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연구소]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제도는 필패!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학교 교수)가 2007년 10월 23일자로 "로스쿨을 비롯한 전문대학원 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골자는 한국 대학교육의 현재 상태에서 도입되는 각종 전문대학원제도는 그 취지의 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행인이 민교협의 모 교수님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했던 이야기의 핵심이 이거다. 로스쿨이고 나발이고 간에 과연 현재 한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는 "전문대학원"이라는 학제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논의를 해보자고 했던 것이 행인의 주장이었다. 물론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이번 논평은 중요한 지점을 적시하고 있다. 그동안 로스쿨을 주제로 예정에 없던 시리즈를 연재하던 행인이 100% 동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고 대목만 옮겨 보자.
"전문대학원 연간 등록금이 2천만원을 넘어 경제적 곤란자는 전문직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학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나, 상환 부담이 따르는 학자금 대출 확대만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입학문호 확대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전문대학원 입시 열풍에서 보듯이 학부과정이 전문대학원 입시 준비과정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의치학전문대학원은 90% 이상이 이공계열 학생들이어서 다양한 분야출신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반하고 있다"
이미 의치학 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직후에 해당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가 용이하다고 알려졌던 일부학과, 예를 들어 생물학과, 화학과 등의 관련 학과는 갑자기 입학경쟁률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고 현재도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입학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해당 학과의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반겼을지 모르겠으나 학생들이 입학 후 4년이 지나 졸업을 하면서 전공분야와 관련성있는 학문연구나 사회진출이 아니라 의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보면서도 자기 학과의 교육여건이 개선되었다고 믿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 전문대학원, 건축전문대학원 등이 모두 이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로스쿨은 이렇게 촉발된 대학교육왜곡현상의 최고 정점이 될 것이다. 로스쿨 이외의 전문대학원은 그나마 특정계열 학과, 즉 이공계열 중 일부 학과에만 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로스쿨은 이들 전문대학원들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로스쿨은 특정학과가 아니라 대학 전체를 로스쿨 진학학원으로 만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행인이 연재한 지난번 까지의 포스팅을 확인하시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이 새로운 학벌형성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일정한 수치를 근거로 이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현재 의치학전문대학원 재학생 가운데 2명 중 1명은 서울대, 연대, 고대, 이화여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5개 대학 출신들이고, 이들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대학(포항공대, 외국대학 출신 포함) 출신들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 의치학 전문대학원까지 이들이 장악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로스쿨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 반대이다. 상급학교에 대한 진학열, 그것도 장래가 최소한 50% 이상 보장된 상급학교에 대한 진학열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전국 로스쿨은 그 지역에 관계 없이 잘나가는 대학 출신들의 경연장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한국사회 특유의 "패거리문화"를 거론하면서 "과거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더라도 경기고, 경복고, 서울고, 용산고 출신들로 구분되던 서열이, 로스쿨이 본격화되면 학력을 한 단계 높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출신 대학간 서열로 구분되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신빙성 없어 보이는가?
지난 시기, 앞서 언급했던 민교협의 일부 교수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로스쿨 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원 체제도입 자체를 고민해봐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분들 갑자기 프랑스의 바깔로레아와 그랑제꼴을 운운하시면서 한국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분들 중에는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아오신 분도 있었다. 당연히 프랑스 근처도 못가본 행인으로서는 찌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 거다.
그런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프랑스 교육제도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전문대학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였다. 왜 그래야 하는데? 적어도 프랑스의 경우 바깔로레아 시험을 치면서 그 점수로 대학을 정해 평생을 좌우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또한 프랑스의 국공립 대학이 한국의 사립대학처럼 연간 700만원~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랑제꼴처럼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대학원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프랑스 그랑제꼴이 한국의 전문대학원처럼 4년제 대학 나온 다음에 들어가는 곳이라는 이야기 역시 못 들어봤다. 게다가 이분들, 프랑스의 그랑제꼴이 귀족학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허구한 날 그 존폐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으신다. 기껏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분 하시는 말씀이 "그렇기도 하지만~"이란다. 뭘?
로스쿨 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로스쿨이 사법개혁이냐 뭐냐, 정원을 몇 명으로 해야 사법개혁이 되냐 마냐 하는 논의는 사실 웃기는 노릇이다. 이걸 가지고 자꾸 왈가왈부 하니까 '올바른 로스쿨'이니 뭐니 하면서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거다. 새사회연대라고 하는 단체는 거기다가 인권 운운하면서 헛다리를 곱으로 짚고 있다. 잘들 한다.
이 사람들에게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의미심장하면서도 엄중한 한 마디를 던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대표 정책 가운데 하나인 학부제는 10여년 만에 그 효용을 다했고, 대학설립 준칙주의 또한 대학의 양적 팽창과 부실대학 난립 문제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수조 원을 들여 10여 년간 추진해왔던 각종 평가사업은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업명칭이 자주 바뀌고, 실적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계, 학계, 관계 등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진 인사들이 없다. 특히 전문대학원 제도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국민적 관심 대상이 되기 힘들어 사회적 공론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
우리 연구소는 전문대학원 제도의 추진 및 진행과정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책임 또한 물을 것임을 밝혀둔다."
행인이 이렇게 다 된 밥임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포스팅을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예견되었던 상황을 만든 사람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물론 반백년 한국사회의 역사상 사고 친 것에 책임지고 쪽팔려 하는 정치인이나 학자들 보기가 거의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지난 후 이 글들 보여주면서 윽박질러도 당사자들이 쪽팔려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기록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무서움. 설령 그것이 양날의 칼이 되어 자칫 내 목을 겨눌지라도 그 무서움을 좀 알아두기 바랄 뿐이다.
행인님의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 제도는 필패!] 에 관련된 글. 자, 결국 밥그릇 투전판으로 치닫던 로스쿨 정원논란은 드디어 각 대학들의 본색을 드러내며 중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여론의 따가운 등쌀에 못이긴 교육부가 정원 2000명 안을 내놓았는데, 애초 교육부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물타기를 하리라는 것은 왠만큼 사법구조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관료들의 습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뻔하게 예측했을 것이고. 문제는 이 와중에 각 대학들이 속속들이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