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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가 "행복해지기를 두려워말자"라는 슬로건으로 성공하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은 다른 이들처럼 가슴이 설랬다.
수십만명이 모여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를 외쳤던 포르투 알레그레의 "전설"또한 얼마나 가슴벅찬 이야기였나...
하지만 조금씩 상황을 알아가면서 (특히 제임스 패트라스 등의 비판)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고, 특히 한국사회와 관련하여 그 함의가 엄청나다는 생각을 자주 했더랬다.
그래도, Radicals in Power 같은 책에서는 특히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PT 가 경험했던 시련과 성공/실패의 과정들을 비교적 긍정적인 관점에서 (= 우리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어쨌든 이만큼이나 한게 어디야)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쳇, PT는 좌파도 아니야"라고 폄훼하기 어려운, "radicals in power"가 처한 현실에서의 딜레마들이 잘 그려져 있다.
오늘 FundaCentro (말하자면 산업보건안전연구원, 미국의 NIOSH?)에서 일하는 Thais 를 만났는데, 그녀가 20년 PT 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쨌든 (!) 착잡하더라...
현재 여기 브라질에서 노동안전보건 정책의 방향은, 구체적인 규제들은 완화하되 광범위한 비공식 부문의 비정규 노동자들을 산별 노조로 포함시키면서 전반적 지위와 교섭력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란다. 하지만 의료보험이나 유급 휴가 등에 대해 "brazilian cost" 운운하며 노동자 권리의 전반적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무지 강하고 (만국공통 현상 아닌가 ㅡ.ㅡ), 실제 안전보건 규제를 집행하거나 단속할 인력이 말도 안 되게 부족한지라 현실은 상당히 암담하단다.
안타까운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소위 "개혁"을 현 PT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며(선거가 있잖수 ㅡ.ㅡ), PT 내부에서 정파간 알력이 심하고 모든 사안들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물론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어딨나) 학술/기술 분야마저도 당의 소위 "낙하산 인사"가 빈번하게 자행된다는 점이다. (운동진영의 PT 에 대한 지분 요구는 위의 책에도 상세하게 기술)
이를테면, 연구 기관인 FundaCentro의 디렉터도 노동안전보건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오랜 경력의 노동운동가가 낙점되어 전문성이라고는 빵점인데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게 더욱 문제란다ㅡ.ㅡ), 예산이 축소되고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여기 직원들 자체가 많은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단다 (그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여기 노동자들이!!!)
그리고 좀더 미묘한 문제도 있는데....
PT 혹은 노동운동 진영의 상층부(CUT)가 권력화하면서 현장과 자꾸 멀어지고 특히 각종 부패가 만연하면서, 운동 진영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간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이 말도 못할 지경이란다. 이들의 주된 정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의 상실과 부끄러움(shame!!!)....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 (우울증)가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마초적 성향이 강한 브라질 문화속에서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과도한 음주나 성적 방종으로 표출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다른 측면이기는 하지만, 일전에 한겨레 21에 실렸던 남한 노동운동진영의 우울증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매우 관심을...)
왜, 어떻게,
노동자당이 노동자를, 활동가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나?
이를 몇몇 개인들의 정치적 과욕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태생적 한계" 운운하며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먼저 길을 떠난 이들의 실패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이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
(가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놀랍도록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힘 social force 의 강력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멕시코에서도 내내 그 생각을 했더랬다... 이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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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그래서 뭔가 총체적인 혁신(소위 말하는 당혁신이 아니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고민하기는 싫고요.
위의 책은 번역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참여예산제와 관련해서 서술한 부분들은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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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의 우울증을 가지고 일전에 다른 활동가들과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정말 상상을 못할 정도로 심한 상태에요. 농담 반 진담반으로 활동가들의 우울증에 대한 역학조사라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도 있죠. 특히 총연맹과 민노당이 우파에게 넘어간 이후로 그 증상과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지요.과제는 끊임 없이 만들어지고 실천은 빈약하고...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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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랬지만, 제 주변에 거의 다 우울증 환자들 천지였어요. 우울증으로 병가를 낸 경우도 많고, 아주 심각해요. 장기투쟁 사업장의 경우는 또 다른 형태의 우울증이 심각하구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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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이 책은 진보정치 연구소에서 번역해주면 좋겠어요.지역 분회 모임 같은데서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듯.. 그리고 "제가 고민하기는 싫"다는 심정이 어쩜 그리 저와 비슷한지...ㅡ.ㅡ해미, 네오/ 안타깝죠.. 서구 활동가들은 자긍심과 성취감 때문에 정신건강 상태가 더 좋다는데... 한국이나 브라질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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