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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에 대한 입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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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 연합뉴스에 뜬 북한 핵실험 기사를 봤다.

그제 서울로 올라오면서 동생하고 북한이 핵실험은 할 것 같고, 그렇다면 이 분위기에 휴가라도 내고 남으로 가야 하지 않나 농담 따먹기를 했는데, 바로 현실화된 것이다.

  

인터넷상으로는 예비군들은 군복입고 집합해야 한다는 등의 농담스런 반응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굼뜬 반응들이다. 하루종일 북한 핵실험 특집방송을 내보낸 방송들과 호외를 낸 조선일보가 보기에 가히 '전쟁불감증'이라고 할 만하다. 이 사람들이 라면을 살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지. 생수는 좀 많이 나갔다고 하더군. 혹시나 오염된 물을 접하지 않나 해서...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이에 대해 원칙론 외에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기는 뭐하고, 그냥 여기저기 인터넷 상에 올라온 논평, 성명, 입장글 등을 모아온다. 하긴 이런 게 내 전공이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서도...

 



우선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과 자주민보는 아직 조용하다. 평소에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서 방방 뜨던 자주민보는 북 핵실험에 관한 분석기사(북 핵실험 의미와 전망)만 올라왔을 뿐 입장글은 없고, 대신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성명을 올려놓았다.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또한 10월 8일에 발표한 북의 핵시험 발표에 관한 평통사 논평 외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유가 뭘까. 하긴 이미 생뚱맞은 입장글을 발표한 조직들에 비하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실천연대의 성명 중에 일부를 옮긴다. 여기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힘든 '민족공조'만이 있을 뿐 반전반핵,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언급조차 없다. 무조건 북한을 믿어야 한다? 성명서의 마지막을 보면서 올해가 3대 애국운동의 해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자주통일, 반전평화, 민족대단합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용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2006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3대 애국운동으로 포괄되면서 거의 계시처럼 여겨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 핵시험에 대한 성명 (실천연대, 2006-10-09 14:38:13)

  

미국은 북한이 핵시험을 예고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을 발표하고 대북해상봉쇄를 추진하는 등 사태를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나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북한이 핵시험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제국주의적인 한반도 패권정책을 포기하면 핵문제는 지금이라도 해결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무모한 대북전쟁정책과 금융제재, 적대노선을 철회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6자 회담은 열릴 수 있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대북전쟁전략과 적대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전쟁전략,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핵실험보다 더 한 일도 벌어지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이미 예고된 것이며, 흥분할 일도 아니다. ... 북한은 미국과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을 뿐이다. ... 북한의 핵무장은 세계 유일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과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민족적 문제이다.

  

외세인 미국의 핵무기는 신주단지 모시 듯하고 동족인 북한의 핵실험에는 비난을 퍼붓는 사대주의적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며 망국적인 사회풍조이다. ... 우리는 민족적 견지에서 현 사태를 냉정하게 고찰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결이 가져올 결과는 민족공멸의 참극뿐이다. 동족보다 가까운 우방은 없다. 누구보다도 동족을 믿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전쟁의 위기를 평화의 기회로, 대결의 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민족공조로 미국과 일본의 전쟁책동을 분쇄하고 이 땅에 영원한 평화를 뿌리 내려야 한다.

  

경기동부연합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중의 소리는 나름대로 대중화되었다는 듯 약간은 무난한 논평을 내놓고 있다. 그 입장 또한 남한 민중에게 호소하는 형식을 띤다. 반핵은 사라져버리고 반전만을 얘기하고 있지만...

  

[민중의 소리 논평] 예고된 핵실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북핵이 위협이라면서도 고압적이었던 미국의 태도는 전적으로 핵무기에 기반한 군사력의 우위 때문임은 자명하다. 결국 이북이 북미 대화는 외교적 ‘진정성’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 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판단을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철통같은 보안 속에 진행되어야 할 핵 실험을 이례적으로 사전에 공개한 이북의 진정한 의도는 또 다시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정보기관조차 핵 실험의 시간, 장소조차 모르게 함으로써 미국의 실력을 조롱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핵 무장이 본격화되기 전에 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장을 열자는 메시지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북 스스로 ‘방어적 핵 억제력’을 갖는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북미간 직접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한 선도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핵 실험을 강행하면서도 ‘선제 불사용’, ‘외부 불반출’ 그리고 ‘대화와 협상’이란 3대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한 것은 이번 핵 실험이 핵보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분명한 태도이다.
  
미국이 ‘양자대화’ 대신 적대적 대결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북도 핵 무장 멈출 명분을 잃게 되고 동시에 우리로서도 비핵화 상태로 돌이킬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심각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핵 실험 이후 대북 고립정책에 찬동하거나, 동참하는 것은 결코 ‘해법’이 아니며, 오히려 ‘화’를 부르는 위험한 행위이다.
   
핵포기를 압박한다는 이유의 그 어떤 형식의 ‘압력’도 역설적으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북미간의 핵 대립이라는 초유의 긴장 국면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결코 우리 민족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 한국 민중의 목소리가 ‘반전(反戰)’으로 메아리친다면 오늘의 정세는 50년 넘게 끌어온 북미대결을 마침내 끝장내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압권은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이하 주미철본)의 호소문이다. 주미철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인 9일 오전 9시경에 “이제 ‘핵실험’과 함께 미제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자!”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이 대단한 신통력이여! (물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은 아니다.) 주미철본 측은 <프로메테우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핵실험 이전에 쓴 것이지만 핵실험이 당연히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밝히고, "호소문이 전쟁을 호소한 것은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 억지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지 이번에는 전문을 읽어보자.

