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고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길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도
차를 안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참 오랜만에 해본 일이기도 하다.
안부
- 박흥식
하는 일은 좀 어떠냐며 우물거리니
먹고사는 건 어떠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들 소식으로 말을 돌렸지만
마을버스가 도착하는 바람에
수화기 속은 잡음으로 들끓었다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말 같기도
다시 통화하자는 말 같기도 했다
눈보라는 살품으로 눈동자로 뛰어들고
줄담배로 잔뜩 쉬어빠진 목소리처럼
골목길을 끌고가는 여름 슬리퍼처럼
또 보자, 잘 있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전국순회 노동문화예술전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