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상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을 읽고.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0, 저자 조한상 | 출판사 책세상
2009년 01월 10일 출간, 정가 : 5,900원
조한상. 2009.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책세상.
이 책을 산 지는 한달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계속 시간이 나면 읽어야지 하면서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다가 읽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다 볼 수 있었다. 물론 짧은 분량 때문인지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질질 끌었는지...
읽고 난 소감은 공공성이란 무엇인가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저자는 공공성의 기본적 의미를 검토하고 그것을 기초로 공공성과 시민사회, 공공성과 국가, 공공성과 언론의 이론적, 현실적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았고, 이 과정을 통해 공공성 개념을 둘러싼 혼란과 오해가 해소되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 이 책의 150페이지 가까운 분량 중에서 공공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논의는 4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저자는 시민사회, 국가, 언론과 관련된 논의를 통해 공공성 개념을 구체화하기를 바란 것 같지만, 실제 그들 분야에서 공공성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것은 저자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내가 나중에라도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은 뒷부분에 적도록 하고, 먼저 아쉬운 점을 중심으로 논평을 해보련다.
1. 저자는 법학적인 관점에서 공공성에 접근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문헌에 대한 인용, 법학문헌에 대한 인용이 많은 대신, 정작 공공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실제 사람들이 공공성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사회학 문헌은 별로 언급되지 않거나 피상적으로 인용되고 있고, 당연히 이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이렇게 법학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법학계에서는 별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지 않으나, 그 외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메스를 들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은 초기와는 달리 그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 보수성에 대한 논란이 있고, 특히 대표성과 관련해서도 사법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을 염두에 두고 공공성을 고찰한 결과일 터이다.
공공성의 개념정의에 있어 공익 대신 공공복리를 제시한 것도 법적으로 치우친 것이다. 공익에 대해서는 절차설과 실체설 등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공공성의 핵심적인 요소로 공익이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나, 공익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공익도 상황에 따라, 호명하는 주체에 따라 변하는 개념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공무원 노동자들이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논리로 공익이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가 대표적 아닌던가.
3. 공공성 개념을 검토하자면 시민사회에 대한 언급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공공성 문제를 해명하면서 그 논의를 시민단체로 확장시킨 것은 과도하다.
4. 저자는 공공성의 개념에 공개성과 의사소통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독일에서의 용례로만 보면 공공성과 공론장 등이 혼용되면서 사용될지는 모르나, publicness, publicity와 public sphere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이를 구별하여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시민단체, 언론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공개성과 의사소통의 개념까지 공공성에 포함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제외하고서도 공공성에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5. 저자는 법학적 관점 중에서도 루돌프 스멘트의 통합론적 헌법관에 약간 경도된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를 주창하고 나섰던 이는 허영 전 연세대 교수이다. 그가 쓴 헌법 교과서는 헌법에 대한 통합론적이고 기능론적인 접근을 통해 헌법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확대한 것으로 환영받았지만, 정작 그러한 관점으로 헌법적인 사안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여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이론과 주장자의 입장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통합론적 헌법관을 통한 공공성 설명이 타당한지 여부에 의문을 품는데에는 모자람이 없다.
6. 공공성이라는 용어가 차고 넘치지만, 역시 한방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우선 기존의 문헌들이라도 정리를 해서 전체적으로 또는 각 부문별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 논의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는지, 우리 활동의 전제가 되는 공공성 개념에서 공통되는 것은 무엇인지, 일상적인 또는 한국의 관행에서 제기되는 개념과 대안으로 제시하는 개념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는 것인지 등이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의 공공성 논의를 정리하고 싶고, 공공성 평가가 가능하도록 구체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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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 본래 담고 있는 의미, 또 담아야 하는 의미를 소개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이 책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두 번째 목표는 우리 현실에서 공공성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9쪽)
“공공성은 무엇보다 인민(시민), 공공복리, 의사소통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핵심적인 요소로 담고 있다.” (9쪽)
“공공성에 관한 연구는 그 의미론적 고찰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공공성 개념의 역사, 공공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 공공성과 관련된 현실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9쪽)
“헌법학적 연구 방법은 공공성에 대한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 존재와 당위의 측면에 대한 균형적 연구의 필요성에 상당히 부합한다.” (10쪽)
→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학적 연구 방법은 학제적 연구의 한 분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제1장 공공성의 의미와 체계
“(공공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공공성이 이른바 ‘개념의 인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개념의 인플레이션이란 빈번하게 사용되어 그 의미가 익숙한 것 같은 용어가 실제로는 불명확하게 이해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그 용어가 담고 있는 본래의 또는 잠재된 가치까지 상실되는 현상이다.” (16쪽)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고 또 두어야 할 것은 21세기 초반, 대한민국이라는 시간적ㆍ공간적 조건 아래서 통용되는 공공성의 의미이다.” (16쪽)
→ 그런데 그렇게 되지는 않은 듯...
“라틴어 publicus는 populus라는 말에서 도출된 형용사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populus는 영어 people의 어원이 되는 개념이며, 로마 시대의 populus는 그냥 사람들이 아닌, 국가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를 가진 자유민을 의미했다. 이러한 뉘앙스를 담기 위해 populus는 ‘인민’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보통이다.” (17쪽)
“로마의 인민(populus Romanus)이라는 말은 곧 로마라는 국가 공동체의 공식적인 표현이었다. 이에 따라 pulicus는 자동적으로 ‘국가의’라는 의미도 내포하게 된다. 인민이 곧 국가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publicus의 의미는 변화게 되며, 특히 로마의 정치 체제 변화가 이 변화의 핵심 원인이 된다. 로마의 정치 체제가 공화정에서 제정과 절대 군주제로 바뀐 후 ‘황제의’라는 의미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populus도 미묘한 의미 변화를 겪게 된다. 즉 정치 활동이 가능한 자유민이라는 의미보다는, 이익의 주체로서의 사람들이라는 뉘앙스를 가진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salus publica 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되게 되었는데, 이것은 공동체의 복리 또는 공공복리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18-9쪽)
“독일어 öffentlich의 어원은 중세 독일어 offanlih, offenlich 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영어의 open에 해당하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것이 아닌, 열려 있는 것을 의미했다. 즉 ‘일반적으로 인식 또는 접근이 가능한’, ‘실제적으로 개방되어 있는’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후 öffentlich라는 단어가 성립되고, 이후 단순히 개방되어 있다는 의미를 넘어서, 일정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되어, ‘진실한(wahr)’, ‘올바른(gerecht)’ 등의 의미를 포함하게 되었다.
