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사

View Comments

이사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학교까지 최단거리로 가는 길을 익혔고, 작은 방에 있는 새 책장들에서 나오는 냄새 또한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정리하고 고물상에 가져다줄 책들과 대형 쓰레기봉투만이 새로 이사한 집임을 보여준다.
이사과정을 간략하게 서술해놔야 나중에도 기억할 것 같아서 여기에 써놓는다.
 
ㅇ 02-27 (금) 이사
우여곡절 끝에 오후 1시경부터 이사 시작해서 8시경 마치다. 이사하는데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처음에 계약을 했던 곳에서 40만원에 일반이사를 하려고 했다가 소통의 문제로 사다리 사용 및 인부 추가 사용의 댓가로 60만원을 요구하여 결국 그 전날 보냈다. 어쩐지 바구니와 박수를 놔두고 간 것이 이상하더라니... 그러면서 위약금 조로 4만원을 주었다. 문서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구두계약을 했다고 법으로 해결 어쩌고 하는 걸 열받아서 맞받아치려다 시간이 없어서 참았다. 새로 계약하여 온 곳에서는 45만원에 포장이사를 하려고 하였으나 책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2.5톤 트럭 한대로는 이사하기 어렵고 사다리가 빠졌다는 이유로 사다리차 7만원, 차량 동원15만원 도합 22만원 중 할인하여 65만원에 하자고 하였으나 이또한 너무 비싼 듯하여 보냈다.
 
결국 이리저리 알음알음해서 온 곳이 휴먼트럭. 여기서도 2명이 왔다가 책이 많다는 이유로 바구니를 더 많이 필요로 하였고, 새로 이사온 집이 경사가 지고 길을 돌아가기 어려워서 2.5톤 트럭이 들어가기 곤란했기 때문에, 결국 인부 2명(1인당 8만원)을 더 불러서 1.5톤 트럭 2대가 2번씩 왕복하여 이사를 끝냈다. 이전 집도, 새집도 이사하는데 다른 곳보다 힘이 더 든 것은 사실이다. 이전 집은 1층이라고 하나 상당히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데다 오르내리는 계단이 있어서 사실상 2층이나 마찬가지였고, 새집은 2층이지만 계단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3층이었기 때문에 추가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사다리차 없이 30만원이었는데, 63만원을 지불하고 이사를 마쳤다. 그리고 저녁 때 가족들과 이사집센터의 사람들이 함께 중국집에 시켜먹은 돈이 3만5천원, 이것까지 이사비용에 포함되어야겠지.
 
그리고 그 사이에 헌 책장을 버리고 새 책장을 구입했는데, 책장 4개를 구입하는데 34만원이 들었다. 튼튼하기는 한데, 이것도 생각보다 큰 비용지출이다. 이것을 옮기고 나서도 배치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 이리저리 혼자 옮기면서 적정 위치에 책장을 놓았다. 그래도 여기에 책이 다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추가로 버렸다가 새로 가지고 온 작은 책장을 추가하여 책을 다 넣을 수 있었다.
 
인터넷 이전은 쉽게 되었다. 다만 티브이가 잘 안되었는데, 인터넷 케이블에 연결해서 보려고 했더니 상태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이를 감수하든지 아니면 새롭게 케이블방송을 신청하든지 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즐겨보시는 SBS의 드라마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고, MBC와 KBS는 상태가 좋지 않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있어 걍 이대로 가는 게 좋을 듯 싶다. 이래도 수신료를 강제로 내게 되는데, 이걸 빼달라고 해야겠다. 요새 KBS가 맛이 가기도 했고,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한단 말이냐.
 
ㅇ 02-28 (토)
민서가 피곤한지 집에서 일찍 잠들었길래 그냥 작은 방에서 자도록 내버려두었다. 역시 새벽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잔다. 이 녀석을 어떻게 볼까 걱정했는데, 인터넷으로 공룡나라 동영상을 들어주었더니, 가끔씩 하는 방식을 몰라 나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긴 하였지만, 혼자 잘 논다. 그나마 다행이다.
 
