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종목
축구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세대든 그 세대가 품에 안고 있는 전설이 있다.
예컨대 행인 또래의 축구팬들에게 멀게는 마라도나나 플라티니, 호나우도와 지단 같은 전설은 아마도 그들이 보여준 플레이와 함께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이름을 나열하자면 한이 없을 터이니 여기서 관두고... 근데 전설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앞세대들이 전설처럼 이야기하는 그라운드 위의 사건들을 라이브로 보지 못한 것은 절대 만회할 수 없는 아쉬움이 된다.펠레나 가린샤의 플레이는 나중에야 동영상으로 본 건데, 윗세대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 플레이를 라이브로 보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76년 차범근이 7분 동안 세골을 몰아쳤던 그 순간, 분명히 티비를 보고 있었지만 차범근의 눈부신 활약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티비는 커녕 쥐뿔도 없던 시절,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아부지 손에 끌려 들어간 어느 어둑한 다방에서, 따땃한 우유 한 잔을 마시며 이게 왠 횡재냐 하고 있던 행인의 어린 시절 추억 속에서, 차범근의 세골은 담배연기 자욱한 어둑한 다방 안에서 어른들이 들고 일어나 만세를 외치며 생난리를 치던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이런 줸장할...
이런저런 전세대들의 전설 속에서 사실 66년 월드컵의 북한과 포르투갈전은 들어보질 못했다. 나중에 축구에 대해 여기저기서 주워듣다보니 알게 된 건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런 전설이 남게 된 것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길래 이렇게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걸까?
무튼, 그러다보니 이번 2010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경기는 다름 아니라 21일 월요일 저녁에 펼쳐질 북한과 포르투갈의 경기. 복수는 아름다운 것. 44년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만난 북한과 포르투갈은 어떻게 부딪치며 44년만의 해후를 나눌 것인가? 아유 걍 생각만 해도 부들부들...
게다가 지난 브라질과의 대전에서, 비록 공격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포르투갈전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놨다. 과연 대세는 어디로 기울 것인가...
어쨌거나 최대 관심종목은 이 경기인데, 지난번 브라질전과의 대전에서 단독중계방송사인 SBS 이것들 좀 많이 치사했다. 지금껏 다른 나라들 경기에서는 각국의 국가를 살뜰하게 번역해서 자막으로 내주더니 유독 북한의 '애국가'만은 무자막처리했더랬다. 고무찬양죄에 걸릴까봐 그랬나? 어차피 대형국기가 화면 가득 비춰지고 흘러내리는 정대세의 눈물이 측은지심까지 자아내더만, 굳이 북한 국가만 쏙 빼고 자막처리 해주지 않는 처사는 매우 치졸했다. 썩을 넘들...
보너스로 북한 애국가 가사 올려본다.
<1절>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조국 반만년 오랜 역사에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2 절>
백두산 기상을 다안고 근로의 정신은 깃들어
진리로 뭉쳐진 억센 뜻 온 세계 앞서 나가리
솟는 힘 노도로 내밀어 인민의 뜻으로 선나라
한없이 부강하는 이 조선 길이 빛내세
어느 학교 교가나 다 그렇듯이, 그 동네 학교들은 죄다 그 동네에서 젤루 유명한 산이며 강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좋은 말 가득 늘어놓는 건데, 남한이나 북한이나 애국가의 가사배열은 딱 그 수준에서 비슷하다.
어쨌든 그렇다 치고, 이 관심종목 본방사수를 위해 또 신경 써야할 듯.
SBS는 이번엔 자막처리 해줄라나. ㅋ
월드컵에 미치지 말자
축구란 꿈을 키울때 아름다운 것이다.
아마추어팀은 修와悟가 있다.
월드컵은 따름이 있지만
아마추어는 창조가 있다.
월드컵이 저주라면
아마추어는 공이다 그야말로 축구공이다.
야,축구공이다.하늘은 높고 운동장은 넓다.그 가운데 축구공은 월드컵의 꿈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동생에게, 다른 나라 국가는 자막이 나오는데 북한 국가는 안나온다며? 하고 묻자..한국말인데 뭔 자막? 하더라구요...^^;;
자막처리 안한 이유는 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닐까용?
북한말 알아 듣는 데 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_-;;;
부부젤라소리에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더만요.
기미가요도 자막제공 안 하던데, 그것도 가사나 찾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