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와 가슴에 씌워져있던 '오해'의 막이 서서히 벗겨져 가고 있다.
난 솔직히... 고백컨데,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농담이 아니라 나는 진짜로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소설이나 영화에도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듯,
이 세상에서는 내가 주연(즉, 세상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키를 움켜 쥔?)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말씀...
이를테면,
주연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이야기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조연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주 엄청난 일이지만 이야기 줄기에 별 상관이 없듯이.
(주연이 잠깐 인상을 찡그리는 것은 이후 큰 병을 앓게 된다는 암시가 될 수 있지만,
주연은 기냥 순식간에 죽어버리고 이후 이야기에는 등장할 수 없듯이..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이 몹쓸병에 걸리거나 크게 다쳐도 우리는 그가 바로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왜? 주인공이니까!)
아무든, 각설하고.
요는 내가 주인공인 줄 알고 살아왔다는 것. (착각 지대로였지 ㅠㅠ)
그러나, 고것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이제서야(뒤늦게) 깨달았노라...
아 뭐~ 물론, 그동안에는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제야 깨달았다' 보다는 '이제는 주인공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근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
어쨌건 나는 (더이상) 주인공이 아니(었)다.
뒤늦은 깨달음을 축하하며! 건배!
이젠, 내가 가진 열쇠로는 이 세상도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 울 집 현관문은 열린다... 아, 다행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대개는 주연 조연 불문하고, 복사 가능한 2천원짜리 허접한 열쇠 한 꾸러미씩은 가지고 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