öffentlich는 17세기 이래 ‘공동의(gemein)’라는 형용사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면서부터 라틴어 publicus와 본격적인 관련을 맺게 된다. öffentlich는 ‘정치적 공동체는 올바른 목적을 지향해야 마땅하다’라는 규범적 의미 요소를 내포하게 된 것이다. Öffentlichkeit라는 개념은 오늘날 공공성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9-20쪽)
“루돌프 스멘트(Rudolf Smend)는 공공성에 대체로 다섯 가지의 의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첫째, 공공성은 공공연함, 일반적 이익의 영역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의미한다. 둘째, 공공성은 공개적 토론ㆍ공개 절차에서 진리ㆍ결백 및 정의가 획득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셋째, 공공성은 단지 수단이 아닌 자체 목적으로서 고양된 의미를 내포한다. 넷째, 공공성은 집단적 생활 영역의 주체, 즉 인민을 의미한다. 다섯째, 공공성은 현대 국가의 가장 고유한 과제의 본질을 의미한다.” (21쪽)
공공성의 3요소(Die Trias des Öffentlichen) (22쪽)
“publicus라는 개념이 원래 populus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성의 첫 번째 요소는 ‘인민’이 되어야 한다. 인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민이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이러한 자유민의 범위와 성격은 변해왔다. 두 번째 의미 요소는 공동체의 복리, 줄여서 공공복리(salus publica)이다. 세 번째 의미 요소는 공개성(Publizität)이다. 이것은 공공성과 관련된 독일어 개념 öffentlich의 역사에서 추출할 수 있는 개념이다.” (22-23쪽)
“공공복리는 특정 개인의 복리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복리, 특수한 복리가 아닌 일반적 복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의미가 대폭 생략된,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의 추상성은 종종 위험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자칫하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은폐하는 수단이 되거나 심지어 그것에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공공복리는 이미 헌법에서조차 사용되고 있는 개념(헌법§37②), 이를 가급적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이다.” (23-24쪽)
“공공복리에 대한 이해방식의 첫 번째는 추상적 이해의 경향이다. 전체주의적 공공복리 이해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공공복리에 대한 구체적 이해의 경향은 공공복리와 사익이 충돌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공복리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 안에서 언제나 가변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공공복리의 실체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로지 각자 공공복리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특정한 이익이 있을 뿐이다.” (24-26쪽)
“공공성에 대한 추상적 이해방식은 공공복리라는 개념에 확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결정적인 비판은 공공복리라는 개념이 전체주의, 독재 정권에 의해 쉽게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지 공공복리의 규범 체계적 지위를 설정하기 위해서 추상적 차원의 공공복리를 설정하는 입장도, 그것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악용될 위험이 있다.” (27-28쪽)
“öffentlich 개념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공개성이 '진실함', '올바름' 등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진정 올바른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특정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바를 것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지 특정인에게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개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공개성만으로는 공공복리를 조건 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공개성의 관념에 일정한 요건을 부가하여, 사람들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된 절차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주장이 진정 올바른지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위에 있어서 자유와 평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의 ‘의사소통’이라는 요건이 공개성의 의미에 부가되어야 한다.
이 같은 경로로 의사소통은 공개성 개념에 포섭되어, 공공성의 또 하나의 의미 요소가 된다. 근래에는 하버마스가 공공성과 의사소통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론장은 사회구성원 간의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이러한 대화와 토론이 이른바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29-30쪽)
“합의 이론에 따르더라도 잠정적으로 존중받은 모든 이해와 해석이 다 진리인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진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가능한 한 많은 주체들이 동의하고 합의해야만 잠정적으로 진리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진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체들로서 그러한 진리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가지고 진리 탐구의 절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격적 존재로 승인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30-1쪽)
이준일. 2004. 『법학입문』. 박영사: 18쪽 이하.
“공개적 의사소통이 아닌 시장과 경제 활동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이해하는 이론들이 제시되기도 한다(시장 중심적 공공성 이해). 토이브너에 따르면 기존의 공법과 국가 중심의 정치과정보다 오히려 私法과 시장 중심의 경제활동이 오늘날과 같은 다맥락성 사회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 그리고 공개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복리가 확인되고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막연히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의를 베풀기를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시각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자유시장을 공공복리의 선험적 내용으로 간주하게 할 위험이 있다.” (31-2쪽)
“공공성의 각각의 의미 요소들은 서로가 서로를 순환적으로 규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즉 인민은 공개적인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이며, 공공복리가 귀속되는 주체이다. 공공복리는 공동체 구성원인 인민에게 구체적으로 귀속되는 이익이며, 공개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확인되는 이익이다. 공개성 및 의사소통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인민이 참여하는 과정이며, 공공복리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결국 공공성은 그것을 추구하는 주체, 추구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 사항까지 내포하고 있는, 개념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은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populus)이 공개적인 의사소통의 절차를 통하여(Publizität) 공공복리(salus publica)를 추구’하는 속성이다.” (33-4쪽)
제2장 공공성과 시민사회
“공공 영역은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populus)이 모이는 장소이고, 공개된 장소이며(Publizität), 공공복리(salus publica)가 구체화되는 장소이다. 특히 공공성은 단순한 공개성이 아니라 공개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성립된다고 했다. 따라서 Öffentlichkeit를 공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 즉 공론장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결국 공론장은 공공성을 전제하는 동시에 추구하는 변증법적 공간을 의미한다.” (48-9쪽)
“오늘날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적 가치도, 사회주의(내지 사회국가)적 가치도 모두 추구될 수 있고, 또 추구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패도, 독점 기업의 전횡도 시민사회의 견제와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모습의 현대적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포괄하고 종합하기 위해 공공성 내지 공론장 이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적 시민사회 또한,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여, 다양한 가치들을 공공복리로서 주장하고 합의하고 나아가 실현하는 장으로 상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3쪽)
“시민사회는 공공 영역으로서의 시민사회의 역할 속에서 결사와 제도적 조율의 장은 물론 논쟁과 심의의 장이 된다. 공공 영역은 사회적 차이, 사회 문제, 문화적 정체성, 공공 정책, 정부의 결정과 공동체의 업무가 개발되고 심의되는 비입법적, 초사법적 공적 공간이다.”
