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이야기
한국 국적자의 약 98%정도를 국뽕에 취하게 만든 봉준호의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축하부터 해주고 시작하자. 그 상의 취지라든가 개별적인 관련 이야기는 내가 언급할 게 없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들 하시라고 하고. 그런데 축하를 하는 사람들의 면면에서 재밌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홍준표 같은 경우에는 이 영화 상 타는 게 영 내키지 않는 듯하다. 하긴 뭐 그 당 어떤 자는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좌빨의 선동영화라고 했던가 어쨌던가 그랬으니 홍준표라고 별 나은 게 없을 거고.
오늘 이 수상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문통이 말했다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
미디어오늘: 기생충 수상에 文 "가장 한국적 이야기, 세계인 움직여"
문통은 이 수상을 언급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했다는데, 난 이 말이 뭔 말인지 도통 알쏭달쏭하네. 문통이 이야기하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는 어떤 걸까? 뭐가 그렇게 "가장 한국적"이었을까? 계급격차의 현실? 빈부의 대립? 자본주의체제의 모순? 죽어야 끝나는 상호적대? 어떤 것이 가장 한국적인 거였나?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한국이 가장 독특하고 강력하게 이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가?
만일 한국의 빈부격차와 계급대립이 국제적으로도 탑을 찍을만큼 "가장 한국적"으로 특수하고 강고한 일이라면, 문통은 지금 박수치면서 국뽕 드링킹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이 가장 한국적인 문제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이러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모든 적폐를 청산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그가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해소해야 할 책임있는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가장 한국적으로 체제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이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현 상황에 의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자 경고다. 이 경고에 대한 대답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서 평등한 체제전환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는 자세여야 한다. 하지만 국뽕 들이킨 문통의 약속은 결이 달랐다.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하도록 정부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을 뿐.
물론 영화인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것도 좋다. 그거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최고권력자라면, "지역적 행사"일 뿐인 아카데미에서 상 받은 걸 격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러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소회가 있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문화적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고뇌하면서 받아들이는 자세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영 개운칠 않네. "가장 한국적 이야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