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모순과 조국 가족
개인적인 연이 있기로 기억하고 있는 이름인데, 이분이 요새 좀 엉뚱하게 폭주를 하는 통에 심히 괴롭다.
최배근 페이스북: 자칭 좌파 혹은 진보지식인들이 헛발질을 하는 이유
처음에는 꽤 똑똑하고 스마트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사도에 빠지시는 건지 어떤 건지 영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하더니만, 대일 경제분쟁과정에서 느닷없이 정면대결을 주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더니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조국 수호대열의 선봉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그러려니 했는데, 링크한 글을 보면서, 아 이분이 이제 드뎌 혼수상태에 접어들었구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내가 가장 기대하는 후배의 지도교수이기도 했는데, 물론 이 후배가 박사는 물 건너가서 따왔지만서도, 암튼 그녀석 요새 최배근 교수로 인해 상심이 크더만 결국 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기는 하다.
왕년에, 더 정확히 말하면 2004년에,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빡세개 전개되면서 모든 사회적 의제를 다 빨아먹어버리는 블랙홀이 되었을 때, 관련된 이야기를 얼마전에도 포스팅 했지만, 그해 연말 즈음에 아주 기가 막힌 일이 터졌는데, 바로 조선일보가 고 이재영의 글을 가지고 기사를 썼던 사건이었다. 이때 국보폐지 올인하던 민주노총과 국보폐지연대가 항의공문을 보냈는데, 결국 그들이 하는 말은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말을 왜 하느냐?"였다.(이 사건에 관한 포스팅을 했었는데, 이 글 올리면서 링크하려다보니 보기가 안 좋아서 수정을 하였더니만 글이 삭제되어 복구하는 사태가...ㅠㅠ)
최배근 교수의 글을 보니 갑자기 이 옛일이 생각난다. 최배근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편, 얼치기 좌파들이 (검찰이 확보한 일부 흔적을 뻥튀기 한) 조국 교수의 ‘윤리성’(?)을 문제 삼자 이들에 대해 대중이 분노한 이유는 이들의 공격이 조국 교수가 의도적으로 비난받기를 원하는 정치 검찰과 그에 기반해 특권을 누렸던 거악(巨惡)들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국보폐지연대 관계자와 민주노총 관계자가 하던 말 그대로다. 즉 "왜 조선일보에게 이용당할 말을 하는가?"와 "왜 검찰에게 또는 적폐들에게 이용당할 짓을 하는가?"는 같은 말이다. 달리 말하면 최배근 교수의 수준과 저 국보폐지연대 간부의 수준이 같다는 거. 그냥 입 닥치고 있으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하지, 이건 뭐하자는 수작인지.
거기다가 난데없이 하는 말이 "구조적이고 합법적인 불공정이 특권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이것이 분단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을 아느냐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뜬금포는 뭔가? "한국사회에서 특권 카르텔의 이익은 한반도 분단으로 이익을 보는 외세의 이익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뭐? "노무현부터 노회찬 등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구조에 희생을 시키는 능력(?)을 특권 카르텔은 검찰과 언론을 앞세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였던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빡이 치는데, 거기서 왜 노회찬이 나오나? 뭔 사정이라도 알고 이따위 소리 하는 걸까?
최배근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한국 검찰은 분단에 의하여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기득권 카르텔의 전위 내지는 주구다. 하지만 검찰이 아무리 뭣같은 존재라고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검찰의 권력구조를 이야기하게 되면 시스템이나 제도의 문제를 하위의 문제로 전락시키게 된다. 아니 ㅆㅂ 경제학자가 이따위로 사태를 해석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만, 조국의 가족 문제가 분단모순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분단모순을 고착화하는 세력이 실은 검찰이었고, 노무현이나 노회찬의 죽음은 실은 분단고착화로 이익을 얻는 특권 카르텔의 획책때문이었다는 이 놀라운 논리적 에스컬레이팅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
최배근 교수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명제가 참이라고 승인되어야 한다. 즉 "분단이 없었으면 조국 사태는 없었다." 과연 그런가?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분단모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계급모순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심오한 해석과 대안의 도출은 '경제학'적 고찰에서 더 요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경제학자가 한다는 소리가 이렇다는 건 분단의 마법 때문인가 경제학자의 덜떨어짐 때문인가?
뭔 개소리를 이렇게 신박하게들 하시는지 원. 분단모순이 조국 가족 문제로 연결된다는 놀라운 나비효과를 밝혀낸 최배근 교수가 올 연말 노벨 경제학상을 탈지도 모르겠다만, 이런 상큼한 개소를 듣는 순간 과거의 인연이고 지랄이고 간에 바로 욕이 튀어나오는 걸 어쩔 수 없다는 거. 아, 씨앙, 좋게 말하려고 했는데 옛날 포스트 하나 제대로 날려먹고 나니 모든 게 다 뭣같이 보이네 기냥.
암튼 이번 조국 사태 외중에 저 상지대의 홍성태, 부산외대 이광수, 건국대 최배근 같은 교수들 및 교수라는 직함 걸고 온갖 요설을 다 푸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게 되었다.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 법학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이런 사고 수준을 하는 자들이 교수랍시고 앉아 있는데다가 셀럽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참 갑갑하다. 최배근 교수가 저 링크 건 글 마지막에 이렇게 써놨다.
"결론은 얼치기 좌파들의 헛발질은 실력의 부재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난 이따위 실력을 가지고 다른 이들의 실력을 논하는 '교수'들의 자만심이 놀랍다. 학문의 경지는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도대체 부족함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고 자신하는 자들이라 이게 과연 경지에 이미 도달했기에 그런 건지 아니면 애초 자질이 없는 '얼치기'들이 학문한다고 설레발을 친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늦게나마 학문 안 하기로 마음 먹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