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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Commanding Heights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자료 분석하던 것도 꼬이고, 머리 좀 식히려고 도서관 미디어 룸에 갔는데...
젠장할..
볼만한 오락 영화는 하나도 남은게 없더라... 아마도 학부생들 시험 기간이라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인간이 많은 듯... ㅡ.ㅡ
그러다 구석에서 Commanding Heights 를 발견했다.
예전에 에두아르도가 꼭 한 번 보라고, 신자유주의가 어떤 식으로 공고화되었는지 저들(!)의 시각으로 아주 잘 그린 수작이라고 평가했었다.
1998년에 출판된 동명의 책에 기반하여 2002년에 다큐로 제작되었다는데,
지금도 PBS 웹사이트 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총 3부 중 이제 2부까지 보았는데... 오홋... 진짜 강추!!!
몇 가지 짧은 기록...
1. 제목
레닌이 신경제(NEP)를 도입하면서 국가의 핵심 산업분야를 장악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사용한 표현인 Commanding Heights 에서 따왔다고 한다. 당시의 자료 화면도 보여주는데.. 오호.. 레닌의 그 표효하는 모습... 대단하더군...
2. 흐름
현대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국가 (케인즈)와 시장(하이예크) 의 고지(commanding heights) 장악의 측면에서 파악했으며, 세계대전과 이후 30여 년 동안 케인즈주의에 기반한 거시 경제학이 시대를 풍미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70년대 후반부터 하이예크의 시장주의가 점점 힘을 얻고 고지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결국 시장과 세계화가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내용....
3. 등장인물들
나 같은 경제학 문외한이 알고 있는 경제학자의 이름이란 게 뻔해서, 한손으로도 꼽을 수 있는 수준인데, 아마도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 출연하는 경제학 셀레브리티 다큐라고 보면 맞을 듯... ㅎㅎㅎ 케인즈 살아 생전의 모습, 하이예크는 물론이거니와 갈브레이스, 밀턴 프리드만, 제프리 삭스, 심지어 로렌스 서머스까지....
근데... 좀 기가 막혔음. 이 소수의 엘리트들이 직접적 (몸소 정책 자문) 혹은 간접적 (학파의 형성을 통해.. 이를테면 시카고 학파)으로 얼마나 전세계 경제 정책들을 쥐락펴락 했는지 직접 보는게 유쾌한 경험은 절대 아님....
4. 대처와 레이건
필름에서는 이 둘을 "소울 메이트"라고 표현하더라...
인쇄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실제 육성으로 화면으로 그들의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고 나니.. 완전 소름 오싹 돋았다. 대처가 영국 광산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야말로 "분쇄"한 후에 만면에 미소를 띄며 기뻐하는 모습.... 오..... 나도 모르게 혼자서 XXX 를 외치고 말았다.
대처나 레이건 모두 하이예크의 "roads to serfdom"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하며, 심지어 대처는 당선 후 하이예크한테 감사의 편지까지 쓰기도 했더랬다.
5. 어처구니 없는....
충실한 신자유주의 복음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심하다 싶었던 것은...
60-70년대 남미의 경제 문제가 케인즈 혹은 소비에트식의 "중앙집중화" 때문이라고 한 것은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잠깐 딴 이야기지만... 케인즈 추종자들은 이 책이 마치 케인즈주의가 소비에트 중앙집중주의와 같은 것으로 취급 받는 것을 엄청 불쾌해했다고 하더군)
아옌데 정부가 실패(!)하고 피노체트가 들어선 것을 실패한 사회주의적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하면 어쩌냐구...
도대체... 이 신자유주의 복음을 실현하는 중에 민중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시장의 힘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원했던 미 제국주의 "국가"의 횡포와
제 3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남아있던 "식민주의"의 유산... 이런 거는 말 한 마디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 은 쏙 빠지고 마치 국가라는 중립적 장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계급관계"는 쏙 빠지고 "단일한 국민경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완전 맘 상했음....
6. 그래도... 강추!
이 다큐는 볼만한 가치가 있고,
여력만 된다면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됨.
왜냐하면... 맨날 우리편(?) 이야기만 들으면 바보 될 수 있으니까 ㅎㅎㅎ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지,
여러 국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관정을 통해 실현이 되었는지,
그 핵심이 무엇인지...
당시 핵심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료 화면들을 통해 아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음
심지어 스폰서 기업 면면만 봐도 분위기가 척!!!
국내에는 부지런하게도 1999년에 "국가 대 시장"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되어 나왔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 (이 책은 세종연구원에서 발행했고, 하이예크의 Roads to Serfdom 은 그 위상에 걸맞게 자유기업원에서 발간함)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김수행 번역, 동아출판사),
[세계화의 덫] (강수돌 번역, 영림카디널)
등의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보면 좀더 균형감각 있게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뭐, 다른 책은 별루 읽은 게 없다보니.. 이거 밖에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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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ㅋㅋㅋ그나저나 하이예크는 볼수록 살떨리는 사람이에요. 케인즈가 "논리기계"라고 표현한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 일관성과 집요함, 그것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이예크의 이론을 깨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이론의 정합성은 둘째치고 하이예크의 이론을 노동자들에게 들이밀었을 때 누가 그 이론에 감성적인 호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데요. 차가운 이성은 빛나지만 그 이성에 호응할 수 있는 감정은 없는, 이론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세상에 대한 감수성은 없는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하이예크더군요. 요즘 하이예크에 빠져(?)있는 행인이었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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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다큐에 보면, 하이예크가 진짜(!) 입 댓발 나와서 하소연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람들이 케인즈는 성자 취급하고, 자기는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취급한다고ㅎㅎ 글쎄, 저는 경제학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현재의 상황은 시장이 그 스스로의 건전함(?)을 토대로 고지를 점렴했다기보다, "국가를 통해" 고지를 강탈한게 아닌가 싶은데... 우쨌든,, 시간 되면 이 다큐는 꼭 한 번 보세요. 아마 대처와 레이건을 한 대씩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오를 겁니다. 장담!!!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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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예크가 '인간적으로' 매력적이었던 건 인간이 세상을 다 알 수 없다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사회적 구성원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 하나였는데..쩝.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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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 하이에크주의자인 교수 한분이 있는데, 거참 수업시간에도 맞짱뜨기가 어렵더구만요. 지피지기면 백전 80내지 90승이라고, 하이에크 책들은 몇 권 사놓았는데, 읽을 시간이 없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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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인쇄해서 퍼트리고 싶은데 허락해 주세여... 저부터도 '경제학에 문외한'이고 딴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맨날 우리편(?) 이야기만 들으면 바보될 수 있으니까'에 왕공감이걸랑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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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하이예크가 인간적으로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학문적 소신과 이론적 정합성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했나봐요. 중간에, 경제학계에서도 완전히 따 취급당하고 (받아주는 학교도 거의 없었다더군요. 그래서 당시 논쟁적 학문을 주도했던 시카고 대학으로 간 거라고..) 잠시 비엔나에 칩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이론을 정교화시키고, 또 한편으로 자신의 동류를 키워내고...새벽길/ 비디오에 보면 그 수제자인 밀턴 프리드만이 (피노체트 정권 당시) 칠레를 방문해 노동자들을 놓고 강연도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다들 얼이 빠져서 고개를 끄덕끄덕... (물론 반대 시위도 엄청났더군요. 심지어 노벨상 시상식장에서까지..)
리우스 / 네. 퍼가셈.. 근데 별 내용이 없어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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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혹시 책을 받아보시고 싶으시면 leeus@jinbo.net으로 주소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가끔 퍼다가 쓸 수 있게 해주시고여...(부탁드림)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