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는다...

사실 황우석 문제로 많은 시간을 보낼만큼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없다. 특히나 유전공학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하다못해 유전공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슬쩍 꼬리를 접기까지 한다. 그런데 논쟁이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가당찮은 이야기들이 죽죽 흘러나오는 통에 안 그래도 성질머리 나쁜 행인, 실실 꼭지가 돌기 시작한다.

 

당 게시판을 비롯하여 본격적 '다구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이트에서 떠드는 소리를 훑다보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소리들이 있다.

 

"니들이 장애인들의 아픔을 아느냐?"

"니들도 사고 당해서 반신불수 되어 고생을 해봐야 한다"

"장애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황박사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기타 등등...

 

갑작스레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고조되는 현상을 좋은 현상이라고 봐야하나? 장애인들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닌 마당에 얼핏 이러한 주장들이 뜨끔뜨끔하게 가슴을 후비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주장을 보면서 도리어 기분이 확 나빠질까?

 

첫째, 아닌 말로 니들이 언제 장애인들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가져봤냐는 거다. 장애인들이 힘겹게 이동권 투쟁하고 있을 때, 까놓고 말해서 장애인을 이토록 생각하시는 지고지순하신 여러분들이 얼마나 그 투쟁에 동참해주셨었나?

 

이 사람들이 "장애인"을 들먹거리면서 뭔가 주장을 하기는 하는데, 그들 주장의 종착지는 결코 장애인들이 아니다. 황우석이다. 황우석 연구 계속 하고 좋은 결과 만들어 내자는 취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으면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라는 거다. 왜 거기서 장애인들의 행복 운운하면서 악다구니를 퍼붓나? 장애인들은 결국 이번에도 황우석의 연구를 계속하게 하기 위한 전술적 도구로 이용될 뿐인가?

 

둘째, 장애인들이 불행하다는 인식, 그 인식의 바탕이 무엇인가이다. 장애인들은 힘들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비장애인, 그들의 표현으로는 "정상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건가? 한마디로 웃기지 말지어다다. 장애인들이 겪어야 하는 "장애"는 다름 아니라 바로 이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편견과 격리이다.

 

황우석 연구에 들어가는 돈의 몇 분의 일만 들여도 일단 서울 시내에 저상버스를 대거 도입할 수 있다. 건물마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추고, 도로며 철도며 지하철이며 모든 곳에 장애인들이 접근하고 이용하기에 편한 시설을 갖추어 보라.

 

좀 더 신중을 기해서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현실화하고 그들에 대한 교육을 전문화하고 장애인들이 사는데 지장 없는 사회를 한 번 만들어보자. 그럼 어떨까? 어떤 장애인 한 분이 "장애는 단지 개성일 뿐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 말 듣고 울컥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었는데, 장애인들이 사는데 지장 없는 환경을 만들면 말 그대로 장애는 개성일 뿐으로 인식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황우석 연구를 통해 마치 모든 장애인이 비장애인-"정상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환상을 유포하고 있는 그들의 정신구조는 도대체 뭔가? 아무래도 장애인들은 뭔가 부족하고 그래서 정상적으로 만들어주어야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셋째,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성공을 거둔다고 할지라도 그 성공의 과실을 모든 장애인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지금 한국만 보더라도 수백만의 장애인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심하게는 집 밖으로 나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빌어먹을 돈이라는 놈이 없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단지 난자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라는 협소한 윤리문제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본과 시장논리 속에서 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이걸 장애인들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비싼 돈 들여 개발된 특허가 공공적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향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다행한 일이겠으나 현재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둘러싼 환경들을 보면 결코 그러한 낙관적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국가는 국민의 세금을 거둬 온갖 생색 다 내면서 연구지원을 해놓고도 정작 특허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전무대책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연구진과 관련자들이 지분을 나누어먹고 있다.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아마 기업들이 지 손에 X묻히기 싫어서 뒤만 보고 있겠지만 상용화의 가능성이 농후해지면 아마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특허를 사유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은 향후 인생이 달라진다. 어차피 강원래처럼 치료제 사용에 필요한 경제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다수의 장애인들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 듣는 것처럼 지금과 별반 다름 없는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

 

그러니 제발 장애인 생각해주는 척하고 황우석 연구 감싸고 도는 치사한 짓은 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가증스럽다. 그렇게 마치 장애인 생각하는 것처럼 감언이설 할 시간 있으면 서울 시청에다가 왜 저상버스 도입이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 것인지나 먼저 항의 좀 해주라. 정말 신경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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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7 23:11 2005/11/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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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지합니다.

  2. 어서오세요~~ *^^*

  3. 읽게 되었습니다. 님 의견에 무척 공감합니다.
    속이 다 시원하네요.

  4. 저도요 완전공감. 지나가다 들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