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몸에 좋지 않다?!

자기 좋아하는 거 따로 있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한 편으로 사회적 관심이 쏠려버리는 경향들이 있는 듯 하다.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이거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다...(뭔 얘기 할라고 그랬더라...)

 

박지성과 이영표가 축구의 종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그것도 1부 리그의 최강이라 손꼽힐만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에 진출한 이후, 축구 좀 좋아한다는 한국사람들의 관심은 전부 신새벽 스포츠채널에서 중계하는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쏠리고 있다.

 

세계(사실은 유럽) 3대 빅리그라고 하면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리그가 꼽힌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특징은 속도다. 물론 현대축구의 핵심이 속도라는 것은 어느 나라의 프로리그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이긴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속도전은 거의 광속 수준이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그 가공할 만한 속도전에 그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네델란드에서의 경험이 큰 공을 세웠을 것이다. K리그나 J리그에서만 있었더라면 지금의 적응속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 세리에 A는 강력한 힘과 수비의 축구다. 신기한 것은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불러모아 팀을 꾸리고 그 선수들이 자신의 칼라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축구의 전형적인 가데나치오 축구가 그 프로리그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거다. 그러나 수비형 축구라고 해서 세리에 A 리그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리그와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세리에 A 리그의 파워풀한 공격스타일은 항상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편 프리메라리그는 또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프리미어와 세리에A는 속도와 힘, 내지는 기계적 패스웍이 강조되다 보니 축구가 보여주는 맛 중의 하나인 개인기의 향연이 그리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고 있는 포르투갈 출신 크리스티앙 호나우두 같은 경우, 프리미어리그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너무 끈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뛰어난 개인기를 갖추고 있는 크리스티앙 호나우두가 멘유와 계약기간을 2년 연장하는데 합의했지만 내심 프리메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데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프리메라리그 하면 우선 떠오르는 팀은 레알마드리드다. 이 레알마드리드의 선수진을 보면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다. 호나우두, 베컴, 지단, 피구, 까를로스, 라울, 호비뉴, 바티스타, 구티, 살가도, 라울 브라보... 현존하는 최고의 몸값들이 여기 모여있다.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세계 최강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정도다. 레알마드리드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것에 대해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삼성이 잘하는 선수들은 모두 데려가 기껏 벤치워머로 만들어 놓으면서 결국 해당 종목의 스포츠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에 대한 국내 스포츠팬들의 반발과 비슷하게.

 

레알마드리드는 프랑코 정권에서부터 이렇게 최강의 선수들을 싹쓸이해서 보유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 측면에서 스포츠가 이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라로 레알이 손꼽히는 것에는 그런 내막도 있다. 어쨌든 이 팀은 객관적으로 볼 때 항상 리그 1등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어쩌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냐...)

 

암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프리메라리그의 장점은 선수 개개인의 재능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골문 앞에서 시원하게 내지르는 맛이 장점인 프리미어리그, 철저한 수비중심 경기를 펼치다가 순식간에 역공을 펼치면서 골을 만들어내는 세리에 A와는 또 다르게 문전 앞에서 상당히 정교한 패스 끝에 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리메라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현란한 개인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오늘 새별 벌어졌던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는 별들의 전쟁이었다. FC바르셀로나 역시 엄청난 선수들이 포진해있다. 한때 히바우두가 이 팀에서 뛰기도 했었는데,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간판은 역시 호나우딩요다. 전방의 에뚜와 미드필더인 데코, 아르헨티나의 신성 메시 등 이 팀의 전력 역시 세계 스타급들이다. 국가와 자본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왔던 레알과 이에 대응해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키웠던 FC바르셀로나의 경기는 현지에서도 '클래식 더비'라고 할만큼 큰 관심거리가 되는 경기다. 여기서 이 별들이 충돌했다.

 

경기 결과는 FC바르셀로나가 레알마드리드에 3:0으로 완승. 특히 호나우딩요의 현란한 플레이는 축구가 '예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에뚜의 첫 골 이후 후반전에 두 골을 연속으로 몰아 넣은 호나우딩요의 플레이는 사람들이 축구에 왜 열광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이런 경기 한 번 보고 나면 밤을 새도 뿌듯하다. 박카스 몇 병 마신 것보다 훨씬 생활에 활력을 준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른 것이 아니다. 축구를 보더라도 다양하게 즐겨보자는 거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출전한다고 하면 '애국심'으로 무장한 시청자들이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밤을 새우지만, 사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축구의 참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프리미어에 익숙해진 우리 축구팬들, K리그의 스피드 수준을 보며 한탄을 한다. 하지만 축구든 뭐든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무엇이라는 것이 있다. K리그는 K리그 대로 맛이 있는 거다. 골고루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라는 이유는 ESPN 등 스포츠 채널들이 지나치게 프리미어리그만 보여주고 다른 리그를 별로 안보여주는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덧말 : K리그에 바라는 것은 조금만 더 열심히 뛰어달라는 것이다. 선수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는 별로 동의하기 어렵다. 이 선수들이 국대 와서 잘 뛰는 것은 국대 들어오면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 아니다. 아드보카드가 여전히 쇼맨쉽에 충실한 연예인이 아닐까 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입장이지만 아드보카드가 한 말 중에 가장 동감하는 것. 그것은 한국 선수들이 리그에서 더욱 성실히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그가 재밌어지면 축구의 맛도 한층 더 높아진다. 저녁엔 K리그를 보고 새벽엔 외국 리그를 보면서 비교해볼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ㅎㅎ(일은 언제 하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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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0 16:18 2005/11/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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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알이 우승 못하는거나 MLB에서 양키스가 우승 못하는거나. 비슷하죠. 첼시가 돈 퍼부은 구단 치고는 자국리그 성적이 좀 좋긴 하지만, 결국 첼시도 지난 챔스에서 우승 못했죠. 후후

    그나저나 올해 한국 배구는 용병이 들어와서 좀 나아질려나요? 그동안 삼성이 다 해먹어서 배구 인기가 완전히 내려앉았는데, 이제 좀 나아질런지.

    아참 저는 프리메라리가에선 바르샤 팬입니다. 히히..

  2. 오오... 역쉬 8con~! *^^*
    행인은 프리메라에서 가장 흥미로운 팀으로 데포르티보를 꼽습니다. 이 팀, 불가사의에요. 뭔가가 있는데 그 뭔가가 딱 뭔지는 잘 모르겠죠. 암튼 참 중독성 있는 팀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