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앞두고 입춘이라던 날,
혼자 지리산에 올랐다.
차를 가지고 시골집에 내려가는 길인지라,
출발지로 다시 내려오려고 하니, 코스가 마땅치 않아
재미는 조금 없지만 백무동쪽을 택했다.
장터목산장으로 가는 길.
산행을 하면 좀 이상한 게 있는데,
산에 오를 때는 자꾸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산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스쳐 지나가도 꼭 되돌아서 그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그런데, 하산할 때는 뒤가 돌아봐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스쳐 지나가도 뒤돌아서 그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되지는 않는다.
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데,
혼자 산행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별 의미없는 생각...
산장에 도착해서는 우연히 아는 사람들 둘을 만났다.
오랜만에 보는 동지들인데다가, 혼자 나선 산행에서 만난 터라 어찌나 반갑던지...
서로 가져온 술을 다 먹으며 수다를 떨었는데도 저녁7시가 갓 지났다. 아, 긴긴 밤을 어쩌나...
1년 전, 선배가 장터목산장에 소주 댓병을 묻어두고 왔다고 이야기했던 게 기억났다.
득달같이 그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소주 댓병을 어디 묻었냐고 다그치고,
장터목에서 연하천가는 길 옆 바위가 둘러있는 고사목 세개 가운데 맨 끝 나무 밑둥이라는 답을 얻어내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와중에 무릎높이까지 쌓인 눈속으로 퐁퐁 들어가, 땅을 파서
소주 댓병을 찾아냈다. 그 감격이라니,,,
1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지 않게 소주통에 묻은 흙은 덩어리가 져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셋이서 결국 그 댓병을 몽땅 비우고, 언제 잠든지도 알 수 없게 편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내려다본 세상은 또 기가 막히게 멋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