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를 사용하거라" 이 대사는 F/OSS (Free/Open Source Software: 자유/공개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에는 유명한 (사실 한물 간 -_-) 대사입니다. 스타워즈의 "포스"와 F/OSS 가 발음이 비슷한데다, 외국에는(특히 미국) 스타워즈 팬도 많다보니 심심치 않게 이런 말이 사용되곤 했습니다. "포스가 함께 하길"
포스(F/OSS)가 정말로 이 글을 보는 당신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F/OSS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사실 필요한데 (글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대개 기술 커뮤니티나 전문 매거진 등에서 주로 나온 얘기다 싶어서요) F/OSS 는 흔히 생각하는 "공짜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물론 대부분 무료로 얻어 쓸 수 있고, 비싼 상용프로그램에 비하면 헐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이 F/OSS 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F/OSS 는 그 소스가 공개되어 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사용에 전혀(거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그것을 단순히 활용하는 것 뿐만아니라 그것 자체를 이리 저리 뜯어 고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하는 여타의 일들에 대해서. 소스가 공개되어 있어 그 내부를 사람들이 알 수 있고(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내부를 알 수 있음) 그 활용이 자유로우니 모든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는,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며, 반면 "독점" 소프트웨어는 그 내부를 알 수 없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하는 행위들이 일절 금지되어 있어, 사람들이 통제할 수 없는, 수상쩍고 꺼림찍하며,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입니다.
기술을 어떻게 볼 것이냐,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느냐 불행하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인간이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특정한 사람들(권력, 자본)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할 것인가,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여하게 할 것인가, 그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권력 투쟁은 늘상 꾸준히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은 기술은 같은 것도 어떻게 쓰이느냐, 어떻게 변해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민중 혹은 다중의 힘이 지금의 기술과 그 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그것에 개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F/OSS 의 경우는, "해커"라고 하는, 권위주의, 전체주의와 한 하늘 아래 살기 싫어하는 세력이 있어 계속 독자적인 흐름을 형성하며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비기술인이(사실 이런 말은 성립하지 않다고 생각함)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입니다. 해커는 엄청난 이타심으로 사람들을 위해 프로그램들을 개발한다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필요, 즐거움을 위해 만들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그리고 약간의 명예와 사랑을 위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공유합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외부와 연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걸 "써야" 합니다. 가능하면 많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교육하고,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설치하고, 삽질 경험담을 기록해서 나누는 활동이 필요하죠
저도 사실 그렇습니다만, F/OSS 가 상용프로그램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설마 돈받고 파는 건데 잘 만들지 않았겠어?) 근거없는 생각으로, 평소때 약간의 불편함과 익숙지 않음을 극복하기 보다는, 상용프로그램의 "크랙"을 구해 공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크게 보면 그들의 전략 안에 포섭되는 것으로, 실제로 운동(기술 변화의 방향을 끌어오는 것)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들 스스로 상용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이미 그 뛰어남이 입증된 F/OSS를 찾아 지금까지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대체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윈도우를 깔면 자연히 딸려오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그냥 쓰기보다는, 주소창에 www.mozilla.com 을 치고 마우스 클릭 몇번만 하면, 그리고 2~3분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모질라 불여우(firefox)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입니다. 불여우가 F/OSS이지만, F/OSS라서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더 풍부하고 다양한 기능과 훌륭한 성능을 가지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이것이 MS를 자극해서 정말 오랫만에, 부랴부랴 팀을 가동해서 IE 새 버전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렇듯, F/OSS를 사용하는 것, 한가지의 독점 소프트웨어가 아닌 다양한,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사용해 주는 것이 결국 변화의 힘이 됩니다. IE 를 쓰지 않더라도, IE의 새버전이 그동안의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진보한 결과를 가지고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쓰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 생산 메커니즘은 권력/자본에 이미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RSS의 경우, 그리고 웹 2.0에서 보듯,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순하고 가벼운" 기술로 결국 방향이 잡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지금 여러분이 진보를 원한다면, 일상 속에서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을텐데, 컴퓨터와 관련해서도 할 수 있는게 많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써오던 독점/상용 소프트웨어를 (크랙도) F/OSS로 대체하기"입니다. 컴퓨터는 나와 무관한 영역이라고 이제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은 컴퓨팅 환경(인터넷 인프라 등)과 활용 인구, 양에 비해 그 자체를 사고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문화는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한 것도 같고요. 환경운동가가 아니더래도 환경과 조화되는 일상을 살려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아름답게 여긴다면, 바로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과물인, F/OSS를 사용하고 그런 흐름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은 실천을 생활속에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중인 독점 소프트웨어를 F/OSS로 대체하는 것은 바로 "생활속의 진보"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한번에 모든 걸 바꾸라고, 당장 OS부터 윈도우를 버리고 리눅스로 가라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웹 브라우저 하나만이라도 "모질라 불여우"를 사용해 보심이 어떨까요? 그리고 더 나가고 싶으면 MS 오피스를 오픈 오피스로 대체해 보시고요. 그리고 쓸만하다 싶으면 주위에 계신 분들에게 한번씬 권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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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6/10/28 15:18 | DEL
지각생님의 [F/OSS를 사용합시다] 에 관련된 글.
나는 hwp를 극복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뭐 운동권 사람들이 좋은 문건 만들어도, 온통 hwp로만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보질 않는다 |
Tracked from | 2007/05/09 01:49 | DEL
[F/OSS를 사용합시다] 에 관련된 글. 리눅스 설치 축제가 열립니다.ㅇ 리눅스 설치 축제란? 각자 컴퓨터를 가지고 한데 모여, 서로 협력해서 리눅스와 자유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활용해보는 행사입니다.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아 따라하는 지루한 강의, 끝나고 나면 좌절감만 남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나와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앞으로 계속 힘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자리입니다. ㅇ 왜 리눅스와 자유소프 |
Tracked from | 2008/04/30 13:05 | DEL
위에 메뉴들 중에 보면 "프로젝트"라는 메뉴가 있어요.거기에는 진보넷에서 진행중인 행동들, 프로젝트들이 모아져 있는데,그중에 하나 - 잘 해 보고 싶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