마이클 에드워즈. 서유경 옮김. 2005. 『시민사회』. 동아시아: 120.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공공성 발현과정에 보다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려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57쪽)
시민단체의 공공성 발현을 위한 전제 조건 (57-62쪽)
- 시민의 참여: 시민단체는 시민의 단체이며, 시민들의 참여가 본질적인 전제 조건이고, 가급적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단체여야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가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때 시민들의 참여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한 운영: 시민단체는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그리고 공개적인 의사소통에 바탕을 두고 운영되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진정 시민사회의 공공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작동 및 운영 절차도 시민사회의 그것과 동질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민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참여하는 시민들이 시민단체 운영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다원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인터넷 등을 활용해 시민단체의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수렴하는 장치 등을 고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공공복리적 과제의 추구: 시민단체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공공복리적 과제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여겨진다. 또 특정 시민단체가 어떠한 공익적 과제를 추구하느냐는 실제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공익적 과제는 각각의 시민단체를 유형화하고 분류함에 있어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공공복리인지에 대한 최종적 확인의 권한은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복리의 내용은 선험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공적 논의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시되는 각각의 공공복리에 대한 주장은 또한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 대하여 획일적인 정치적 중립성을 요청할 수는 없으며, 이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은 시민단체의 당파적 중립성 내지 비당파성을 근거 짓는 한에서 어느 정도 유효하다.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미 다수의 법령이 시민단체의 조직과 활동 전반에 대한 직접적ㆍ간접적 규율을 부과하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의사소통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단체에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법적 규율을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특히 몇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 번째, 시민단체의 문제점은 그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법적 규율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보충성). 두 번째,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시민단체가 더 많은 시민의 참여와 그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운영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내부적 공공성). 세 번째, 궁극적으로 시민단체가 공론장에서 적절한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외부적 공공성). 네 번째, 시민단체에 관한 법적 규율은 원칙적으로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적 규율보다는 활동을 장려하고 촉진하는 지원적 규율이어야 한다(지원적 규율 우선).” (63-4쪽)
제3장 공공성과 국가
“공공성과 국가를 단순 등치하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며, 이러한 이해 방식은 극복되어야 함을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양자는 헌법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서만 정당하게 관계를 맺는다.” (77쪽)
“종래에는 국가권력적 속성과 공공성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이해는 공공성의 실질적 의미 요소인 인민, 공공복리, 공개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국가권력적 속성과 공공성을 형식적으로 단순 등치시킨, 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는 특히 법학의 영역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그 대표적 예는 바로 공법과 사법의 구별 이론이다. 그 이론적 전개 과정을 통해 ‘공적인 것=국가권력적인 것’이라는 공식이 확고해졌다. 여기에서 공공성은 실용성에 초점을 둔 형식적ㆍ기술적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이다.” (81-83쪽)
“오늘날 전통적 의미에서 공법으로도, 또 사법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새로운 법적 문제가 나타남으로써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에 근거한 공법ㆍ사법 구분 이론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관헌 국가적 또는 권위주의적 국가권력까지도 공공성으로 수식된다는 데에 있다. 특히 공개성의 요청이 공공성에 내재되어 있음에도 은밀한 국가권력까지도 공적인 것으로 정당화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는 공공성의 본래 의미를 왜곡하며, 이렇게 왜곡된 공공성이 다시 국가권력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83-4쪽)
“루돌프 스멘트는 형식적으로 이해된 공공성 개념을 비판하고, 프랑스를 비롯해 민주주의가 성숙한 여타 서구의 역사에서 공공성의 본래 의미를 발견하여, 공공성을 현대 국가의 본질적이고 규범적인 과제로 고양시킬 수 있는 시각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85쪽)
“군주제적 국가는 그 자체로 (모든 헌법에 앞서서) 공공성 독점을 관철시켰고 그러한 범위 안에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늘날 여전히 처음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적인 것이 공적인 것이라는 방식으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한 공공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규범적인 (그리고 사실상의) 공공성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얼마만큼 스스로 공적인 것이고 공적이어야 하는 것인지가 우선적으로 질문되지 않는 것이다.”
Peter Häberle. 1978. "Öffentlichkeit und Verfassung." Verffassung und öffentlicher Prozess. Berlin: Duncker & Humbolt: 227쪽 참조.
“헌법은 그것의 형성, 해석, 실현이라는 전 과정에서 공공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헌법의 형성은 공론장으로서 근대적 시민사회가 공공성을 발현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고, 또 정당화되었던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89쪽)
“개방적인 헌법 해석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론장 내의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얻는 데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의 공중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92쪽)
“공론장은 헌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론장에 의한 헌법 실현이 멈춰지는 순간 헌법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 되고 심지어 사문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론장은 헌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론장에 의한 헌법 실현이 멈춰지는 순간 헌법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 되고 심지어 사문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론장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헌법을 ‘직접적으로’ 실현한다. 예컨대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등의 행사를 통하여, 또는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헌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공론장은 대표자의 선출을 비롯하여 공개성의 요청을 받는 각각의 활동 과정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이는 국가권력에 의한 헌법 실현의 과정에 공론장이 참여하고 그 과정을 통제함으로써 헌법 실현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다.” (93-4쪽)
“헌법은 무엇보다 공공성을 발현하는 공론장의 구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s publica는 단순히 국가가 아닌, 공공성과 관련된 국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1조 1항은 우리 국가 공동체 내에 공공성을 발현하는 공론장이 존재함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나아가 헌법은 공론장의 인적ㆍ물적 기초에 대한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로 기본권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회국가 원리 등 헌법의 기본적 원리들도 공론장 존립의 전제 조건과 활동 방식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94-5쪽)
“헌법이 보장하는 공론장이 결정 권한을 갖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첫 번째 입장은 공론장이 일정한 영역, 특히 개인들의 이른바 사적 영역에 대하여 공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두 번째 입장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적 영역에 관한 공적 논의가 획일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공적 논의의 영역을 축소하여 자유를 보장한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좇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들 사이의 숙고, 토론, 심의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자유 보장에도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96-7쪽)
“공동체의 모든 사안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며, 사람들은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무엇이 공공복리인지 확인하여 그것을 근거로 공동체의 운영과 그에 수반되는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 내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헌법이 열어놓은 공론장과 그를 통해 발현되는 공공성은 헌법 질서에서 전면적이고 핵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즉 오늘날 헌법이 공공성을 단지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 그 자체가 공공성의 화신 내지 실현 구조라고 말할 수도 있다.” (99쪽)
“헌법은 공공성을 전면적이고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가 공동체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ㆍ발전하는 동적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마찬가지로 국가 공동체의 실체도 그것이 공공성을 발현하는 장, 공론장이라는 점에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101-3쪽)
