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참 이상하네...

동해시 난리가 났다.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축할 일이 생겨서 그런 것도 아니고, 넋나간 국회의원 하나 살리려고 온 동네에 똥칠을 하는 사람들이 널려서 그렇게 되었다. 성추행범 최연희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에 반대하는 지역구 사람들 중 '일부'가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은 당게에서 펌

 

언젠가 이야기했던 남성들의 "아랫도리 동맹"이 제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결론을 뚝딱 짓는 순간, 이들이 내건 단체 이름들 안에 남성들만의 성정체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곤 당황하고 말았다. "~협의회", "~연합회", "~일동"에는 분명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을 터이다.

 

그러나 저 단체들의 명칭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회원들의 동의를 받았을까? 그리고 그 가운데 여성 회원들의 동의는 대체 몇 명이나 받았을까? 재향군인회가 행인에게는 단 한 번도 동의를 얻지 않고 빨갱이 몰아내자는 관제데모판에 노인네들 성조기 들려 끌어내면서 "재향군인회"라는 이름으로 대표성을 자임하는 것처럼, 저 "~협의회", "~연합회", "~일동" 역시 그런 단체에 어떤 직함을 가지고 행세께나 하는 유지 몇 명이 그 단체가 지 개인 거인냥 이름 가져다 붙인 것일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건 그렇고 대~한민국 현수막 문화, 이거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저 몰취향적인 획일성. 색깔 뭐 좀 집어 넣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기왕 붙이는 현수막, 양 옆구리에 풍선도 좀 달고 그림도 넣고 좀 더 신경 쓴다면 최연희 캐리커쳐라도 삽입하는 센스를 발휘했으면 어떨까?

 

게다가 저 문구는 뭔가? "우리지역 큰 일꾼"... 이쯤 되면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술 처먹다가 성추행하는 사람이 큰 일꾼이면 "발바리"는 대통령감이란 말인가? 이런 도착증을 버젓이 광고질까지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하다. 그 궁금증을 뉴스가 풀어준다. 어떤 지역 주민께서 나와 하시는 말씀이 가관이다. "저거보다 더한 짓도 하는 사람 있는데..." 그래서 우짜란 말씀이신가? 야구방망이 들고 강도짓한 넘이 칼들고 강도짓한 놈도 있는데... 이러면서 변명질을 해봐야 강도짓 한 거는 마찬가지다.

 

이걸 "큰 일꾼", 게다가 "우리지역 큰 일꾼"으로 추앙하기 시작하면 지역 애들, 심성이 어떻게 될지 깜깜하다. 열심히 술퍼먹고 성추행하다보면 "우리지역"에서 인정받은 "큰 일꾼" 되어 국회로 진출할 수 있다는 엉뚱한 야망을 가지게 될라. 애들이 이렇게 되는 거 전적으로 이 현수막 내거신 "~협의회", "~연합회", "~일동" 책임이다. 성폭행범들에게 전자팔찌 채우자고 설레발이 치기 전에 이 "~협의회", "~연합회", "~일동" 이름 걸고 현수막 내다건 일부 사람들 정신교육, 성인지교육부터 해야할 판이다.

 

더 나가 "우리가 선택한 최연희 국회의원 우리가 지킵시다"라는 문장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 정도 되면 "노빠", "황빠", "갑빠"의 뒤를 잇는 "희빠"의 출현이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다. 사실 사태가 이쯤 되면 최연희 국회의원을 "선택"한 "우리"들은 손가락을 잘라야 된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오히려 적반하장, "우리"가 선택했으니 끝까지 "지킵시다"란다.

 

지켜야할 것은 개인 최연희가 아닌 최연희라는 공인이 지역주민과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이다. 그런데 공인 최연희가 끝내 술판 성추행 한 번으로 자신의 약속에 대한 신뢰 자체를 깨버렸다. 그렇다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 지지를 철회하고 약속을 깬 당사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게 유권자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런데 지금 이 유권자들께서 이상한 방식으로 자기권리를 행사하려 한다.

 

저 현수막 거신 분들, 우선 자신이 속해있는 "~협의회", "~연합회", "~일동"의 다른 회원분들께 사과부터 하시기 바란다. 재향군인회가 행인을 비롯한 남한 땅 수백만의 예비역들에게 사과해야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현수막을 걺으로 인하여 가치관에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을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엎드려 빌길 바란다. 그게 교육이다. 그리고 얼른 저런 현수막 떼시고 진짜 지켜야할 "지역 큰 일꾼" 발굴하시기 바란다. 책임을 물어야할 대상을 오히려 일꾼으로 추앙하고 있어봐야 지역발전에 하등 도움될 일이 없다.

