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래군이형, 미안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라곤 기껏해야 탄원서를 쓰는 일이군요...
정책연구원 20명의 연명으로 탄원서를 작성했다.
탄원서를 작성하는 내내 가슴이 무겁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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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2006년 3월 15일 평택 팽성읍에서 국방부가 진행한 토지수용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인권운동사랑방의 박래군 활동가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조백기 활동가가 연행되었습니다. 이들은 현재 구속된 상태로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담당 검사는 당 15일의 강제집행이 무산되면서 공권력 경시풍조가 만연하고 있으며, “선량한 주민들”을 선동하는 “전문운동가”들인 이 두 활동가를 구속시키지 않을 경우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 청구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아래 연명한 저희들은 아름다운 삶의 터전인 평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선량한 주민들”을 선동하는 “전문 운동가”로서 “무법천지”를 조장하는 파렴치한 범법자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 탄원서를 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 탄원서는 특정정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아래 연명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의견을 함께 모은 것이라는 점입니다. 연명한 사람들은 모두 이번 두 인권운동 활동가 구속의 계기가 되었던 평택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해 정책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해왔던 바 있습니다. 또한 저희들은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 그리하여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더 이상 운동의 목적이 될 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임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그런 저희들이 이렇게 탄원을 드리게 된 것은 이번 두 인권활동가의 구속이 비록 실정법의 집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보다 적절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평택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주권국가로서 충분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가 공분의 한 원인이기도 하려니와, 이러한 정부의 행위로 인하여 평생을 땀흘리며 가꾸어왔던 주민들의 삶과 행복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현실은 그 공분의 강도를 높이는 주된 요인일 것입니다.
돌아오는 봄에도 논갈이와 밭갈이를 하며 그 가꾸어진 기름진 흙에 파종을 하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했던 주민들의 소박한 바램은 대집행을 위해 동원된 용역인력과 무수한 경찰병력들 앞에서 무력하게 꺾이고 있습니다. 소금기 나는 땅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우고 그 땅에서 난 소출로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들이 여생의 편안함을 잃어버린 채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국방상의 문제, 외교의 문제 등 수많은 이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크지 않은 소망이 무너지고 그들의 권리가 하소연을 할 사이도 없이 짓밟히고 있는 현실에서, 인권이라는 것을 화두처럼 지니고 살면서 인권이라는 추상적 이상을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박래군, 조백기 두 활동가는 이 아픈 오늘의 정황을 그대로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2006년 3월 15일 그날 그 자리에 있었고 비폭력으로 저항하며 인권이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것입니다.
비록 그 노력이 이 사회의 실정법체계에 대한 거부 또는 공권력에 대한 저항의 형태로 나타났을지라도 그들의 뜻은 오히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박래군, 조백기 두 활동가는 실정법을 어겼으나 그 실정법이 지켜주지 못했던 평택 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했습니다. “부당한 것에 저항하다가 구속된다면 그것이 인권운동가의 운명”이라는 그 고달픈 길을 그대로 걸어갔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아래 연명한 저희들은 박래군, 조백기 두 사람이 그동안 이 땅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글로, 때로는 말로, 때로는 몸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해왔고 그 주장들은 언제나 개인의 안위와 사사로운 이해가 아닌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인권단체의 일원이기 이전에 인권이 배척당하고 사람이 소외당하는 모든 곳에서 배척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일원으로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구구절절히 적시하지 않더라도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오늘날 이 땅에 이만큼의 인권보장이 실현되기까지 박래군, 조백기 두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끼쳤던 영향은 짧은 글에 필설로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임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이었던 과거의 모순된 구조가 해소되고, 권력에 순응하던 사회의 조직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권을 모토로 삼게된 오늘, 이 격세지감의 실제를 만들어내었던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인권보장현실에 끼친 지대한 공로 역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사실조사를 통해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사료됩니다.
이들이 걸어왔던 길은 한결같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양심이 판단한 가치에 따라, 그 신념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언제나 올곧은 신심으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은 이 땅의 주권이 정상적으로 행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졸지에 평생을 살아왔던 땅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고통을 가슴으로 느끼며 자신들의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했습니다. 이 두 사람이 그동안 걸어왔던 인권운동 활동가로서의 삶과 여정을 돌이킬 때, 이들은 분명 확신에 찬 결연한 의지로 2006년 3월 15일 그 자리에 있었음을 저희들은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연명한 저희들은 이 두사람이 굳이 구속 수감된 몸이 아니더라도 향후 있을 사법적 판단에 충실히 임할 사람들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신념을 공공연하게 밝혔으며, 그 신념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닥칠 불이익을 “운명”처럼 감수하고 있었으며, 신념을 발현하는 행동을 취함에 있어 철저하게 비폭력정신에 입각하여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결코 자신에게 내려질 사법적 판단을 우려하여 자신들이 취했던 행동에 대해 거짓을 준비하거나 또는 사법적 판단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감추는 행동을 할 사람들이 결코 아님을 저희들은 확신합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자유롭게 사법적 판단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이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으며 그 행동들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법의 집행은 엄정해야 하며 그 권위가 추상같아야 함 또한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추상같은 엄정함은 그 법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법의 집행에 충분한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점 역시 저희들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평택일대를 배경으로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이 이토록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행위가 비록 추상같은 엄정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집행의 과정이 주민들에게 이해되지 못하고 사회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이해와 동의가 전제되지 못하는 정부의 행위가 결국 인권을 고민하는 두 활동가를 구속수감케 하는 계기로 작용되었다는 점에서, 평등한 세상과 줏대있는 나라를 고민하는 저희 연명자들은 커다란 자괴감과 함께 지극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구속수감된 두 활동가의 현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자신의 슬픔과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들은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간곡히 박래군, 조백기 두 사람의 구속을 재고해 주실 것을 탄원합니다. 법원이 우리 사회 최후의 인권의 보루임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인권이 햇살처럼 만개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박래군, 조백기 두 인권운동 활동가들 또한 그들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최종적으로 의지할 곳은 다름 아닌 법원이 될 것입니다. 이 탄원서에 연명한 저희들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되어 구속수감된 박래군, 조백기 두 인권운동 활동가들에게 법원이 넓은 혜량으로 인권보장 최후 보루로서의 판단이 있으시기를 기대합니다.
투쟁입니다!!!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