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잘 던지나
똑같은 짓을 해도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젖먹이 어린 아이가 방싯 방싯 웃으면서 완전 남남인 여인네의 볼에 뽀뽀를 하면 귀엽다고 난리가 나지만, 생판 모르는 넘이 첨보는 아낙에게 입술을 드리 밀면 치한으로 신고된다. 힘 센 언니 만나면 반 죽을지도 모르고...
세상만사 이렇게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경우가 어디 한 둘인가? 대표적인 예로 노무현과 김문수. 이 두 사람이 한 똑같은 짓이라는 것이 뭐 대단한 것은 아니다. 이름하여 명패 투척사건. 예로부터 팔매질 잘 하던 우리 겨레의 기상과 전통은 세계의 신화로 남은 여자 양궁과 메이저리그 100승을 달성한 박찬호의 활쏘기와 야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의사당 안에서 명패를 던지는데서도 나타난다.
노무현의 명패투척. 5공 청문회 당시 뻔뻔스럽게 딴소리만 지껄이다가 자리를 뜬 전두환. 울분을 삭이고 있던 노무현이 전두환이 떠나간 그 빈자리에 명패를 집어던져버렸다. 어떤 이들은 전두환의 면상에다 명패를 집어 던졌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그런 루머가 노무현을 띄워주기 위해서였든지 반대로 노무현을 비하하기 위해서였든지 간에 노무현이 명패를 던진 곳은 전두환이 앉아 있던 자리, 그 빈자리였다.
김문수의 명패투척. 지난 3월 2일. 행정중심도시 특별법이 통과되자 김문수는 본회의장 앞으로 나가 의장석을 향해 명패를 던졌다. 물론 혼자 그짓 한 것은 아니다. 그 옆에 이재오, 배일도 등도 함께 있었다. 그게 김문수의 본심이었건 어쨌건 간에 명패는 날아갔고,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게 무슨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네이버 이미지에서 펌)
노무현은 명패를 투척한 후 여당의 사과요구에 따라 국회 단상에 나가 연설을 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 사과는 국민들에 대한 사과였을 뿐 여당이나 전두환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무능력과 국회의 무능력을 사과한 것이다. 노무현, 이 사건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박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청와대에 들어가 앉아있다.
김문수는 지난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행정중심도시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 이 정권은 끝장이 난다고 했다. 난리가 아니다.
헌법소원을 하던지 쌈을 싸먹던지 그거야 지 맘이다. 하긴 지금의 헌재가 지 밥그릇 챙기기 위해서 헌법이념마저 난도질을 하는 수준이라 김문수가 그런 희망을 가질만도 하다. 그러나 헌법소원 하기 전에 지가 속한 당이 그런 법을 통과시키는데 일조한 것에 대해서 먼저 항의를 했어야 한다. 뭐하자는 수작인가?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신행정수도사업. 이거 사실은 충청권에 표 좀 얻어보고자 충청일대 땅값 좀 올려주려는 수작질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이면의 잔머리는 그렇다 쳐도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비정상적 집중화는 하루 속히 해소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쯤 되면 그 대안이 뭔지는 내놓으면서 굿을 하던 떡을 치던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김문수, 명패투척으로 자신의 이미지 만드는데만 급급하고 있다.
명패를 집어던지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던 노무현, 명패투척이라는 그 행위가 사실은 자신의 한계였음을 모르고 있다. 그런 사건 없어도 본회의장에서 얼마든지 문제 지적할 수 있었다. 김문수? 이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데 한쪽은 명패투척행위를 통해 대통령까지 올라갔고, 다른 한쪽은 똑같은 명패투척행위를 통해 비웃음을 사고 있다. 사실 두 사람의 행위는 그 자체로 그닥 좋은 현상이 아니다. 의사당에 똥물을 뿌렸던 김두한의 행위, 그거 열불나는 국민들의 가슴에 시원한 통쾌함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까놓고 이야기해서 양아치 깽판놓는 행위와 다를 거 하나도 없다. 그러나 어쨌든지간에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다르다.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김문수... 한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의 말로로는 너무나 처량한 시츄에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