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등학생
서울시 교육청에서 고교생 대상 '역사특강'을 준비한단다. 강사진이 화려하다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어디서 이런 인물들만 골라서 섭외를 했는지. 대~한민국 우익 브레인들에게 총동원령이 떨어졌나보다. 바야흐로 "잃어버린 10년"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기 위한 우익의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강사진들이 명목상 역사교육을 시킨다는데 실제 한국 근현대사에 정통한 사람들은 없고, 게다가 역사인식이라는 것이 거의 황당한 수준임이 증명된 사람들이 포진해있다보니, 이런 무개념인자들에게 강의씩이나 들어야 하는 자라나는 새싹들이 혹시라도 왜곡된 역사인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하다. 걱정도 팔자다.
행인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고등학생들이 이런 똘추들의 강의를 듣고 감격먹어 개또라이의 한길로 자신의 인생행로를 결정하리라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기회에 한국 우익집단의 실체를 미리 알아 앞으로 저런 류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개쪽을 파는 짓인지를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 교육청이 준비한 수구적 '역사특강'을 들을 고등학생들, 이 학생들은 70년대 반공교육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살아가던 고등학생들이 아니다. 이승복 어린이를 삶의 표본으로 삼고 살았던 세대도 아니다. 흑백티비 한 대 가지고 있는 것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던 시대에 살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수구집단의 꼴통짓거리를 더 쉽게 깨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난 여름, 광화문 일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의 향연이 괜히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촛불이 일렁거릴 때는 한국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다고 설레발이치던 사람들이 왜 이 대목에서는 한국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보지 않고 괜히 걱정만 하고 있을까? 금성출판사 앞에서 빨갱이들은 북으로 가라고 외치며 교과서를 불사르던 노인네들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일까?
좌빨 척결을 부르짖으며 좌익교과서를 불태우던 노인네들이 이념을 먹고 살아왔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현실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상식을 먹고 살고 있다. 얘네들은 공정택 교육감이 절대 공정한 사람이 아니며, 금성교과서가 새빨간 빨갱이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과, 이명박이 지금 주식사놓으면 1년 후 떼부자가 된다고 떠드는 것이 개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빨갱이만 쫓아낼 수 있다면 이명박이 사라고 하는 주식도 살 수 있다고 설치는 노인네들과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결정적인 차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특강'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이 강의를 들은 고등학생들이 그 강의와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며 그러한 생각들을 서로 교환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실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돌아보면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암울한 생각만 든다.
행인에게 있어 진짜 걱정되는 분들은 우익집단의 발호를 보면서 고등학생들을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이다. 무슨 교육단체니 시민단체니 학부모단체니 하면서 우익집단의 망동에 대해 경고를 하고, 이들의 '역사특강'을 비난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 우려되는 분들은 바로 이런 분들이라는 거다.
그동안 전교조가 '참교육' 실천하느라 많은 애를 썼다고는 하는데, 까놓고 이야기해서 이분들이 해온 참교육이 뭔지 행인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학교내 인권교육 한 번 하기가 힘들고, 노동권 교육은 아예 이루어지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통일'교육밖에 없었는데, 대~한민국 참교육은 통일교육 하나로 거뜬한 수준이다. 여기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교조, 그닥 학생 노동권 교육이나 인권교육에 대해 전력을 쏟아붓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 역시 마찬가지. 진보적이건 보수적이건 간에 이 단체들의 목적은 only 우리 새끼들 대학에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 뭐 이수준이다. 아닌 말로 민주화와 교육정상화를 부르짖었던 대표적인 세대가 386세대라면서도 정작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교육의 광풍에 그들이 중추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신들 스스로가 학부모로서 사교육의 수요자인 동시에 학원 운영하면서 사교육 공급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 자신이 비판하던 교육문제와는 별개로 자기 자식들은 좋은 대학으로 보내고자 하는 열망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집단.
예를 들어, 참교육을 그렇게 강조하시던 전교조가 활동한지도 어언 20년을 바라보는데, 아직도 교문 앞에서 애들 머리통에 고속도로를 내놓는 학교는 왜 그리 많을까? 교복은 어째 그렇게 악착같이 입혀놓나? 허구한 날 애들 엉덩이가 총천연색으로 물든 사진들이 인터넷을 떠돌까? 주유소에서, 커피숍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돈 떼어먹히고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걍 포기하고 마는 일이 계속 일어나나? 아직도 대학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중고등학교에서 횡행하는 것은 단지 꼴통같은 선생들만 학교에 있기 때문인가?
대학가는 것이 지상과제인 학생들에게 까짓거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특강'이라는 것이 그닥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현실이다. 어차피 학교로 가봐야 입시교육이나 받을 뿐이고, 그나마도 학교 끝나면 학원가기 바쁘다. 그깟 '역사특강' 한 번 듣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한다고 할지라도 기왕에 사회가 경쟁제일에 돈만 벌면 장땡인데다가 학교라는 것은 그런 사회로 나가기 위한 관문 정도 역할밖에 못하는 상황에서 뭐가 그리 큰 문젤까?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특강'은 아마 상당기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될 것이다. 그러나 영명한 우리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그 강의들이 그다지 재미있게 진행되지 않을 거다. 우익이 노린 만큼의 실익도 별로 없을 것이고.
서울시 교육청의 '역사특강'이 정말로 걱정되는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그 규모에 걸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시던지, 아니면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경로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청소년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전할 준비를 하시던지, 더 나가 이러한 갖가지 이야기들을 가지고 청소년들 스스로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주시던지 하면 감사하겠다.
서울시 교육청의 골때리는 행사를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비난하시라. 비난 하시되 비난과 동시에 여러분들 역시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거다. 겉으로는 학생들을 위하는 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을 '보호의 대상' 정도로 생각하시는 거, 이거 이제 그만 두시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게 안 될 거 같으면 걍 행인처럼 온라인 게임이나 하면서 초중고딩과 같은 수준에서 채팅이나 하시던가.
행인님의 [대~한민국 고등학생] 에 관련된 글. 바로 앞글에서 행인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인 바가 있다. 이 포스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가 아니라 이 글 올리느라 키보드에 실렸던 체온도 가시기 전에, 오마이뉴스에 어떤 현직 교사가 올린 글을 보게 되었다.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학생인권법'에 대해 태클을 거는 내용이다. 재밌는 것은 이전 민노당에 있을 때, 최순영의원실과 준비하던 '학생인권법'과 관련해 함께 논의를 했던
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라고 했다. 2008년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 얼마전 신문에 우편향이라는 뜻하지 않은 제목을 달고 많은 기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역사 바로잡기를 위한 특강에 우편향적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는 역시나 반갑지 않은 기사였다. 그리고 오늘, 그런 특강이 10여곳에서 시작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역사는, Carr가 말한데로 현재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얼마..
행인의 [대~한민국 고등학생] 에 관련된 글. 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한국 우익들의 '역사특강'은 학업에 지친 고등학생들에게 잠깐의 취침시간을 마련해준다는 뜻있는 결실을 맺고 있다. 똑똑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이 천금같은 시간에 오수를 즐긴다던지, 수업시간에 하기 힘들었던 모바일 게임을 한다던가, 혹은 고강한 내공으로 은신술을 활용해 강의장에서 빠져나가 친구와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등 나름대로 "시간은 금&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