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사무실 창가 책상에 앉아있으니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나름 좋다.
일하기 싫고, 책을 읽고 싶다.
아침에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책은 출근길에 벌써 절반을 봐버렸다.
지금 그 책을 읽어버리면,
저녁에 집에 갈 때는 읽을 게 없다.
집에 갈때까지 참아야겠다.
두 곳에 편지를 써야 하는데,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쓸 말이 없다.
내 삶도 지지리 지리한가 보다.
'잘있냐'로 시작해서 날씨 이야기하다가 '잘있어라'로 끝내는 편지는 쓰고싶지 않다.
바쁘지 않다.
마침 비도 적당히 온다.
그런데 왜, 이럴 때 '술'밖에 떠오르지 않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