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팔자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자칫 물건너 가게 생겼다. 이놈의 대한민국 국회가 가지고 있는 아주 고약한 버릇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법안이 나와도 정부가 그 법안과 같은 성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면 정부안이 나올때까지 논의가 멈추어버리는 것이다. 게으른 정부를 탓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부 눈치나 보고 앉아있는 국회의원들의 지조없음을 비웃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개인정보보호법 논의가 가열되던 와중에 인터넷 기업들이 누구 망하는 꼴 볼려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딴지를 걸고 나온 바가 있고, 일부 의원들의 경우 기업들의 반발에 엇 뜨거라 하고서는 이 법이 규제가 심하다는 둥 어쩌구 저쩌구 헛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제 어쩌구 하는 사람들, 말을 하려면 좀 제대로나 알고 했으면 싶다. 한 마디로 걱정 붙들어 매라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 개인정보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호시책이 강구되어도 사실 개인정보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이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돈놓고 돈먹기하는 인간들의 밥줄이 하루 아침에 끊기는 것은 아니다. 약간 어려워질 뿐이다. 반면에 오히려 이런 법을 이용해서 새로운 돈벌이를 하는 인간들도 나타난다. 더구나 아주 큰 시장을 형성하면서 말이다. 그 예를 일본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올해부터 지난 2003년에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본격 시행된다. 원래 이 법이 만들어질 때 일본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그 반발의 주역들은 신문사를 비롯한 언론관계인들이었다. 이 법을 소위 "스캔들 방지법"이라고 비아냥 거리면서 언론인들은 이 법이 언론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언론이라는 것이 어떤 수준인지를 알면 이들의 주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신문가판대를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일본의 거의 대부분의 신문들, 하루라도 스캔들 기사가 빠지는 적이 없다. 그거 기사로 만들어야만 이 찌라시 공장들은 생계를 영위할 수 있다. 뭐 주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허리하학적 이야깃거리를 싣고 있는 이들에게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것은 그러한 사생활에 눈을 돌리지 말라는 경고였던 거다. 그런데 그 신문언론사들 지금도 그 짓 하면서 잘 먹고 잘 산다.

 

게다가 일본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높아지고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제정 시행되는 통에 새로운 분야의 업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개인정보유출보험이라고 불리는 신종 보험상품의 출시다. 2003년부터 출시된 이 상품으로 인해 Nissay 同和 손보, 三井住友, 東京海上日動, 손보 Japan, IOI 손보, 일본 興亞 등 대형 6개 손보사에서만 2004년 한 해 동안 약 4,650건 계약에 수입보험료 18억엔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이거 잘 들여다보면 자본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 살길을 잘 찾아내는지 알 수 있다. 한 쪽에서는 규제라고 난리 북새통을 치더라도 다른 한 쪽에서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알짜배기 돈놀이를 하고 있는 거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이미 손해보험 장사하는 사람들, 벌써부터 일본의 경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보험산정료와 심사기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가본데 어차피 법률 제정되면 그거 바로 계산기 두드릴 수 있다.

 

인민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만든 법이 이렇게 장사꾼들 돈벌이를 유용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제나 찝찝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법이 항상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규제 운운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이 마치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처럼 설레발이 치는 사람들의 주장은 닭대가리같은 소리일 뿐이다. 먹고 살려는 넘들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기회가 될지언정 위기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헛소리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걱정도 팔자다. 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은 다 알아서 지들 밥그릇 만들어 준다. 시장을 그렇게 못 믿는 넘들이 무슨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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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1 20:35 2005/04/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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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문장에 끄덕끄덕 10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