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10월 25일 공청회를 진행했던 행정안전부가 홍보블로그에 전자주민증 관련된 글을 실었다.

"꿀맛 새소식 / 달콤한 꿀맛 이야기"라는 카테고리에 올린 글인데 우째 꿀맛은 안나고 병맛이...

 

암튼 건 그렇고 여기 올라와 있는 내용들은 사실 그동안 제기되었던 전자주민증 관련 비판들을 설득력있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 하나 따져보기엔 시간이 그렇고 몇 가지만 좀 본다면.

 

1. "이미 일본, 스웨덴 등 해외 36개국에서는 전자적 형태의 신분증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 그러나 그 나라들의 특수한 환경, 예를 들면 전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나 민간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 남용이나 혹은 강제적인 신분증 발급같은 것이 없거나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 이런 걸 우리는 혹세무민이라고 하는데, '전자적 형태의 신분증'을 다른 나라들이 일부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본질적인 문제들은 감춘 채 남들도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전문용어로 구라라고 한다.

 

 

2. "전자주민증 도입 후 개인정보 유출피해 방지에 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 25일 공청회에 참가한  패널 중 행안부 주민과 담당자만이 이런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다른 모든 패널들은 지금보다 더 큰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우려했다. 하다못해 보안전문가로 참석한 고려대 모 교수조차 기계 자체의 문제외에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유출문제에 대해선 자신이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한 발 뺐을 정도.

 

- 이건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듣거나 말거나 결론은 행안부 맘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3. "...7개 기본 사항 외에 ...5개 항목이 더해집니다. 12개 정보 외에도 본인이 희망할 때에만 혈액형과 서명 등이 추가로 IC칩에 담길 수 있는데요."

 

- 공청회에서 주민과 담당자는 분명히 '서명'은 제외되었다고 밝혔는데 여기선 또 딴소리.

 

- "혈액형과 서명 등"이라는 표현에서 이 "등"자가 무서운 건데, 이건 이 외에 추가로 다른 정보가 얼마든지 칩에 저장될 수 있다는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다른 정보를 입력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던 주민과 담당자의 발언과 배치된다.

 

- 어떻게 국가기관이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말 바꾸기를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

 

 

4. "발행번호를 수집해 활용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오남용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 발행번호를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 달리 말하면 새로운 개인정보 식별자(matching code, matching key) 하나가 더 생긴다는 말이다. 유출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하나 더 늘었다는 말씀.

 

- 사실 발행번호는 과거부터 줄곧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대안적 수단으로 제안했던 거다. 그런데 이번 행안부의 안은 "대체"가 아니고 "추가"다. 우째 이런...

 

- 한편, 그렇다고 해서 주민등록번호 유출과 오남용이 줄어드냐 하면 실상은 정 반대. 오히려 인식기를 통한 이용은 인식기 숫자만큼 늘어난다. 도대체 이게 무슨 궤변인가?

 

 

5. "금융업, 병원, 이통사, 법무사 등에서는 판독기(리더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편의점 등에서 미성년자 여부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이용하는 경우는 현재와 같이 육안으로 확인하면 되므로 리더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 결국 주민번호 민간사용 억제효과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 편의점 이야기는 원래 이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던 취지와 전혀 반대된다. 전자주민증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청소년의 주민증 변조였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주민증 변조를 하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이 바로 편의점에서 술 담배 사려는 것.

 

- 행안부 논리대로라면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육안확인을 통해 별 문제 없이 청소년 신원확인을 해왔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뭐하려고 전자주민증을 도입할까? 다시 말해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용용도가 목적이라면 전자주민증 도입에는 원천적으로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거 아닌가?

 

 

6. "행안부는 지난 10월 25일 ...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 이게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알리바이 마련을 위한 요식행위였는지는 현재 개정법률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미 개정 법률안은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통과해서 국회 행안위에 제출되었다.

 

- 즉 이미 일은 다 저질러 놓고 마지못해 뒷북치듯이 공청회라는 요식행위를 했다는 거다.

 

- 공청회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원천적으로 사업 자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7.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3년부터 5년 간 연차적으로 전자주민등록증을 발급할 계획입니다."

 

- 보다시피 공청회에서 나온 문제제기에 대해선 입 싹 씻고 원래 계획대로 전자주민증 발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쉽게 말해 "니들은 떠들어라, 우린 간다"는 식이다.

 

- 국민 의견 수렴은 이미 할 필요가 없는 상항이었던 것. 행안부는 오직 전자주민증을 발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국민은 그냥 말만 국민일 뿐, 여전히 행안부의 눈에는 호구일 따름이다.

 

 

이 글은 행안부 블로그 해당 글에 트랙백을 걸 것이다.

과연 트랙백을 건 후 어떤 입장이 나오는지 기대된다.

 

물론 쌩까거나 트랙백을 지울 수도 있겠지만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앞장서는 행안부가 절대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 바이다.

 

논의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