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트와 YS, 그리고 변희재

행인님의 [박근혜와 김민선과 미네르바] 에 관련된 글.

 

"버르장머리"라는 단어를 국가원수 공식지정언어로 만든 장본인은 누구나 다 알듯이 뻥삼옹이시다. 영문 이니셜 YS, 풀네임 김영삼인 이분은 현직 대통령 재직 당시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하다가 일본 좋은 일만 시켜줌으로써 "버르장머리"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충격적 폭발력을 국민에게 실감시킨 바 있다. 뻥삼옹은 퇴직 후에도 아군이라 생각했던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버르장머리"를 운운한 적이 있으며, 급기야 촛불시민들을 향해서도 "버르장머리"를 언급하며 특유의 뻥삼표 개구라를 날리신 바가 있다.

 

이번에 김민선을 고소한 에이미트 사장께서, 고소의 궁극적 목적은 김민선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 것이라고 했다.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언사가 없어지기를 희망한다는 숭고한 취지로 진행된 이 고소사건의 고소인은 "버르장머리"가 실제로는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언사임을 잘 모른다. 왜냐? 한 나라의 대통령각하께서 공식석상에서 사용하신 단어인데, 이게 어떻게 "청산가리"와 같은 싸가지 없는 말이겠냐? 뭔지는 몰라도 아무튼 고상하고 훌륭한 말일 것이다. 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앞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김민선의 발언으로 인하여 미국산 수입 소고기의 판매량이 급감했으며, 특히 에이미트 사장사마가 주장하듯이 청소년들이 소고기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전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만일 에이미트 사장사마가 주장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아웃백이나 빕스 같은 곳에서 스테이크를 씹으며 재잘거리는 저 청춘남녀들이 사실은 반노환동한 할배, 할매들이란 말이냐?

 

결국 에이미트 사장사마가 뻥삼옹의 전매특허인 "버르장머리"를 운운하면서 제기한 이번 소송이 목표하는 바는 다른 것이 아니다. "앞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교육효과"가 그거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시츄에이션 아닌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미네르바 잡아 넣고, 네티즌들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촛불의 배후를 운운하면서 입닥치고 살라고 압력을 가하는 현 정부의 스타일과 거의 판박이 수준의 사고방식이다.

 

재밌는 건 이 사건과 관련해서 갑자기 숟가락 하나 더 걸치고 나온 변희재. 최근 올라오는 글도 없고 해서 그닥 자주 들어가보지 않았던 변희재의 빅뉴스에 간만에 변희재가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 글의 주제는 다른 게 아니고, "지적 수준"이 되지 않으면 입닥치고 살라는 말씀 되겠다. 특히 변희재는 김민선은 물론이고, 오마이에다가 전여옥에게 공개서한을 띄웠던 정진영까지 싸잡아서 "지적수준"을 거론한다. 그런데 그 논리라는 것이 전혀 "지적"으로 전개되지 않기에 헛웃음이 나온다.

 

지가 미디어 평론가씩이나 하면서 미디어에 대해선 한국에서 최고 전문가인 것처럼 활동하는 변희재는 도대체 미디어라는 것이 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생각이 없다. "지적수준"을 기준으로 발언의 허용 여부가 결정되는 세상이라면, 그곳에서는 미디어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렇더라면 애초에 '너희의 말을 자유롭게 하라'라는 사상의 자유시장 주의는 성립될 여지가 없다. 최소한 "지적수준"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지적수준"이 입을 열거나 말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

 

물론 변희재의 논리쯤은 진중권의 글 하나로 충분히 덮어진다. 따라서 변희재의 글을 한줄 한줄 밑줄쳐가며 곱씹을 필요는 없지만, 여기서 발견되는 사실은 뻥삼옹과 에이미트사 사장, 그리고 변희재 류의 "버르장머리"와 "지적수준"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물론 전여옥의 경우는, 진중권의 표현을 빌리자면 "교양과 재수가 부재"하는 수준이니 당연히 이들 부류에 포함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이런 "버르장머리"와 "지적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엉뚱하게 남들의 "버르장머리"와 "지적수준"을 거론하면서 설쳐대는 걸까?

 

그 이유는 별 개 아니다. 뭔가 하고는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이다. "지적수준"도 떨어져, "버르장머리"도 안 되, 그러다보니 이런 식의 노이즈라도 만들어내지 않으면 뜨고 싶은 자신의 심리를 만족할 수 없는 거다. 이 너절한 인정욕구가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던, 인과관계가 성립되지도 않는 일로 소송에 시달리던, 대중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들던,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차피 그런 걸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수준"도 안 되는 데다가, 윤리적 양심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버르장머리"조차 없기 때문이다.

 

평생 사골국물 우려낸 육수로 칼국수 말아드시던 뻥삼옹은 혹시 본인의 뇌기능 저하가 사골국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먼저 정밀검사해볼 필요가 있거니와, 인과관계를 인식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태파악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른 에이미트 사장님 역시 그동안 섭생해온 미국산 쇠고기와 자신의 뇌기능과의 관계를 의학적으로 검진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물론 변희재나 전여옥은 뭘 먹고 사는지 모르므로 걔들 머리가 원래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만.

 

정부와 자본에 의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 억압 현상은 이제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우익들이야 우리 사회에 무슨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이 있냐고 항변을 하고 있다만, 그거야 "지적수준"이 안 되는 사람들이 펼치는 표현의 자유니까 그것도 걍 보장해 주겠다. 어쨌거나 김민선 피소사건은 김민선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데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 두 사람의 입이 막혀지다보며 조만간 뻥구라닷컴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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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4 14:12 2009/08/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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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9/08/15 02:09

    요즘 인터넷 공간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사건의 발단은 난데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가 PD수첩과 김민선에 대한 고소에서 시작되었다. 에이미트는 작년 촛불시위로 인해 큰 손해를 입었고 김민선이 촛불시위를 선동했다며 3억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 작년 촛불시위 정국에서 김민선은 개인 미니홈피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미니홈피라는 곳이 무엇인가? 공식 사이트도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촌이라는..

    • Tracked from
    • At 2009/08/18 02:48
    Subject: 지적수준

    행인의 [에이미트와 YS, 그리고 변희재] 에 관련된 글. 간만에 건수를 만난 빅뉴스 대표께서 대한민국 공식 지적수준의 기준치를 발표하셨다. 이분의 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어디 가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한 소리 할 정도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의 사회과학서, 인문과학서 책을 읽고, 매일 신문과 잡지의 글을 최소 3시간 이상 읽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도 주마다 서너 편씩" 읽어 주셔야 한다

  1. 오크는 인간을 먹는 법이고
    희재는 여전히 진중권에 대한 짝사랑을 먹고 살겠죠.

    • 그게 짝사랑 정도로 끝나면 좋은데 이건 뭐 스토킹도 이런 스토킹이 없으니 말이죠. ㅎㅎ

  2. 장사가 될때는 폐업하시는거 아닙니다. ㅎㅎ~
    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구린대상들이지만 신선한 글로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파닥거리는 싱싱한 글들 잘 읽고 갑니다. ^^*

    • 저는 구린 대상들이 반갑습니다. ^^;;;
      제 블로그는 구린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니까요.
      자주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