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체 살라고 해도...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험징후를 느낀 행인, 더 이상 당게에 들어갔다가는 후두부에 혈액이 과잉충전되어 기절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당분간 당게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랬는데, 슬쩍 들어갔던 오마이에 당게시판 문제가 떡하니 올라와 있잖은가? 정신건강은 다른 방법으로 회복해야겠다는 각오를 하는 순간이었다.(대신 다른 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링크는 사양)
현장실황생중계가 따로 없다. 당 안에서 건강하고 생산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그것이 기사화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 논란의 와중에 감정적인 언사가 오고가고 그것이 가쉽으로 다루어진다고 해도 바로 그러한 시끄러움이 당이 살아있다는 증거고, 기존 보수정당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 될테니까.
그러나 이번만큼 씁쓰레하기는 또 간만이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논란이 중계되는 것이 아니라 개판 오분전의 모습이 그대로 나가는 거니까. 행락객이 지나간 자리에 널린 쓰레기더미를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보도하는 어느 방송사의 뉴스 한 자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떼기럴...
내용이야 뭐 다 아는 이야기고, 위원장님이 하시면 핵이라도 좋아요라고 난리부르스를 춰대는 꼴주사들과, 적절한 선에서 "등거리외교"를 펼치며 어느 쪽으로부터도 욕들어먹지 않을 말만 골라하는 다함께류의 박쥐놀이를 보면서 신물이 날 지경인지라 뭐 더 이상 들먹거릴 내용은 없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빡에 쥐가 오르게 만든 부분은 기사 맨 아래 진중권의 예전 글 인용문이다. 2003년도에 진보누리에 올라왔던 이 글은 당시에도 상당히 처절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던 글인데 오마이, 용케도 그걸 찾아서 올려놨다. "원전 폐기물 처리장에도 그 난리를 치는 마당에, 아예 핵폭탄을 만들겠다는 데에 명색이 진보라는 넘들이 그걸 잘 하는 짓이라고 정당화를 합니까?"
자칭 빨간바이러스 진중권, 뭐 행인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자유주의자인데, 그 자유주의자로 하여금 좌파노릇을 하도록 만드는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웃기고 자빠진 사회겠지만, 어쨌든 진중권의 이 한마디는 행인을 매우 가슴 아프게 만들었던 말이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글에 이런 말도 있었다. "얘네들 데리고 무슨 진보를 합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행인의 심정이 바로 그거다...
벌써 3년 전에 뼈아프게 들었던 그 말을 이렇게 당게 난리북새통의 와중에 다시 보게 되니 영 찝찝하다. 그 3년 동안 진보는 말 그대로 진보했는가?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있었는가? 정말 이대로 가다가 진보는 어느 세월에 한 번 해보려는가....
아마도 1만 2000년쯤? 아니면 10만 2000년쯤? ㅎㅎ
ㅎㅎㅎ
그게 또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