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나미가 몰려 오는데...
0.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동남아시아 일대를 덮쳤던 쯔나미는 대 재앙이 닥치기 전에 지진이라는 사전 신호를 이미 보냈었다.
사람들이 해일에 휩쓸려 아비규환에 빠졌을 때, 그곳에 짐승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단다. 지구의 정복자였던 인간들은 쯔나미가 보낸 사전 신호를 무시했고, 인간보다 훨씬 지능이 떨어진다고 여겨졌던 짐승들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했다. 그리하여 집계조차 되지 않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그 순간에 짐승들은 목숨을 보전한다.
1.
"위기"라는 말은 언제나 횡행했다. 그리고 그 위험스러운 상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위기"는 본격적으로 동지들의 입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겪었던 "위기"의 위력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쯔나미급 여파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징후는 존재한다.
문제는 그 징후에 대한 반응이다. 말은 번잡스러우나 뾰족하게 드러나는 해결의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절망과 회의가 이로써 시작된다.
2.
당사 이전은 아직 논의 중이다. 애초 이전 예정이었던 건물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가 드러난 것은 이전 예정 건물 자체의 한계만이 아니다. 그토록 문제가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검토 과정도 없이 계약은 이루어졌고, 거기다가 대금결재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복비"까지 지급해버렸다.
최고위원회 내에서 성토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책임지는 인간 하나도 없다. 당원들의 그 피같은 당비 수천만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는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그 허접한 건물을 선정하고 계약까지 하고 복비마저 지급했던 당사자까지도...
3.
노동부문 최고위원회 선거가 결국 무산되었다.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결과였다.
투표율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 투표기간이 연장되었다. 투표독려를 위해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수도 없이 날아왔고, 이메일이 몇 통 날아왔으며, 당대표, 원내대표, 선관위원장 등의 음성메시지가 몇 차례 왔다.
게다가 한 번은 당 선거관리본부라고 하면서 어떤 사람이 전화를 했다. "투표 하셨습니까?"라고 묻기에 "투표 안 합니다"라고 했더니 바로 끊어버리더라...
4.
새로 당기위원장으로 뽑힌 인사가 골수 열우당 지지자란다. 지난 대선에서 당 대통령 후보에게 노무현 당선을 위해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이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열우당 친위단체의 지도급 인사로 활약까지 했었단다.
당의 정체성 최후 보루여야할 당기위의 수장에 뽑힌 사람이 그간 당의 정체성과는 전혀 관련 없이 열우당의 충복노릇을 했다는 것은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이 사람 누가 추천했나?
그리고 이 사람 누가 뽑아줬나?
5.
당 정책위 의장이라는 자가 집행부까지 갖춘 단일전선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가관이다. 그 내용은 지난 시기 반한나라당 연합과 동일하다. 이 분은 그 주장을 하면서 정책위 안에서 한 마디 상의도 없었고 의견수렴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면서 떡 하니 당 정책위의장이라는 직함을 그대로 내걸었다.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집권전략위원회 최규엽 전 최고위원은 역시 전 최고위원이 하던 버릇을 못고치고 뜬금없이 전민항쟁을 이야기한다. 전민항쟁은 거저 일어나는 줄 아는 이 닭짓은 세월이 가도 사그라들줄 모르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열우당 기간당원노릇을 하던 새 당기위원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한나라당 전선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 분들의 사고수준은 여전히 한나라당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번 노동부문 최고위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당권자 수가 48,434명으로 집계되었다. 어째 이상하지 않은가?
당원숫자는 꾸준히 증가해서 현재 "8만 당원" 운운하는 수준이 되었다. 지난 봄 최고위원 선거 때 당권자 수는 60000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당원은 늘었는데 어떻게 당권자는 이렇게 줄었을까?
이로써 지난 지도부 선거 당시 조직표가 얼마나 그 세력을 발휘했는가를 알 수 있다. 자기 정파의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해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당권을 획득했고, 그로써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걸로 끝! 그리고 나선 또다시 당적만 유지한 채 지 갈 길로 간 거다.
7.
정책정당으로 자신을 표방하며 나선 민주노동당. 그 안에서 정책노동자로서 새로운 진보의 싹을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있는 정책연구원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부터도 혼란이 일고 있다. 내가 과연 정책연구를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사건 처리반인가?
바다이야기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각 정당이 너도 나도 뭔가 하는 척 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해당 의원실에서 법안 하나가 나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법안 자체가 날림인데다가 당과는 사전에 교감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급하게 발의해야하니 빨리 검토를 해달란다. 법안이라는 것이 한 번 발의되면 그 즉시 '당론'으로 굳어지는 것인데, 이건 순서가 아니다. 정책적 차원에서 '당론'을 정하고, 그 당론에 맞춰 법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냥 급하단다. 뭘 어쩌란 말인가?
8.
벌써부터 물이 줄줄 새고 있다. 분명 조짐이 좋질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그다지 반영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이 흔들림들은 예사롭지가 않다. 아직은 피부에 와 닿을만큼 위험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저 먼 어느 대양에서 이루어진 단 한 번의 지각변동은 어느 순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제방을 허물어 버렸다. 두려운 것은 그 거다. 이 사람들, 성난 물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보다. 넘쳐들어오는 그 해일을 눈으로 봐야만 위험을 느끼는 거다. 그 때가 되면 이미 늦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마 하고 있는 거다...
쯔나미는 몰려 오는데, 우린 지금 살 궁리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행인의 [쯔나미가 몰려 오는데...]에 관련된 글. 민주노동당 꼬라지 참 우습게 돌아가는 거 보기 싫어서 당직 관두기(사직 안해도 쫓겨나긴 했을 거다)는 했으나 관심은 여전히 많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