방바닥은 뜨근뜨근하다. 도시가스가 잘 돌아가나 보다. 세 라인 중 작은 방 2개로 들어가는 라인은 막고, 주방으로 가는 라인은 절반정도만 틀었다.
 
발바닥, 허리, 손마디가 아프다. 무리를 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 정리하지 않으면 오래갈 듯하여 어쩔 수 없었다. 손톱에는 떼가 계속 끼어 있고, 손가락이 퉁퉁 부은 것 같다. 손바닥도 많이 닳아졌는지 밥그릇에 밥을 담으려다 뜨거워서 오래 잡고 있을 수가 없었다.
 
토요일까지 책장정리를 다 하려했는데, 책을 꽂을 공간도 그리 많지 않고, 어떻게 꽂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번 기회에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제일 작은 방에는 작는 책장 4개에 학위논문들, 소설, 시, 평전, 산문집, 만화, 에세이, 더이상 간행되지 않는 계간지, 기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꽂았다.
 
다른 중간 방에는 큰 책장 4개에 사회과학서적, 전공서적을 꽂았다. 분류는 지방행정, 정책학 / 행정학, 정부혁신관련 서적·자료 / 조직론 / 정보통신, 과학기술·여성 / 세계화·한국사회분석·노동운동·법 / NGO·방법론·사회학·환경 / 정치학·교육 / ML원서, ML주의, 사회주의, 혁명, 사민주의 / 철학, 해외운동 / 경제학으로 했다. 그리고 책장 위에는 수업자료와 각종 계간지를 쌓았다. 아쉽지만 교지와 행정논총, 그리 중요하지 않은 민주노동당 관련 자료, 기타 서적·자료 등은 버리기로 했다. 이것만 해도 4-5박스 된다. 항상 그렇지만, 나에게는 버리는 지혜가 부족하다.
 
ㅇ 03-01 (일)
책장 정리를 드디어 다 마쳤다. 생각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끝냈다. 동생이 더 책이 들어올 경우 어떻게 할지 묻는다. 그러고 보니 책장에 거의 빈틈이 없어서 연구실에 있는 책들을 집으로 가져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있는 책과 자료들 중에서 빨리 대충 읽고 정리한 후 버리거나 누구에게 줘버릴 책들을 선별해야 읽어야겠다.
 
청소까지 하고 나니 나름 말끔하다. 세탁기에 연결해서 쓸 호스와 시멘트 못을 사와서 거울, 세면장 등을 걸 수 있도록 못을 박았다. 이제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만 남았다. 아, 버리고 온 책장도 신고를 해야 하는구나.
 
금요일 이후 대충 세면만 하고 면도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았더니 거지 꼴이다. 강의 가기 전에 이발을 하고 머리 염색도 해야겠다.
 
ㅇ 03-02 (월)
아침 처음으로 새집에서 연구실로 나서다. 25분이 조금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학교 가는데 버스타기도 뭐하고 어쩔 수 없이 걸어다녀야 할 판이다. 조금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오늘, 내일, 아니 이번 주가 바쁘다. 경영평가 보고서 완결도 해야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아직 강의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과목을 이렇게 하고 있으니 큰 일이다), 감사원에 관한 이슈페이퍼도 써야 한다. 이제는 정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사과정을 정리하고 보니 어머니, 동생네가 없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 집도 나만의 집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얼마나 살게 될까. 어머니는 여기에서 결혼까지 해서 살라고 하는데... 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3/08 19:04 2009/03/08 19:04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로자 2009/03/14 19:01

    좋은 집으로 이사하셨나 보군요. 부럽습니다. 전 반지하로 내려갈 판국인데... 흑...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gimche/trackback/649

Newer Entries Older Entries

새벽길

Recent Trackbacks

Calende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