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
무작정 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그곳에 이르렀다.
지난해 종배형 추모식날 가족들과 동지들이 사온 진짜 꽃 가짜 꽃이 넘쳐나는 바람에
형 옆에 꽂지 못하고 차에 싣고 다니던 노오란 가짜 꽃다발 네 묶음.
반년 지난 꽃다발에 흙이며 먼지가 탔어도 뽑아내지 않고,
새 꽃을 두 묶음씩 형 양 옆에 두었다. 꽃병이 가득한게 탐스럽다.
용케도 일요일인데도 추모식이 없는 날이었던지, 공원이 한산하다.
혼자 공원을 찾은 게 여러차례인데도,
오늘에야 다른 동지들을 둘러본다.
처음에는 형의 비석만 유난히 검고 번들거리는 탓에
참 최근 일인듯 착각하고 살았는데, 어느덧 8년째 접어들었다.
이제야 색 바랜 비석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여기 서 있었을까 되짚어본다.
또 최근 몇 해동안 부쩍 늘어난 새 비석들...
공원에서 내려오는 길...
아! 나서고 싶지 않구나...
이 길을 나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내 것이었던 적도 있는데,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이 세상...
남의 집에 얹혀사는 듯한 기분.
언제쯤 가뿐하게 떨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