→ 저자는 국민과 시민이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상호 접근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국가 공동체를 공론장으로 파악하기 위한 비약이 아닐까 싶다. 국민과 시민이 상호 접근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가권력의 긍정적 측면 내지 가능성의 측면을 현실화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이 형식적 의미의 공적 권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적 권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권력은 한편으로는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권력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관이 공론장에서 공공복리를 주장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보다 공론장에서 합의되고 확인된 공공복리적 과제를 직접 실현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국가권력은 공공성 발현에 기여하기에 적합한 구조, 즉 공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즉 국가권력의 구성과 활동의 전 과정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국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105-6쪽)
“현실적으로 직접 민주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직접 민주제로 알려진 국민투표 또는 국민발안도 엄밀하게 말하면 순수하게 직접 민주제는 아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국민투표로 결정할 대상, 또는 법률안으로 발의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정리해야 하는 이른바 의사선형성(意思先形成)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대표 현상이기 때문이다.” (107쪽)
“국가권력이 공적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루어지던 것보다 더 많은 국민의 국가권력에 대한 참여가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보다 많은 시민을 공론장의 의사소통에 참여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국가권력의 구성과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국가권력의 구조가 보다 공적인 것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109쪽)
→ 저자는 시민단체가 국가권력의 구성에 참여하는 예로, 시민단체의 낙천ㆍ낙선운동, 매니페스토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예들은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적당하지 않다. 오히려 참여예산제나 옴부즈만 제도, 참여배심제 등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또한 국가권력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의 참여에 있어서 공개성을 핵심적인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국가권력의 공개성은 원칙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비공개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원칙적 표명보다 정보공개제도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권력의 운영은 기존의 제도로는 효율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민단체의 참여와 통제는 점점 더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참여가 기존의 국가권력 담당자의 권한을 보완하기는 하지만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대표와 그들에 의해 임명된 공무원에게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운영 참여를 직접 민주제의 한 방편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토의 민주주의는 특히 사람들이 토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접하게 되며, 그로써 자신들의 선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견해를 교정하여 결국 올바른 의사 결정에 다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한다. 이 때문에 토의 민주주의는 토의 과정을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 형성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의사 형성 방법이 고안되면서 시민단체의 역할도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113-5쪽)
→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운영 참여를 직접 민주제의 한 방편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최종적인 결정 권한이 대표와 그들에 의해 임명된 공무원에게 있다고 파악하는 것은 직접 민주제를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대표와 관료제에 대한 통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시민, 민중에게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4장 공공성과 언론
“언론 매체가 국가 기관 내지 국가 기관과 유사한 것이 됨으로써 공공성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시각은 이른바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옳지 못하다. 나아가 언론 매체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거나, 독재자의 언론 통제에 기여할 위험이 높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129쪽)
“사상의 자유 시장 자체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언론 매체의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사상의 자유 시장이 일반 상품의 자유 시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품의 자유 시장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상품의 가격이 결정되고 그로 인하여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 시장은 수많은 의견이 자유롭게 제시되면 그중에서 가장 올바른 의견이 공중의 판단에 의하여 선택되는 곳이다.” (134쪽)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든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반드시 공적 권력으로서의 국가권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의 성립과 운영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시민들의 의사소통에 기초해 성립된 국가권력이라야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을 할 자격이 있다. 특히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은 공공복리를 지향하는 권력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권력, 정치적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당파적 중립성은 갖추고 있는 권력이어야 한다.” (144쪽)
맺음말
“변화될 질서는 진정 ‘주체적 시민들의 연대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질서여야 한다. 만약 이 기대가 타당한 것이라면 공공성 개념은 지금처럼 보수적 정책에 대한 비판 근거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질서의 전반적인 변화를 기획하는 데 준거가 되는 적극적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성은 시민의 주체성 회복,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 공공복리적 가치의 추구를 내용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148쪽)
“문제의 핵심은 공공성이라는 이상을 단지 이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구하여 우리의 현실을 공공성의 이상과 되도록 가깝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공공성의 이론과 현실에 대한 연구와 함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 이를테면 법적ㆍ제도적 수단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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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공공성과 참여 소통 연대의 가치를 담다!
『책세상문고ㆍ우리시대』제120권《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질서 및 경쟁과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한국 사회에 만연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 의료, 언론 등 어느 분야에서나 공공성의 기치를 내걸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은 공공성 개념의 역사와 의미의 체계적인 고찰을 통해 이런 모호함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시민의 주체성 회복,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 공공 복리적 가치의 추구라는 공공성의 본래 의미에 주목하면서 이런 가치들이 시민사회, 국가, 언론이라는 현실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본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공공성의 의미와 체계
1.공공성-수사적 개념에서 학문적 개념으로
2.공공성 개념의 역사
(1)라틴어publicus
(2)독일어offentlich
3.공공성의 의미 요소
(1)공공성의 3요소-인민,공공복리,공개성
(2)공공성과 공공복리
(3)공개성과 의사소통
제2장 공공성과 시민사회
1.첫 번째 프리즘-시민사회
2.시민사회의 의미-근대적 시민사회와 현대적 시민사회
(1)근대적 시민사회
(2)현대적 시민사회
3.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
(1)공공성을 발현하는 장으로서의 공론장
(2)공론장으로서의 근대적 시민사회
(3)공론장으로서의 현대적 시민사회
4.공공성에 비추어 본 시민사회의 현실과 과제
(1)시민사회의 현실로서의 시민단체
(2)시민단체의 공공성 발현을 위한 전제 조건
5.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의 문제
(1)불가피성과 유의점
(2)시민단체의 조직과 활동에 관한 법적 규율
(3)시민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
제3장 공공성과 국가
1.두번째 프리즘-국가
2.국가의 의미-상대성과 이중성
(1)국가 개념의 상대성
(2)국가 공동체와 국가권력
(3)우리 헌법에서의 '국가'
3.공공성과 국가권력적 속성의 단순 등치와 그 극복
(1)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의 내용
(2)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의 문제점
(3)공공성의 실질적 이해 회복
4.공공성과 국가의 연결 고리로서의 헌법
(1)우리 헌법의 정체성
(2)헌법과 공공성의 구체적 관련성
(3)헌법에 있어서 공공성의 비중
(4)헌법을 매개로 한 국가 공동체와 공공성의 관계
5.공공성에 비추어 본 국가의 현실과 과제
(1)국가의 현실로서의 국가권력
(2)국가권력의 공적 구조와 내재된 문제점들
(3)국가권력의 공적 구조 보완을 위한 시민단체의 참여
제4장 공공성과 언론
1.세번째 프리즘-언론
2.언론의 자유
(1)언론의 자유의 중요성
(2)우리 헌법에서의 언론의 자유보장
3.공공성에 비추어 본 언론의 현실과 과제
(1)언론 자유의 정치적 성격과 언론 매체의 중요성 부각
(2)언론 매체의 공적 성격과 기업으로서의 성격
(3)언론 매체에 대한 공적 과제의 부과
4.언론 매체의 공적 과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법적 규율의 범위와 방법
(1)공적 과제 수행을 위한 특권 부여
(2)공적 과제 수행을 위한 법적 규제
(3)법적 규율과 집행에서의 유의점
맺는 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0, 저자 조한상 | 출판사 책세상
2009년 01월 10일 출간, 정가 : 5,900원
조한상. 2009.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책세상.
이 책을 산 지는 한달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계속 시간이 나면 읽어야지 하면서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다가 읽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다 볼 수 있었다. 물론 짧은 분량 때문인지 하루만에 읽을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질질 끌었는지...
읽고 난 소감은 공공성이란 무엇인가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저자는 공공성의 기본적 의미를 검토하고 그것을 기초로 공공성과 시민사회, 공공성과 국가, 공공성과 언론의 이론적, 현실적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았고, 이 과정을 통해 공공성 개념을 둘러싼 혼란과 오해가 해소되었기를 기대한다고 하였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 이 책의 150페이지 가까운 분량 중에서 공공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논의는 4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저자는 시민사회, 국가, 언론과 관련된 논의를 통해 공공성 개념을 구체화하기를 바란 것 같지만, 실제 그들 분야에서 공공성과 관련하여 논의되는 것은 저자가 초점을 두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내가 나중에라도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한 것은 뒷부분에 적도록 하고, 먼저 아쉬운 점을 중심으로 논평을 해보련다.
