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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당찮은 악몽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니까 어찌나 피곤하던지...
세상에..
울 엄마가 나를 덜컥 결혼시켜 버리려는 것이었다.
물어보지도 않고 청첩장까지 찍어놓았는데, 나는 그 날 아침에 사연을 알게 되었더라는...
그래서 아주 생쑈를 했다.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근데 사실
울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권력 관계에서 약자에 놓인 사람 (무의식에서라도)가 보이는 행태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서럽고 감정이 북받쳐도 (그것이 억울함이던 슬픔이던) 자신보다 약자를 앞에 두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편한 친구를 마주보고 마음을 털어놓으며 우는 것은 물론 예외...
꿈에서는 울 엄마가 시큰둥 하고 내가 울며불며 거의 악다구니를 썼는데..
현실에서는 가능성 제로 퍼센트의 이야기다.
엄마와 나 사이의 권력 관계가 역전된 것은 이미 수십년(?)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며칠 전 해미의 포스팅도 관련이 있고,
어제 오후에 엄마한테 온 전화에 대고 내가 왕 까칠하게 대한 것도 뜨끔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레파토리는 맨날 비슷하다. 주변 누군가의 못돼먹은 행태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들, 누구누구한테 섭섭했던 이야기, 아님 누구 아픈데 어느 병원 가야되는가 하는 이야기들... 첫 마디 들으면 다 알 지경 ㅡ.ㅡ
하여간 웃긴 일이다.
평소의 나라면 실실 웃으면서 두 가지 중 하나의 대답을 했을텐데...
"맘대로 하슈. 난 안 갈테니" 혹은 "그렇게 좋음 엄마가 가요. 난 안갈거니까"
어쨌든, 꿈인데도 이렇게 피곤하니,
감정 풍부한 사람들이 관계로부터 받는 상처와 감정의 소진은 정말 견디기 힘들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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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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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비결에다 꿈까지 꾸고... 뭔가 조짐이???부가 정보
통통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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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좀 있는 사람과 좀 없는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요인혹은 유전자인지 궁금, 홍실이는 아무래도 유전자가 아닐까?부가 정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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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벤트에 당첨된자가 물건너에 있다고 '오향장육과 이과두주 한병'도 물건너 간겁니까? 너무 시시하네요~ 쩝.....(번개라도 치시면 갈텐데...ㅎ)부가 정보
L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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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갑자기 니가 면사포를 쓰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해봤다. 중학교때 치마입었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는구나.;; 푸하하.부가 정보
나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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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누나도 꿈을 꾸시는군요... -.,- 울며불며 이야기하는 것이 꼭 권력관계따라 가지는 않은듯도하죠... 그나마 인간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경우 혹은 그런 관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인듯...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눈물이 없어져 버린 지금 더욱더 까칠해진 나를 느끼게 되는듯도 하고... 흠....부가 정보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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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오늘 Social Intelligence라는 책에서 들은 건데, 개인의 특성이 유전자인지 사회적 요인인지를 따지려는 것은 직사각형의 면적을 재는데 가로가 더 영향이 있는지 세로가 더 영향이 있는 거를 따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둘다라는 얘기... 좀 뜬금 없네...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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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 통통이엄마/ 때아닌 학술 논쟁 ㅎㅎㅎ스머프/ 다음달 쯤 당첨자 모임이 있을듯한데요.. 기다려보삼.
Lois/ 그런 모습을 실제로 볼 가능성은 만무하니 너무 걱정마셈ㅎㅎ
나후/ "누나도 꿈을" 이라니.. 안드로이드도 전기양의 꿈을 꾸는 마당에 나라고 꿈도 안 꾸겠냐? 나를 완전 인간 황무지로 보는구나! 근데, 너 요즘은 안 우냐? 안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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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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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에 스승께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 하고 야단을 치는데 너무 짜증이 나서 운 적 있다. 왜 그렇게 야단치는 지 알고, 그 때 내가 수석전공의니까 대표로 야단맞는거란 것도 알았지만, 마구 마구 짜증이 나더라. 우는 이유는 여러가지...부가 정보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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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전화에 대한 대답이 우찌 저랑 이리 같으실지...역시 권력관계의 역전 때문인가요? ㅎㅎ 저도 수십년은 아니지만 십수년은 되는 듯함.부가 정보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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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에 있었던 '사랑은 두뇌의 화학적 작용이다'논쟁처럼, '결혼은 가족의 유전자적 작용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물론 그런 환원주의는 다채로운 삶의 생활세계와 사회적 환경을 설명할 수 없겠지만 말이지요.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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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저도 고등학교 때 선생한테 맞고 운 적 있삼. 선생이 환자였는데 저기다 대들면 쓰러질까봐 대들지도 못하고, 속터져서... (물론 나중에 징하게 몇 번 속을 박박 긁어 복수하기는 했지만 ㅎㅎ)자유인/ 어렵삼. ㅜ.ㅜ 허나, 가장 친근한거 같은 가족공동체에서조차 권력관계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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