어(!) 민주당만 지지해도 "radical"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국 진보진영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의 실천은 무엇일까...
다섯, 미국 공식(?) 역사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특히 셋째, 넷째 궁금증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좀 확인해볼 문제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정말 사인을 받으셨나보군요? ^^ 저도 네번째 의문에는 호기심이 일어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이미지가 워낙에 불량스러운 탓에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진보운동은 왠지 필이 잘 오지 않습니다. 부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제겐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거기에 대해서 포스트에 올려주시겠어요?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축하합니다. 근데 사진을 보니 더 늙은 것 같군요--;; 데리다가 죽었을때 오비츄어리를 썼었는데요. 그날 술먹으면서 사이드, 부르디외, 스위지, 데리다 다음 차례는 누굴까 하고 방정맞은 이야기를 나눴지요. 진 하고 촘스키 까지 가버리면 미국에 진짜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누가 그 역할을 할라나....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그가 쓴 <미국민중사> 또는 <미국민중저항사>는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번역된 바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금은 없어진 <전국노동단체연합>이라는 노동단체의 기관지 <노동전선>에서 진의 책 내용을 나누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하버드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Health marxist Organization(HMO)이라는 연구자 조직이 있었습니다. Navarro, McKinlay, Waitzkin 같은 사람들이 참여했었지요. 저도 그 이후 학술운동가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여기서 민주당만 지지해도 radical이라고 생각하는 거나, 한국에서 노무현 보고 좌파 정권이라고 하는 거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그리고 다섯 번째 의문은 내가 풀 수 있도록 해 주지요.”Lies my teacher told me: Everything your American history textbook got wrong”라고 하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갖고 있는데, 내용이 괜찮아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얼마나 엉터리인가에 대한 것이니까 오다 가다 한번 들어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될 듯 (하워드 진이 추천글을 썼지요 아마).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토끼님/빌려주세요. 근데 다 들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텐데.. 천천히 돌려드려도 되나요?자일리톨, 최용준님/궁금하시죠? 누구 좀 잘 아는 사람이 요약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하여간 좀 찾아보고 새소식 있으면 올려드릴께요
molot님/방정맞지만 저도 그런 생각했답니다. 필요한 사람들은 꼭 일찍 가더라구요 (그렇다고 남은 사람들이 필요없단 소리는 절대 아님 -.-;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본문 글 하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여기 써도 되나? *^^*책(부유한국가 불행한국민) 잘 받아 잘 읽고 있다는 이야기 할라꼬, 이렇게 불쑥 나타났슴다. 감사!! 감상문(특히 번역에 대한)은 나중에.
국정감사 끝나고 예산도 한번 해볼라고 준비하던 중 아니나다를까 또 국회의원들이 개기는 바람에 참말로.... 마음은 가끔씩 한국 이야기, 당에 대한 고민도 같이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제가 그렇습니다. 잘 지내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그곳도 추워질텐데 몸조심, 건강조심하세요. ~~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최은희샘, 안부는 방명록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우린 조만간 만날 운명이라고 하더이다. 바쁘시더라도 꼭 와주세요. 어디냐고요? 노사참여... 공청회 말이예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