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블로그 쓰세요?" "진보불로그 아세요?" "그럼 혹시 지각생을 아세요? 접니다." ^^
ㅎㅎ 물론 모르는 사람이 당연히 훨씬 많지만, 어쩌다 지각생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정말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전혀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러 사람도 될 수 있다는 걸 완전히 실감하게 해 준 블로그다. 여기서의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내 관점으로는 다 알 수 없지만, "현실에 적응하면서 이미 형성된" 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블로그가 너무 좋다. 마치 거울을 보듯 내 블로그와 이웃, 친구들의 블로그를 살피고, 누가 덧글을 달아주지 않았는지 계속 체크한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을 볼 일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글을 따라와 볼때가 있다. 그러면 정말 내가 변하고 있구나.. 하는게 느껴진다. 워크샵 발제하다가 그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고, 감성을 접하고, 그러면서 혹은 내가 말을 하면서 미처 몰랐던 내 생각과 감성을 발견하고, 그러면서 스스로 변해간다. 사고의 지점이 다양해지고, 막혔던 부분이 뚫리기도 한다. 막연히 느끼지만 생각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에 누군가의 글이 마법처럼 작용해 폴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아직 아쉬운 것은, 아직 그 변화가 "나"라는 틀 안쪽에서만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흘러 나가고 들어오며, 부드럽게 대화하고 함께 변하는, 그런 것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는 점. 물론 내 글이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좋던 나쁘던) 있겠지만, 뭐랄까 여전히 다른 시간,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고 할까?
후원의밤, 활동가 소개를 하는데, 그 때도 앞에 나가서 "블로그를 쓰는데요. 지각생입니다. 혹시 아세요?" ^^; 그랬다. 사람들의 어리둥절한건지 어이없다는 건지 모르는 분위기 ㅋㅋ 그래도 이제 나는 "지각생"이 좋다. 사랑...? ㅎㅎ 거기까진 아직 모르겠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인ㅇㅇ"이 아니라 지각생으로 인식되고 싶어진다. 그리고 지각생을 따라서 "인ㅇㅇ"이 변한다. 지각생이 행복해질수록, "인ㅇㅇ"도 행복해지겠지?
노동미디어행사 준비하느라 너무 머리를 쥐어짰더니 오늘 하루 띵~ 멍~하게 보냈다. 허무.. 허탈..? ㅎㅎ 그래도 저녁에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을 했는데 며칠 걸릴 줄 알았던 일을 몇시간에 끝내버렸다. 아직 탄력이 남아 있는걸까? 아니면 계속 일어나고 있는 내 변화가 막혔던 혈맥을 뚫어내고 있는걸까? 오늘 스도쿠 퍼즐을 푸는데, 그 전에는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해서 확실한 답이 나올때만 하나씩 풀고 했었는데, 이번엔 과감히 찍어가면서 숫자를 넣다가 틀리면 다시 지우고 했다. 그런 작은 변화가 내게는 기쁨이다. 내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언제나 희망이다.
지각생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랑을 먹고 (아직도) 무럭무럭 자라는, 지각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