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한 자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이토록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박정희 사망 이후 처음인 듯 하다. 김수환과 박정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외람된 듯도 하다.
행인 개인에게도 특히 그렇다. 박정희 덕분에 마빡에 새똥도 벗겨지지 않았던 시절에 두 번이나 강제철거를 당했다면, 그래도 추기경께는 세배돈까지 챙겨 먹은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고삐리 청춘들이 명동성당으로 추기경께 세배드리러 가면서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를 "김수환무 거북이와 두루미~"로 바꿔 부르는 불경까지 저질렀던 것을 생각하면 입관 전에 가서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으되, 걍 이렇게 앉아서 영면을 기원하는 것으로 땜빵을 할란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호불호나 그이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행인의 재량에 당치도 않거니와 설령 그럴 재주가 있다손 치더라도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시간도 없고. 하지만, 벌써 어제부로 20만이 넘는 추모인파가 다녀갔다는 뉴스를 보면서 고인에 대한 뜨거운 이 사회의 애정을 느끼기 보다는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드는 것은 행인의 성격이 워낙 모나서일 뿐일까.
예를 들어 개념이 흘러 넘치는 안드로메다에서 어느 귀인이 돌아갔다면 그 사회 전체가 떠들썩하게 추모행렬이 벌어질까?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리라. 어차피 거기 사는 모든 이들이 개념충만한 사회에 개념 가득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므로, 누가 죽더라도 이렇게 추모행렬이 벌어지거나 아니면 죄다 그런 사람들인데 특별히 뭐 추모행렬까지 벌어지지 않거나. 행인 생각으로는 후자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국가적 손실"이라는 귀에 거슬리는 발언도 있었다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추모의 양상은 마치 자신이 존경하여 모시던 "어른"이 돌아가신 것 같은 느낌이다. 신도건 아니건 간에 적어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어떤 개인을 "어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현상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어른"의 존재를, 즉 자신의 사표로 삼을 만한 누군가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요..."라고 했던가. 실상 천국에 대한 기복적 갈망은 현존 이승의 삶이 이상으로서의 천국과 너무나 거리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지상의 인간들이 그 수고하고 짐진 인생들을 회당에 가서 풀어놓는 것일 테고. 돌아간 추기경에 대한 애틋한 애모의 정 역시 그런 연장에 있는 것은 아닐지. 그리하여 그 이면에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 한 군데 마음 기댈 곳을 찾기가 그토록 힘들다는 반증처럼 보인다.
고인에 대해 별도로 추모의 염을 올리진 않겠으나, 옛날 그분께 받았던 세배돈의 용처는 밝혀 드리는 것이 도리일 듯 하다. 추기경께서 주신 세배돈은 당시 진로 소주 열 댓병을 사고도 잔돈을 받을 수 있는 액수였다. 당연히 행인은 그 세배돈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국내 알콜 소비량을 늘렸다.
자~알 마셨습니다, 추기경님.
안녕히 가세요~~~!!
뭐랄까.. '행인은 국내 알콜량을 늘렸다'라는 문장이... ㅠ.ㅠ 털썩.. 너무 어색하다능....
ㅋㅋ 내가 생각해도 어색한디... 그나저나 요즘 잘 있는겨? 넘 올만이네.
잘 못지내요
여기저기서 쑤셔대는 칼들. 난도질이얌.
칼빵에 맛들리면 뒷골목을 벗어날 수 없게 되는데...
이나라 중생들은 미치고 싶은 욕구가 흘러 넘치는 듯...
명바기에도 미치고,
F4라든가?텔레비전에도 미치고,
독립영화라는 워낭소리에도 미치고...
그러니 추기경 사망에 안미칠수 없겠죠..
함께 끼이지 못하면 뭔가 뒤쳐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여?
근데, 왜 용산살해나 청년실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는 사안에 대해선 회피하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화려하고 소모적인 것에는 미치는 것이 아닐까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