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이사를 간다.
5년전에 지금 집으로 이사왔는데 그때는 군대에 있을때고, 그 전에는 꽤 오래 살았어서
한 15년?만에 이삿짐을 싼다.
구석구석에 처박아둔 걸 다 꺼내보니 아주 가관이다.
언제부턴가 안보이던 거, 애타게 찾던 선풍기 리모콘, 잡다한게 막 쏟아져 나오는데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도 내심 돈이라도 나올까 싶어 열심히 헤집었는데 고작 320원 -_- 이게 어디냐.
예전에 과방 청소를 열심히 하던 생각이 난다.
저 인간은 자기 몸은 안씼는데 청소는 열심히 하네. 된 놈이야.
이런 말을 들었지만 사실은
자판기 커피 뽑을 150원을 찾기 위해
쇼파를 들쑤시고 바닥을 훑곤 했었다.
-_- 처음엔 좀 짭짤했다. 맘먹고 뒤지면 한 500원 정도 건질때도 있어서 아예 빵을 사먹을 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점점 짜지더니, 내가 학교에 "그만" 놀러가게 될때쯤은 정말 뒤져서 10원짜리 하나 나오면 다행이었다.
얘들이 가난해진건가 아님 돈관리를 잘 하기 시작한건가
혹시 내가 그런다는걸 눈치채고 선수치는 넘은 없는가 -_- 이런 생각을 했었지
생각해보면 처음에 그렇게 짭짤하지 않았으면 계속 그짓을 하진 않았을텐데
먼지를 털어내고 이걸 버릴건지 가져갈건지 살펴본다.
대부분은 대체 이게 왜 아직까지 있는건지 궁금하다. 버린 줄 알았더니 구석에 숨어있었구나 -_-
옛날 노트도 또 하나 발견했다. 뒤져보니 풋풋할때 낙서들 ㅋ 하지만 그래도 군대에서 쓴 "수양록"은 그냥 발견되지 않았으면 좋았을것을 -_-;;
한참 버렸는데도 집이 온통 쓰레기 투성이다. "그동안 쓰레기랑 함께 살았다" 엄니의 지나가는 말씀.
뭔가 들어날때마다 바퀴벌레 한마리씩은 꼭 나타나 주신다.
어이, 집에서 돌아오래요. 나는 쫓아보내지만 울엄니와 아부지는 끝까지 추적해 살해하고 만다.
바퀴벌레는 정말 질색이다. 못잡는건 아닌데 "먹지 않을꺼면 죽이지 말자" 주의를 받아들였는지라 왠만하면 쫓아버리고 말아버린다.
잠시 쉬려는데 나보다 먼저 한 바퀴가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또 쫓아준다음 인터넷에서 바퀴벌레를 검색해본다.
이런 저런게 나오는데 "바퀴벌레 요리"가 보인다. 어느새 클릭하고 있다. 나온 페이지는 세상의 희한안 요리들을 모아둔 페이지. 욱. 원숭이 뇌 파먹는다는 건 알았지만 산채로 그러는지는 몰랐다. 더 보다보니 가관이다. 지금 막 태어난 것들을 그대로 먹지 않나, 잔인하게 고통을 주다 단칼에 특정 부위만 베어내 먹지 않나.. 이 말은 안하는게 낫겠지만 사람의 태아를 먹는 사진도 있더라. 정말 미친것들. 그렇게까지 처먹어야돼. 그런걸 먹으며 맛이 음미가 되니?
안그래도 답답했던 집이 온통 헤집어 놔서 더 정신 없고 치워도 치워도 좀처럼 정리가 안되니
사람들이 짜증이 솟는다. 말투에 잔뜩 짜증이 밴데다 서로 기분은 생각도 않고 말을 하니 몇마디 하다 보면 싸울 것 같아 조마조마 하다. 형은 요즘 늦게까지 일하는데 피곤하고 배고프니 역시 짜증에 한목소리. 어머니는 기운이 없으시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도움이 안되니 더 진척이 없다. 그래서 다들 조금만 배고프면 뭔가 먹는다. 조금이라도 느긋하게 하자는,짜증에 지친 어머니의 아이디어다. 그런데 너무 먹으면 또 행동이 굼떠지니 이래저래 일은 속도가 안 붙는다.
내 책과 개인 짐은 이제 정리가 됐고, 못쓰는 밥상과 이것저것을 부셔서 내놓아야 된다. 신나는 톱질 또 하겠구나~
여전히 반지하는 못벗어나고 월세지만, 이번엔 내 방이 생긴다. 조금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살짝 구경했다. 처음에 집볼때 엄니랑 같이 다니긴 했는데 그때는 주인이 없어 안에 못 들어가봤고, 나중에 다른 식구들은 한번씩 가봤는데 나만 안을 본적이 없거든. 무슨 고시원 방마냥 좁고 답답하긴 한데 그래도 좋다. 내 방을 갖게 되면 나도 좀 이러저러하게 예쁘게 꾸며볼까 한다. 버리려 내놓은, 500원에 어느 바자회에서 산 조그만 보라색 코알라 인형을 다시 갖고 들어와 탁탁 털어 개인 짐에 넣었다.
자, 이제 톱질하러 나갈까? 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아! 거길 치우지 않았구나. 나와 형이 같이 쓰는 방의 반을 차지하는 낡은 침대. 그것때문에 난 책상에 앉을때 "열공모드"처럼 바싹 의자를 땡겨 앉아야 하는데, 그 아래에 이런 저런 잡동사니들이 처 박혀 있는것. 우.. 여긴 지금까지 턴곳 어디보다 많은 먼지가 덮쳐온다. 쉣. 조금 있으면 새만금 락 페스티발에 대하하는 "살살 페스티발" 준비하는 모임에 나가야 되는데 암것도 준비못했다.
그래도 이삿짐 싸는게 짜증나는 일만은 아니다. 이참에 과감히 버릴 것 버리고, 먼지 떨어내고, 처박아 둔거 잘 정리하고, 없어진거 다시 찾고 옛날 생각하게 하는 것들 발견하고 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이사는 안가도 이삿짐은 자주 쌀까? 허튼소리 말고 이거나 들어 내놓으라는 핀잔이 돌아오는 건 당연. 홀로 여행후기는 이사가 끝나고 몇가지 일해주다 보면 토욜에나 쓸 수 있을것 같군.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