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턱! 막혔다... 입이, 가슴이, 기가...
왜? 올게 왔구나? 아니 이럴수가? 그럼 그렇지?...
내 일찍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빈손으로 학교를 찾았다는 이유로 담임선생으로부터 유형무형의 구박을 받을 때부터!
이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그 담임이 3학년 때 또 내 담임이 됐을 때,
이 세상은 늘상 거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눈치챘다.
그 담임에게 유달리 이쁨을 받는, 내 가장 친한 친구를 보면서
나는 심지어 배신감까지도 맛봤다.
중학교 들어가서
음악 전공인 고상한 담임선생이 조용히 불러서 "내가 돈 가져오라고 했던 거, 니가 학교에 전화했니?"라고 물었을 때는
복수가 무엇인지도 알았고,
그 선생의 집에 심부름을 갔을 때, 그 집 마당에 놓여있던 분재화분이 우리 교실에 있다가 어느날 없어진 분재화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드디어 세상에는 여러 종자의 인간들이 있고, 그 종자들과는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을 받았더랬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담임이 가정방문을 재산상태 조사로 여기고, 가정방문 이후 학급 임원진을 구성하는 것을 봐도, 난 그러려니 했고.
막 성장하고 있는 여고생들에게 '다이어트용 복대'를 장당 5천원에 파는 무용선생을 봤을 때는, 난 이미 놀라지도 않았다.
학교를 다닐만큼(?) 다닌 뒤, 내가 시작한 일은 화해할 수 없는 종자들과의 투쟁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뜻밖에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종자도 많았고, 가히 '연대'라는 말이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이 빌어먹을 '돈이 주인인 세상'을 갈아엎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났다.
게 중엔 나처럼 허접스럽게 귀퉁이에 낑겨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도부를 자처하고 나서서 우매한 대중을 가르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훌륭한 자들도 많았으니,
필경 강씨도 그 무리 중 하나였으렸다....
화해할 수 없는 종자들 한 무리를 떼어내, 그들! 그 계급과 투쟁하고자 했는데,,,
남아있는 우리! 이쪽 계급 가운데에서도 상종못할 종자가 있었단 말이다.
그리고, 그런 종자들 역시 뜻밖에 많았더란 말이다.
문제는, 그런 자들의 생명력이 그렇지 않은 자들보다 자못 길고, 짐짓 질기다는 것이다...
엊그제 우연찮게 술자리를 함께한 어떤 동지의 말이 기억난다.
"어용은 조합원들이 만드는 거예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조합원들이 가서 난리를 쳐야지요. 지멋대로 해도 냅두니까 어용이 되는 거잖아요."
냄비처럼 금세 끓었다 식는,
분기탱천해 당장이라도 사단을 낼 듯 설레발을 떨다가도, 금새 잊고 다른 일로 몰려가는...나도
그런 '어용지도부를 만드는 조합원' 부류 어디쯤에 낑겨있었던 것 아닌가...
아! 강씨가! 강씨가 돌아오다니...!
오호통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