1. 저자는 법학적인 관점에서 공공성에 접근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문헌에 대한 인용, 법학문헌에 대한 인용이 많은 대신, 정작 공공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실제 사람들이 공공성이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사회학 문헌은 별로 언급되지 않거나 피상적으로 인용되고 있고, 당연히 이에 대한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이렇게 법학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법학계에서는 별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지 않으나, 그 외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메스를 들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은 초기와는 달리 그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 보수성에 대한 논란이 있고, 특히 대표성과 관련해서도 사법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을 염두에 두고 공공성을 고찰한 결과일 터이다.
공공성의 개념정의에 있어 공익 대신 공공복리를 제시한 것도 법적으로 치우친 것이다. 공익에 대해서는 절차설과 실체설 등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공공성의 핵심적인 요소로 공익이 포함되는 것은 분명하나, 공익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공익도 상황에 따라, 호명하는 주체에 따라 변하는 개념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 공무원 노동자들이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논리로 공익이 동원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가 대표적 아닌던가.
3. 공공성 개념을 검토하자면 시민사회에 대한 언급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공공성 문제를 해명하면서 그 논의를 시민단체로 확장시킨 것은 과도하다.
4. 저자는 공공성의 개념에 공개성과 의사소통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독일에서의 용례로만 보면 공공성과 공론장 등이 혼용되면서 사용될지는 모르나, publicness, publicity와 public sphere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이를 구별하여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시민단체, 언론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공개성과 의사소통의 개념까지 공공성에 포함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제외하고서도 공공성에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5. 저자는 법학적 관점 중에서도 루돌프 스멘트의 통합론적 헌법관에 약간 경도된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를 주창하고 나섰던 이는 허영 전 연세대 교수이다. 그가 쓴 헌법 교과서는 헌법에 대한 통합론적이고 기능론적인 접근을 통해 헌법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확대한 것으로 환영받았지만, 정작 그러한 관점으로 헌법적인 사안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여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이론과 주장자의 입장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통합론적 헌법관을 통한 공공성 설명이 타당한지 여부에 의문을 품는데에는 모자람이 없다.
6. 공공성이라는 용어가 차고 넘치지만, 역시 한방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우선 기존의 문헌들이라도 정리를 해서 전체적으로 또는 각 부문별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 논의에서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보완할 수 있는지, 우리 활동의 전제가 되는 공공성 개념에서 공통되는 것은 무엇인지, 일상적인 또는 한국의 관행에서 제기되는 개념과 대안으로 제시하는 개념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는 것인지 등이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공공부문에서의 공공성 논의를 정리하고 싶고, 공공성 평가가 가능하도록 구체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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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 본래 담고 있는 의미, 또 담아야 하는 의미를 소개함으로써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이 책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두 번째 목표는 우리 현실에서 공공성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9쪽)
“공공성은 무엇보다 인민(시민), 공공복리, 의사소통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핵심적인 요소로 담고 있다.” (9쪽)
“공공성에 관한 연구는 그 의미론적 고찰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공공성 개념의 역사, 공공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 공공성과 관련된 현실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9쪽)
“헌법학적 연구 방법은 공공성에 대한 학제적 연구의 필요성, 존재와 당위의 측면에 대한 균형적 연구의 필요성에 상당히 부합한다.” (10쪽)
→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학적 연구 방법은 학제적 연구의 한 분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제1장 공공성의 의미와 체계
“(공공성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공공성이 이른바 ‘개념의 인플레이션’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개념의 인플레이션이란 빈번하게 사용되어 그 의미가 익숙한 것 같은 용어가 실제로는 불명확하게 이해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그 용어가 담고 있는 본래의 또는 잠재된 가치까지 상실되는 현상이다.” (16쪽)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고 또 두어야 할 것은 21세기 초반, 대한민국이라는 시간적ㆍ공간적 조건 아래서 통용되는 공공성의 의미이다.” (16쪽)
→ 그런데 그렇게 되지는 않은 듯...
“라틴어 publicus는 populus라는 말에서 도출된 형용사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populus는 영어 people의 어원이 되는 개념이며, 로마 시대의 populus는 그냥 사람들이 아닌, 국가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를 가진 자유민을 의미했다. 이러한 뉘앙스를 담기 위해 populus는 ‘인민’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보통이다.” (17쪽)
“로마의 인민(populus Romanus)이라는 말은 곧 로마라는 국가 공동체의 공식적인 표현이었다. 이에 따라 pulicus는 자동적으로 ‘국가의’라는 의미도 내포하게 된다. 인민이 곧 국가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publicus의 의미는 변화게 되며, 특히 로마의 정치 체제 변화가 이 변화의 핵심 원인이 된다. 로마의 정치 체제가 공화정에서 제정과 절대 군주제로 바뀐 후 ‘황제의’라는 의미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populus도 미묘한 의미 변화를 겪게 된다. 즉 정치 활동이 가능한 자유민이라는 의미보다는, 이익의 주체로서의 사람들이라는 뉘앙스를 가진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salus publica 등의 표현이 자주 사용되게 되었는데, 이것은 공동체의 복리 또는 공공복리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18-9쪽)
“독일어 öffentlich의 어원은 중세 독일어 offanlih, offenlich 등에서 찾을 수 있는데, 영어의 open에 해당하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것이 아닌, 열려 있는 것을 의미했다. 즉 ‘일반적으로 인식 또는 접근이 가능한’, ‘실제적으로 개방되어 있는’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후 öffentlich라는 단어가 성립되고, 이후 단순히 개방되어 있다는 의미를 넘어서, 일정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되어, ‘진실한(wahr)’, ‘올바른(gerecht)’ 등의 의미를 포함하게 되었다.
