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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괭이님의 진의조차 왜곡하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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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부터 인터넷 및 오프라인 신문의 기사들은 온통 미네르바 체포에 관한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모욕죄 신설을 포함한 인터넷 통제 악법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한편으로, 작년 일제고사 거부로 징계를 받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관심은 조금 시들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MB정권과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니, 이는 그 사이에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장을 침탈하고, 해직된 일곱 분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치유와 소통의 고양이 캠프에도 아이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언론은 가만히 있었을까. 결코 아니다. 전교조에 대한 왜곡보도는 그 사이에 계속되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아일보가 단독보도한 1월 9일자 기사이다.
  
[단독]“전교조, 그 이름이 이젠 부끄럽다” (동아, 황규인 기자, 2009-01-09 02:58)
학업평가 거부로 해임된 초등교사 홈피에 글
“아군이라 믿었는데… 본부-서울지부 계파싸움만”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에 반대했다고 파면, 해임된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대해 그들의 속내나 진심을 거의 전달하지 않고, 전교조라면 무조건 이를 갈면서 트집을 잡으려 애를 써오면서, MB정부,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뉴라이트의 의견만으로 지면을 떡칠했던 동아일보가 무슨 일인지 징계받은 교사 중의 한명인 도둑괭이님의 글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그것도 단독보도임을 알리면서...
그리고 이 기사는 조선닷컴에 곧장 접수되어 "전교조의 배신으로 찢긴 가슴 어찌하나"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어찌해서 전교조 조합원인 도둑괭이님의 글을 소개하는 기사가 조선, 동아에 실릴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 글이 전교조를 비판하는 글이었고, 전교조의 '꼬락서니'를 씹는데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전교조 소속 A 교사가 8일 동아일보로 도둑괭이님의 글을 보내왔다고 전한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전교조 조합원이라면 동아일보에 그 글을 보낼 수 있었을까.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정부의 정보계통에서 전교조 웹사이트를 해킹하여 전교조 조합원들만이 볼 수 있는 도둑괭이님의 글을 복사한 후, 밖으로 유출하면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아에 이를 전달하면서 전교조 교사가 보냈다는 식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도둑괭이 님의 성향상(이것은 그가 '일제고사 반대로 파면,해임당한 선생님들 응원 카페'에 올렸던 글이나 동아일보가 일부 인용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쪽에 가깝기에 이 글이 전달하려는 취지가 널리 알려질 경우 상대적으로 비판에 직면할 참실(현 전교조 지도부와 입장을 같이하는 흐름이다) 성향의 조합원이 이를 외부로 유출하면서 논의를 왜곡시켰을 가능성이다.  

물론 이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이 맞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를 통해 동아, 조선이 전교조 자체를 비난하고, 도둑괭이 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조차 변질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글을 보면, 도둑괭이 님은 일제교사 거부투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권력과 정부의 눈치를 보았던 '전교조 본부'를 비판하고 있다. 도둑괭이 님은 “(전교조) 본부에 대한 마음, 속으로만 삭이다가 결국 글을 쓰게 됐다”면서 “몇몇 조합원에게 대체 무엇을 위해 전교조에 가입했고 싸우고 있는지 묻고 싶을 만큼 답답한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도둑괭이님은 일제고사 거부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전교조 본부의 행태에 실망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글을 전달했다고 한 전교조 A교사의 입을 빌어 이를 '전교조 내의 권력 싸움'에 대한 비판으로 바꿔버렸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내용을 보면 도둑괭이님은 전교조 내의 갈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20일의 전교조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된 내용도 자신들의 입맛에 맛게 바꾸면서 대의원대회가 '밥그릇싸움' 때문에 난장판이 된 것으로 묘사하였다. 거기에서 징계 받은 교사 7명이 정년 때까지 임금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하려 했지만 내부갈등 때문에 무산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전한 A 교사의 입을 빌어 “전교조 본부는 대의원 회의를 통해 시험 거부 등 적극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지부가 무리한 반대 운동을 벌였”으며 “징계 교사들은 결국 전교조 내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 자체를 왜곡한 것이다.
  
임시대의원대회의 안건은 크게 1. 일제고사 부당 징계 대응 및 전교조 탄압에 대한 총력투쟁의 건, 2. 피해자 구제규정 개정의 건, 3. 결의문 채택의 건, 이렇게 3가지였다. 하지만 제1호 의안에서 12월 23일에 치뤄질 예정이었던 일제고사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시험감독 거부를 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이를 삭제하자는 등의 수정안이 제출되어 논란이 된 끝에 수정안과 원안 모두 과반수를 넘지 못하여 부결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부 대의원들이 집단퇴장을 했고(사실상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2, 3호 안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다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피해자 구제규정 개정이 문제가 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전교조를 비난하기 위한 허위보도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가 동아일보에 시정보도를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전교조 내부에서도 그렇고, 그 밖의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그렇고, 전교조 본부가 일제고사 거부투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일제고사 거부는 여론에 따라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 여론이 좋지 않을 때는 이를 이유로 투쟁을 회피하고, 여론이 좋을 때는 여론이 악화될까봐 싸우지 말자고 해서는 안된다. 어찌 보면 여론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투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교사가 아닌 처지에서 말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 파업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시험감독을 거부하겠다는 것인데, 이조차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하니 온건, 강경을 떠나 전교조가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도둑괭이님이 배신감을 느꼈다면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하는 전교조 내의 주류적인 분위기에 실망해서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동아일보는 도둑괭이님의 글이 올라온 뒤 전교조 내부에서 전교조 본부의 방침을 어기고 무리한 반대 투쟁을 벌인 서울지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조중동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관점이나 입장의 문제는 물론, 사실 자체마저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에 길들어진 이들이 전교조에 대해, 진보세력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될지는 뻔한 것 아닌가.

전교조는 창립된지 20년이 되었지만, 오히려 갈수록 허물어지는 교육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게 된 것이 전교조의 탓은 아니지만, 이런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는 전교조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둑괭이님을 비롯한 해직된 선생님들이 전교조에 대한 가슴 뜨거운 자부심을 되찾고, 전교조라는 이름을 자랑스레 마음에 새기면서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전교조가 물러섬 없이 투쟁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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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0 22:12 2009/01/10 22:12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9/01/11 20:35

    오마이뉴스에 최혜원 샘이 자신의 글을 왜곡보도한 동아일보 기사에 발끈한다는 박상규 기자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마도 전교조 홈페이지에 제 글이 옮겨진 후 이를 보고 내부에서 파문이 일었던 모양이고, 이를 박상규 기자가 취재해서 글을 쓴 듯합니다.
    박상규 기자의 기사에는 최혜원 샘이 쓴 글 원문도 함께 실려 있으니 보시기 바래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47335
    "<동아>, 나 희생양 삼아 뭘 말하고 싶었나" (오마이뉴스, 박상규, 2009.01.11 17:21)
    최혜원 교사, <동아> 기사에 발끈... "전교조 죽이려 내 글 왜곡"

    그리고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최혜원샘이 다음 아고라에 이와 관련하여 글을 썼습니다. 읽어보시고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166970
    해직교사의 변 - 나는 전교조가 아니라 조선 동아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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