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는가

잡기장
그가 대답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말을 하려하지만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 듯합니다.
애타게 불러봅니다.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누군가가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했을때
전 농담으로 "나를 키운건 8할이 이 친구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평생을 나와 함께 하며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었던 친구.

내가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나아갈때,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

그가 언제부턴가 호흡이 거칠어지고, 예전처럼 명석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주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쉬게 해줄 수 없었습니다. 나만 생각하며 계속 이끌기만 했습니다.

그런 그가, 요즘 계속 "힘들다"고 말했는데, 저는 그저 "조금만 더 힘을 내. 친구"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죠.
그는 실제로 다시 힘을 내서 내 기대에 부응해줬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마지막일 수 있다는걸 알지 못했습니다.

어제 밤. 그는 드디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너를 위해 변변히 업그레이드 한번 못해준 나를 용서해다오.
돈이 생기면 난 떡볶이 한 접시를 더 사먹었지. 차마 너를 위해 아껴두진 못했다.


너는 이렇게 나의 분신이었는데, 너에게 4년 반은 인간의 60년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그 힘든 시간들을 몰라주었구나

그의 지금 모습입니다. 몸이 더 이상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하드디스크가 맛갔어요 ㅠㅠ 그것뿐 아니고 다른 것도..) 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금의 내겐 너무 벅찬 일입니다. 어쩌면 그의 마지막을 덤덤히 지켜주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일일지도.


아.. 비가 신나게 내리는구나. 안녕 친구여~
(노래 : Green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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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1 13:29 2007/07/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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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8/05/13 19:26 | DEL
지각생의 [그대, 가는가] 에 관련된 글. 언젠가 사망선고를 받았지만 사흘 후에 부활하셨던 제 단짝 놋북이그만 액정이 깨져버리고 말았어요. 요즘 컴퓨터를 멀리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그래서 자신을 구석에 처박아두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나봅니다.모처럼 가방에 넣고 증산동, 영등포를 거쳐 남산으로 돌아와 보니화면 오른쪽이 ... 당장 다음주에 한국 밖으로 들고나갈 놋북이 필요하고 해서1. 놋북을 한 주간 빌려주실 분2. 쓰시던 중고 놋북을 그냥 주실
나루 2007/07/11 13:32 URL EDIT REPLY
너무 슬픈데요, 안녕...
지각생 2007/07/11 13:33 URL EDIT REPLY
흑... ㅠㅠ
☆디첼라 2007/07/11 13:55 URL EDIT REPLY
쿨럭.. 깜딱 놀랐는뎅.. 그래도 삼가 조의를..
지각생 2007/07/11 14:03 URL EDIT REPLY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orz
케산/세르쥬 2007/07/11 19:03 URL EDIT REPLY
놀래라~(가슴을 쓸어내리며)
지각생 2007/07/11 19:48 URL EDIT REPLY
:D
당고 2007/07/13 00:38 URL EDIT REPLY
얼마나 놀랐는지;;;
지각생 2007/07/13 00:59 URL EDIT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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