öffentlich는 17세기 이래 ‘공동의(gemein)’라는 형용사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면서부터 라틴어 publicus와 본격적인 관련을 맺게 된다. öffentlich는 ‘정치적 공동체는 올바른 목적을 지향해야 마땅하다’라는 규범적 의미 요소를 내포하게 된 것이다. Öffentlichkeit라는 개념은 오늘날 공공성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9-20쪽)
“루돌프 스멘트(Rudolf Smend)는 공공성에 대체로 다섯 가지의 의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첫째, 공공성은 공공연함, 일반적 이익의 영역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의미한다. 둘째, 공공성은 공개적 토론ㆍ공개 절차에서 진리ㆍ결백 및 정의가 획득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셋째, 공공성은 단지 수단이 아닌 자체 목적으로서 고양된 의미를 내포한다. 넷째, 공공성은 집단적 생활 영역의 주체, 즉 인민을 의미한다. 다섯째, 공공성은 현대 국가의 가장 고유한 과제의 본질을 의미한다.” (21쪽)
공공성의 3요소(Die Trias des Öffentlichen) (22쪽)
“publicus라는 개념이 원래 populus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성의 첫 번째 요소는 ‘인민’이 되어야 한다. 인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민이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이러한 자유민의 범위와 성격은 변해왔다. 두 번째 의미 요소는 공동체의 복리, 줄여서 공공복리(salus publica)이다. 세 번째 의미 요소는 공개성(Publizität)이다. 이것은 공공성과 관련된 독일어 개념 öffentlich의 역사에서 추출할 수 있는 개념이다.” (22-23쪽)
“공공복리는 특정 개인의 복리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복리, 특수한 복리가 아닌 일반적 복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인 의미가 대폭 생략된,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의 추상성은 종종 위험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자칫하면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은폐하는 수단이 되거나 심지어 그것에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공공복리는 이미 헌법에서조차 사용되고 있는 개념(헌법§37②), 이를 가급적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이다.” (23-24쪽)
“공공복리에 대한 이해방식의 첫 번째는 추상적 이해의 경향이다. 전체주의적 공공복리 이해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공공복리에 대한 구체적 이해의 경향은 공공복리와 사익이 충돌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공복리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 안에서 언제나 가변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공공복리의 실체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로지 각자 공공복리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특정한 이익이 있을 뿐이다.” (24-26쪽)
“공공성에 대한 추상적 이해방식은 공공복리라는 개념에 확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결정적인 비판은 공공복리라는 개념이 전체주의, 독재 정권에 의해 쉽게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지 공공복리의 규범 체계적 지위를 설정하기 위해서 추상적 차원의 공공복리를 설정하는 입장도, 그것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악용될 위험이 있다.” (27-28쪽)
“öffentlich 개념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공개성이 '진실함', '올바름' 등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진정 올바른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특정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올바를 것으로 확인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지 특정인에게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개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공개성만으로는 공공복리를 조건 짓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공개성의 관념에 일정한 요건을 부가하여, 사람들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된 절차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주장이 진정 올바른지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위에 있어서 자유와 평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의 ‘의사소통’이라는 요건이 공개성의 의미에 부가되어야 한다.
이 같은 경로로 의사소통은 공개성 개념에 포섭되어, 공공성의 또 하나의 의미 요소가 된다. 근래에는 하버마스가 공공성과 의사소통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공론장은 사회구성원 간의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이러한 대화와 토론이 이른바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29-30쪽)
“합의 이론에 따르더라도 잠정적으로 존중받은 모든 이해와 해석이 다 진리인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진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가능한 한 많은 주체들이 동의하고 합의해야만 잠정적으로 진리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진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체들로서 그러한 진리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가지고 진리 탐구의 절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격적 존재로 승인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30-1쪽)
이준일. 2004. 『법학입문』. 박영사: 18쪽 이하.
“공개적 의사소통이 아닌 시장과 경제 활동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이해하는 이론들이 제시되기도 한다(시장 중심적 공공성 이해). 토이브너에 따르면 기존의 공법과 국가 중심의 정치과정보다 오히려 私法과 시장 중심의 경제활동이 오늘날과 같은 다맥락성 사회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 그리고 공개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복리가 확인되고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막연히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의를 베풀기를 기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시각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자유시장을 공공복리의 선험적 내용으로 간주하게 할 위험이 있다.” (31-2쪽)
“공공성의 각각의 의미 요소들은 서로가 서로를 순환적으로 규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즉 인민은 공개적인 의사소통 과정에 참여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이며, 공공복리가 귀속되는 주체이다. 공공복리는 공동체 구성원인 인민에게 구체적으로 귀속되는 이익이며, 공개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확인되는 이익이다. 공개성 및 의사소통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인민이 참여하는 과정이며, 공공복리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결국 공공성은 그것을 추구하는 주체, 추구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적 사항까지 내포하고 있는, 개념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은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populus)이 공개적인 의사소통의 절차를 통하여(Publizität) 공공복리(salus publica)를 추구’하는 속성이다.” (33-4쪽)
제2장 공공성과 시민사회
“공공 영역은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populus)이 모이는 장소이고, 공개된 장소이며(Publizität), 공공복리(salus publica)가 구체화되는 장소이다. 특히 공공성은 단순한 공개성이 아니라 공개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성립된다고 했다. 따라서 Öffentlichkeit를 공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 즉 공론장이라고 번역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결국 공론장은 공공성을 전제하는 동시에 추구하는 변증법적 공간을 의미한다.” (48-9쪽)
“오늘날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적 가치도, 사회주의(내지 사회국가)적 가치도 모두 추구될 수 있고, 또 추구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패도, 독점 기업의 전횡도 시민사회의 견제와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모습의 현대적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를 포괄하고 종합하기 위해 공공성 내지 공론장 이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적 시민사회 또한,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공개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여, 다양한 가치들을 공공복리로서 주장하고 합의하고 나아가 실현하는 장으로 상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53쪽)
“시민사회는 공공 영역으로서의 시민사회의 역할 속에서 결사와 제도적 조율의 장은 물론 논쟁과 심의의 장이 된다. 공공 영역은 사회적 차이, 사회 문제, 문화적 정체성, 공공 정책, 정부의 결정과 공동체의 업무가 개발되고 심의되는 비입법적, 초사법적 공적 공간이다.”