 

덧말 : 아동성추행과 관련하여 열우당의 모 의원은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10~13세 아동(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임을 확인)들을 최대 보호감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하고 있다. 이거 거의 정신나간 수준이다. 한국의 보호감호체제라는 것이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고 하는 짓이다. 사실 애들이 이런 짓 저질렀으면 애들 따끔하게 혼내고 성교육, 인권교육을 시킬 일이다. 그리고 애들을 보호감호할 일이 아니라 이 애들의 부모 및 담당 교사를 먼저 교육시켜야 한다.

 

이런 선제조치들을 하기는 커녕, 덜렁 애들을 보호감호라는 미명으로 가둬두고 약물투여 한다는 것이 결국 애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애들의 인성을 완전히 황폐화시켜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함구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자격미달이다. 청소년의 성욕저하와 자위방지를 위해 개발된 것이 콘프레이크라고 한다. 그 콘프레이크, 제일 먼저 먹었던 애들이 바로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청소년들이다. 그 콘프레이크 먹고 자란 청소년들, 성욕저하되고 자위 안하고 커서 나중에 성폭력 같은 범죄 저지르지 않았다는 보고는 들은 바가 없다. 이게 뭔 난리 굿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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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7 10:33 2006/03/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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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07/14 22:39

    행인의 [그 사람들 참 이상하네...] and [불륜과 로맨스] 그리고 ["억울한" 가해자?]와 은근슬쩍 관계 있는 글 댁이 얘유??? 어찌나 신선뻑적지근한 일인지 뒷골이 다 땡긴다. 조만

  1. 재작년 총선날, 저녁에 친구들 모임이 있어 논산에 갔는데 "우리 고장 큰 인물, 이인제!" "큰인물, 큰정치, 이인제!"현수막이 줄줄이 붙어 있어서 다들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새삼... ㅜ.ㅜ

  2. 으악; 동네 망신 ㅠ_ㅠ 저는 출퇴근 하면서 저런 현수막들을 본답니다 ㅠ 참... 연로하신 분들 덕분에 동해 - 삼척 사람들이 모두 저 생각에 동의하는냥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지금 다 욕하고 다니는데 말이죠; 심지어 저 사진들을 엽겔에 올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텐데... 어르신들... 뭐가 좋다고 지금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을텐데... "그만한 사람이 있나!" 식의 논리, "우리 고장에서 그만큼 대단한 인물 된 사람 더 있어? 없잖아. 그런데 그런 사람 감투를 벗기면? 우리 고장에 빛이 사라지는거여" 뭐 이런 어이없는 논리;; 그럼... 학력이 빵빵하고 경력 좋다고 성추행범한테 감투 씌워주면 지역사회의 자랑이라는 건지 ㅠ_ㅠ 뭐 원래 강원도는 한나라당밭이라지만... 혼자 1인 시위를 하든지 해야겠습니다 ㅠ_ㅠ 아~ 망신살 ㅠ_ㅠ

  3. 으하하하, 최연희 커리컬쳐라도 넣는 센스를 발휘했어도
    저 따위 현수막을 참을 수는 없었겠지만, 암튼 진짜 지랄났구먼유-_-;;;;
    제일 마지막 현수막 '나사모 일동'는 또 뭐랍니까?? -_-;;;



  4. 홍실이/ ㅎㅎ 그 동네였군요. 이인제가 경기도지사할 때 경기도청 앞에서 싸움질을 하면서 다짐했었죠. 이 인간 대선출마하면 보따리 싸들고 다니면서 훼방놓으리라... 뭐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 찌그러지긴 했지만요. 워낙 안 좋은 기억이 많네요, 이인제에겐 ㅎㅎ

    에밀리오/ 헛... 아직은 자제하심이 어떨지요. 아직 의무복무기간 중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에밀리오님의 개인적 신상의 위해까지 감수하면서 나설만큼 가치있는 사건인지 모르겠네요. 더 큰 일이 앞으로 있을텐데, 이번만큼은 열받으시더라도 한 번 비웃어주고 넘어가세요. ^^;;;

    dakkwang/ 나사모가 뭔지는 저도 도통... ㅡ.ㅡ;;;
    어쨌든 제 얼굴에 침뱉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네요...

  5. '나사모'는 '나라를 사랑하는 모임' 뭐 이런거 아닐랑가요? (저런 분들 제발 나라사랑 안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노사모 하다가 나중에 민노당 당원이 된 옥천신문의 오한흥 사장이 '나를 사랑하는 모임'이란 뜻으로 '나사모'를 만들자고 한 적은 있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내'가 이런 거지같은 세상에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는 그런 취지였던 것 같아요.

  6. 새마을 협의회는 그렇다 치고, 생활 체육 협의회랑 배구 연합회 라니..ㅋㅋ

  7. 무위/ 옥천전투는 정말 유명한 전설이죠. 안티조선 할 때는 저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티조선의 활동에 혈압이 오른 후부터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내'가 이런 거지같은 세상에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생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zrael/ 생활체육협의회와 배구연합회의 회원들이 정말 저 플랭카드에 동의하시는 건지 궁금할 따름입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