마이클 에드워즈. 서유경 옮김. 2005. 『시민사회』. 동아시아: 120.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의 공공성 발현과정에 보다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려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57쪽)
시민단체의 공공성 발현을 위한 전제 조건 (57-62쪽)
- 시민의 참여: 시민단체는 시민의 단체이며, 시민들의 참여가 본질적인 전제 조건이고, 가급적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단체여야 한다. 이것은 시민단체가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때 시민들의 참여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
-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한 운영: 시민단체는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그리고 공개적인 의사소통에 바탕을 두고 운영되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진정 시민사회의 공공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 작동 및 운영 절차도 시민사회의 그것과 동질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민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참여하는 시민들이 시민단체 운영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다원화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인터넷 등을 활용해 시민단체의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수렴하는 장치 등을 고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공공복리적 과제의 추구: 시민단체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공공복리적 과제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여겨진다. 또 특정 시민단체가 어떠한 공익적 과제를 추구하느냐는 실제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민단체가 추구하는 공익적 과제는 각각의 시민단체를 유형화하고 분류함에 있어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공공복리인지에 대한 최종적 확인의 권한은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복리의 내용은 선험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며, 공적 논의를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시되는 각각의 공공복리에 대한 주장은 또한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 대하여 획일적인 정치적 중립성을 요청할 수는 없으며, 이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은 시민단체의 당파적 중립성 내지 비당파성을 근거 짓는 한에서 어느 정도 유효하다.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미 다수의 법령이 시민단체의 조직과 활동 전반에 대한 직접적ㆍ간접적 규율을 부과하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의사소통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단체에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법적 규율을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특히 몇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 번째, 시민단체의 문제점은 그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법적 규율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보충성). 두 번째, 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시민단체가 더 많은 시민의 참여와 그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운영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내부적 공공성). 세 번째, 궁극적으로 시민단체가 공론장에서 적절한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외부적 공공성). 네 번째, 시민단체에 관한 법적 규율은 원칙적으로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적 규율보다는 활동을 장려하고 촉진하는 지원적 규율이어야 한다(지원적 규율 우선).” (63-4쪽)
제3장 공공성과 국가
“공공성과 국가를 단순 등치하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며, 이러한 이해 방식은 극복되어야 함을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양자는 헌법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서만 정당하게 관계를 맺는다.” (77쪽)
“종래에는 국가권력적 속성과 공공성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이해는 공공성의 실질적 의미 요소인 인민, 공공복리, 공개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국가권력적 속성과 공공성을 형식적으로 단순 등치시킨, 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는 특히 법학의 영역에서 자주 나타나는데, 그 대표적 예는 바로 공법과 사법의 구별 이론이다. 그 이론적 전개 과정을 통해 ‘공적인 것=국가권력적인 것’이라는 공식이 확고해졌다. 여기에서 공공성은 실용성에 초점을 둔 형식적ㆍ기술적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이다.” (81-83쪽)
“오늘날 전통적 의미에서 공법으로도, 또 사법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새로운 법적 문제가 나타남으로써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에 근거한 공법ㆍ사법 구분 이론의 실용성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관헌 국가적 또는 권위주의적 국가권력까지도 공공성으로 수식된다는 데에 있다. 특히 공개성의 요청이 공공성에 내재되어 있음에도 은밀한 국가권력까지도 공적인 것으로 정당화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는 공공성의 본래 의미를 왜곡하며, 이렇게 왜곡된 공공성이 다시 국가권력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이다.” (83-4쪽)
“루돌프 스멘트는 형식적으로 이해된 공공성 개념을 비판하고, 프랑스를 비롯해 민주주의가 성숙한 여타 서구의 역사에서 공공성의 본래 의미를 발견하여, 공공성을 현대 국가의 본질적이고 규범적인 과제로 고양시킬 수 있는 시각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85쪽)
“군주제적 국가는 그 자체로 (모든 헌법에 앞서서) 공공성 독점을 관철시켰고 그러한 범위 안에서 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오늘날 여전히 처음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적인 것이 공적인 것이라는 방식으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한 공공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규범적인 (그리고 사실상의) 공공성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얼마만큼 스스로 공적인 것이고 공적이어야 하는 것인지가 우선적으로 질문되지 않는 것이다.”
Peter Häberle. 1978. "Öffentlichkeit und Verfassung." Verffassung und öffentlicher Prozess. Berlin: Duncker & Humbolt: 227쪽 참조.
“헌법은 그것의 형성, 해석, 실현이라는 전 과정에서 공공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헌법의 형성은 공론장으로서 근대적 시민사회가 공공성을 발현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고, 또 정당화되었던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89쪽)
“개방적인 헌법 해석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론장 내의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얻는 데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의 공중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92쪽)
“공론장은 헌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론장에 의한 헌법 실현이 멈춰지는 순간 헌법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 되고 심지어 사문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론장은 헌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공론장에 의한 헌법 실현이 멈춰지는 순간 헌법은 정당하지 않은 것이 되고 심지어 사문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론장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헌법을 ‘직접적으로’ 실현한다. 예컨대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등의 행사를 통하여, 또는 정치적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헌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공론장은 대표자의 선출을 비롯하여 공개성의 요청을 받는 각각의 활동 과정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이는 국가권력에 의한 헌법 실현의 과정에 공론장이 참여하고 그 과정을 통제함으로써 헌법 실현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다.” (93-4쪽)
“헌법은 무엇보다 공공성을 발현하는 공론장의 구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res publica는 단순히 국가가 아닌, 공공성과 관련된 국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1조 1항은 우리 국가 공동체 내에 공공성을 발현하는 공론장이 존재함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나아가 헌법은 공론장의 인적ㆍ물적 기초에 대한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로 기본권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회국가 원리 등 헌법의 기본적 원리들도 공론장 존립의 전제 조건과 활동 방식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94-5쪽)
“헌법이 보장하는 공론장이 결정 권한을 갖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첫 번째 입장은 공론장이 일정한 영역, 특히 개인들의 이른바 사적 영역에 대하여 공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두 번째 입장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적 영역에 관한 공적 논의가 획일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공적 논의의 영역을 축소하여 자유를 보장한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좇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들 사이의 숙고, 토론, 심의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자유 보장에도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96-7쪽)
“공동체의 모든 사안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며, 사람들은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무엇이 공공복리인지 확인하여 그것을 근거로 공동체의 운영과 그에 수반되는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 내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헌법이 열어놓은 공론장과 그를 통해 발현되는 공공성은 헌법 질서에서 전면적이고 핵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즉 오늘날 헌법이 공공성을 단지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 그 자체가 공공성의 화신 내지 실현 구조라고 말할 수도 있다.” (99쪽)
“헌법은 공공성을 전면적이고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가 공동체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ㆍ발전하는 동적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마찬가지로 국가 공동체의 실체도 그것이 공공성을 발현하는 장, 공론장이라는 점에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101-3쪽)
→ 저자는 국민과 시민이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상호 접근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국가 공동체를 공론장으로 파악하기 위한 비약이 아닐까 싶다. 국민과 시민이 상호 접근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가권력의 긍정적 측면 내지 가능성의 측면을 현실화하고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이 형식적 의미의 공적 권력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적 권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권력은 한편으로는 공공복리를 추구하는 권력이 되어야 한다. 국가권력을 담당하는 각각의 기관이 공론장에서 공공복리를 주장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보다 공론장에서 합의되고 확인된 공공복리적 과제를 직접 실현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국가권력은 공공성 발현에 기여하기에 적합한 구조, 즉 공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즉 국가권력의 구성과 활동의 전 과정이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국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105-6쪽)
“현실적으로 직접 민주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직접 민주제로 알려진 국민투표 또는 국민발안도 엄밀하게 말하면 순수하게 직접 민주제는 아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국민투표로 결정할 대상, 또는 법률안으로 발의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정리해야 하는 이른바 의사선형성(意思先形成)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대표 현상이기 때문이다.” (107쪽)
“국가권력이 공적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루어지던 것보다 더 많은 국민의 국가권력에 대한 참여가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보다 많은 시민을 공론장의 의사소통에 참여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민단체가 국가권력의 구성과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국가권력의 구조가 보다 공적인 것이 되도록 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109쪽)
→ 저자는 시민단체가 국가권력의 구성에 참여하는 예로, 시민단체의 낙천ㆍ낙선운동, 매니페스토 운동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예들은 적극적이라기보다는 소극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적당하지 않다. 오히려 참여예산제나 옴부즈만 제도, 참여배심제 등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또한 국가권력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의 참여에 있어서 공개성을 핵심적인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국가권력의 공개성은 원칙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비공개는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원칙적 표명보다 정보공개제도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정보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권력의 운영은 기존의 제도로는 효율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민단체의 참여와 통제는 점점 더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참여가 기존의 국가권력 담당자의 권한을 보완하기는 하지만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대표와 그들에 의해 임명된 공무원에게 있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운영 참여를 직접 민주제의 한 방편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토의 민주주의는 특히 사람들이 토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서로 다른 견해를 접하게 되며, 그로써 자신들의 선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견해를 교정하여 결국 올바른 의사 결정에 다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한다. 이 때문에 토의 민주주의는 토의 과정을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 형성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의사 형성 방법이 고안되면서 시민단체의 역할도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113-5쪽)
→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운영 참여를 직접 민주제의 한 방편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최종적인 결정 권한이 대표와 그들에 의해 임명된 공무원에게 있다고 파악하는 것은 직접 민주제를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대표와 관료제에 대한 통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시민, 민중에게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4장 공공성과 언론
“언론 매체가 국가 기관 내지 국가 기관과 유사한 것이 됨으로써 공공성과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시각은 이른바 공공성의 형식적 이해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옳지 못하다. 나아가 언론 매체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거나, 독재자의 언론 통제에 기여할 위험이 높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129쪽)
“사상의 자유 시장 자체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언론 매체의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사상의 자유 시장이 일반 상품의 자유 시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품의 자유 시장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상품의 가격이 결정되고 그로 인하여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 시장은 수많은 의견이 자유롭게 제시되면 그중에서 가장 올바른 의견이 공중의 판단에 의하여 선택되는 곳이다.” (134쪽)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든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은 반드시 공적 권력으로서의 국가권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의 성립과 운영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시민들의 의사소통에 기초해 성립된 국가권력이라야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을 할 자격이 있다. 특히 언론 매체에 대한 법적 규율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은 공공복리를 지향하는 권력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권력, 정치적 중립성은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당파적 중립성은 갖추고 있는 권력이어야 한다.” (144쪽)
맺음말
“변화될 질서는 진정 ‘주체적 시민들의 연대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질서여야 한다. 만약 이 기대가 타당한 것이라면 공공성 개념은 지금처럼 보수적 정책에 대한 비판 근거로서의 소극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질서의 전반적인 변화를 기획하는 데 준거가 되는 적극적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성은 시민의 주체성 회복,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 공공복리적 가치의 추구를 내용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148쪽)
“문제의 핵심은 공공성이라는 이상을 단지 이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구하여 우리의 현실을 공공성의 이상과 되도록 가깝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공공성의 이론과 현실에 대한 연구와 함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 이를테면 법적ㆍ제도적 수단에 대한 고민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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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공공성과 참여 소통 연대의 가치를 담다!
『책세상문고ㆍ우리시대』제120권《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질서 및 경쟁과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한국 사회에 만연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 의료, 언론 등 어느 분야에서나 공공성의 기치를 내걸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은 공공성 개념의 역사와 의미의 체계적인 고찰을 통해 이런 모호함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시민의 주체성 회복,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 공공 복리적 가치의 추구라는 공공성의 본래 의미에 주목하면서 이런 가치들이 시민사회, 국가, 언론이라는 현실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본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공공성의 의미와 체계
1.공공성-수사적 개념에서 학문적 개념으로
2.공공성 개념의 역사
(1)라틴어publicus
(2)독일어offentlich
3.공공성의 의미 요소
(1)공공성의 3요소-인민,공공복리,공개성
(2)공공성과 공공복리
(3)공개성과 의사소통
제2장 공공성과 시민사회
1.첫 번째 프리즘-시민사회
2.시민사회의 의미-근대적 시민사회와 현대적 시민사회
(1)근대적 시민사회
(2)현대적 시민사회
3.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
(1)공공성을 발현하는 장으로서의 공론장
(2)공론장으로서의 근대적 시민사회
(3)공론장으로서의 현대적 시민사회
4.공공성에 비추어 본 시민사회의 현실과 과제
(1)시민사회의 현실로서의 시민단체
(2)시민단체의 공공성 발현을 위한 전제 조건
5.시민단체에 대한 법적 규율의 문제
(1)불가피성과 유의점
(2)시민단체의 조직과 활동에 관한 법적 규율
(3)시민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
제3장 공공성과 국가
1.두번째 프리즘-국가
2.국가의 의미-상대성과 이중성
(1)국가 개념의 상대성
(2)국가 공동체와 국가권력
(3)우리 헌법에서의 '국가'
3.공공성과 국가권력적 속성의 단순 등치와 그 극복
(1)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의 내용
(2)공공성에 대한 형식적 이해의 문제점
(3)공공성의 실질적 이해 회복
4.공공성과 국가의 연결 고리로서의 헌법
(1)우리 헌법의 정체성
(2)헌법과 공공성의 구체적 관련성
(3)헌법에 있어서 공공성의 비중
(4)헌법을 매개로 한 국가 공동체와 공공성의 관계
5.공공성에 비추어 본 국가의 현실과 과제
(1)국가의 현실로서의 국가권력
(2)국가권력의 공적 구조와 내재된 문제점들
(3)국가권력의 공적 구조 보완을 위한 시민단체의 참여
제4장 공공성과 언론
1.세번째 프리즘-언론
2.언론의 자유
(1)언론의 자유의 중요성
(2)우리 헌법에서의 언론의 자유보장
3.공공성에 비추어 본 언론의 현실과 과제
(1)언론 자유의 정치적 성격과 언론 매체의 중요성 부각
(2)언론 매체의 공적 성격과 기업으로서의 성격
(3)언론 매체에 대한 공적 과제의 부과
4.언론 매체의 공적 과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법적 규율의 범위와 방법
(1)공적 과제 수행을 위한 특권 부여
(2)공적 과제 수행을 위한 법적 규제
(3)법적 규율과 집행에서의 유의점
맺는 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hongsili 2009/03/09 15:06
저도, 오호라.. 하면서 1장을 읽다가 2장부터 급당황했어요. 그냥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듯... 그토록 공공성 논의가 무성했었는디, 아직 여기까지밖에 정리가 안 되었다는게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새벽길 2009/03/09 16:14
제가 아는 공공성 논의하고 달라서 저도 조금 당황스러웠지요. 주로 한국문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나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다는...
passerby 2009/05/05 03:07
허영 교수님은 전 연세대학교 교수였습니다. 고려대 교수님 아닙니다.
새벽길 2009/05/05 17:40
에고,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였던 것이 기억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