주미철본은 맛이 간 정도가 아니라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 ‘악마의 소굴’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들고 미제 놈들에게 피와 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안겨주고 미국의 지도를 아예 이 행성에서 지워버리자!"라는 글 속에는 '평화'라는 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한 마디로 섬찟하다. 제발 이성을 회복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호소문] 이제 '핵실험'과 함께 미제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자! -전체 우리민족에게 고함-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2006. 10. 9.)

  

더 이상은 못 참는다. 60년 이상 참을 만큼 참아왔다. 경제봉쇄도 당하고 툭하면 핵공격 위협도 받아왔다.
저 악랄한 미국 놈들은, 강산이 바뀌어도 여섯 번을 바뀌었을 그 긴 세월 우리민족을 괴롭혀 왔다. 남한은 자신들의 준식민지로, 이북에는 온갖 공갈협박으로 그렇게 60년 이상 우리민족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세월을 끝장내야 한다. 지금 끝장내지 않으면 앞으로 또 60년은 더 간다. 여기서 끝내야 한다.
기왕에 있는 핵무기, 핵실험을 발표한 것이라면 이북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참에 미제 놈들의 숨통을 끊어놔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민족을 미제 놈들로부터 구하는 길이다.
   
미제 놈들에게는 한 치의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미제 놈들이 전쟁을 원하면 그렇게 하자.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분노의 세월 한꺼번에 다 날려버리자. 그리하여 저 ‘악마의 소굴’ 백악관을 불바다로 만들고 미제 놈들에게 피와 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안겨주고 미국의 지도를 아예 이 행성에서 지워버리자!
  
미제 놈들이 저지른 만행을 보라. 50년 한국 전쟁 때 얼마나 많은 우리 민족을 학살했나.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지금 이라크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죽이고, 빼앗고, 불태우고 인간의 탈을 쓴 야수떼들이다. 저 미제 놈들은. 그런 짓을 또 다시 우리민족에게 감행하려 하고 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미제 놈들이다.
   
이제 미제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
미제 놈들에게 빌붙어 이남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친미매국노들도 선택을 해야 한다. 끝내 미제 놈들에게 빌붙어 영원히 민족반역자의 낙인이 찍힐 것인가, 아니면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미제를 박멸하는 데 동참할 것인가를 지금 선택하라.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아울러 미제 놈들에 빌붙어 우리민족을 적대시하며 일제 부활을 시도하는 일본 놈들에게도 경고해야 한다. 우리민족과 미제의 판가리 싸움에 섣불리 끼어든다면 일본 열도가 즉각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주어야 한다.
    
남ㆍ북ㆍ해외 전체 조선민족들이여, 이제 마지막이다. 저 '핵핵' 거리고 있는 미제 놈들의 숨통을 끊어 놓기 위해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전의를 불태우자. 조국에 있는 이북이 미제 놈들에게 최후통첩을 보냈다.
  
미제 놈들이 이 지구상 인류에게 한 짓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저지를 수 천인공노할 만행을 미제 놈들은 잘도 저질러 왔다. 그런 자들을 어찌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자들에게는 바늘구멍만한 인정도 필요치 않다. 주저 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미제 놈들을 소멸할 준비에 들어가자!
  
이 지긋지긋한 세월을 끝장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제를 이 행성에서 아예 깨끗이 지워버리자! (끝)


이제 미지근하면서도 무난한 입장글들을 살펴보자.

우선 북 핵실험과 관련하여 긴급대책회의 후에 나온 민주노동당의 입장글은 워낙 원론만을 얘기하고 있어서 도대체 긴급대책회의를 왜 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유감' 표명은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이다.

   

[브리핑] 북 핵실험 관련 민주노동당 긴급대책회의와 민주노동당 입장 (2006년 10월 9일 오후 3시 50분, 국회 정론관,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용진)
   
민주노동당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제조, 사용, 비축, 시험에 반대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지지하고 평화군축 강령을 가진 정당이다. 많은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강한 충격과 유감을 표명한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핵의 자위적 수단을 비롯한 핵무기 정책에 반대하고 있음도 분명하게 밝힌다.
  
민주노동당은 북의 핵실험 강행의 과정에서 미국이 취해온 대북 고립. 압박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주요원인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긴장과 대결국면을 조성한 일차적 책임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있음은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어떠한 군사적 행동과 이를 유발하는 조치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악의적 대북 무시 정책과 북한의 극단적 선택이 빚은 지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북/미간 직접 대화와 동시행동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접근 태도를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평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줄 것도 당부한다.
민주노동당 역시 모든 역량을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기울여나갈 것을 국민들 앞에 분명하게 밝힌다.

  

평화네트워크도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있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성명은 그 본질에 있어 북한의 핵실험을 조장한 부시행정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양비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미국이 갖고 있는 만큼 북한의 자제와 동시에 미국의 대북 제재 일변도 정책 전환을 촉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평화네트워크의 성명에 동의할 바가 많다. 

       
[긴급성명]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 관련국들의 문제해결지향적 노력을 촉구한다 (평화네트워크, 2006-10-09 16:39) 
  

우리는 한반도에 어떠한 핵무기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여기에는 남북한과 미국 그 어느 나라의 핵무기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당국이 ‘핵 억제력’이라는 선택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체제안전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민족적 합의와 국제사회의 열망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 대한 '자위적 국방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행동은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볼모로 해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다름 아니다. 북한 당국은 ... 비핵화에 대한 공언을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해서 한국 정부와 관련 당사국들이 대북 제재 일변도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특히, 부시행정부에 대해 기존의 대북 무시, 압박 정책을 전환할 것과 북한과 진지한 태도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부시행정부가 주도해 온 대북 압박․제재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정부 등이 추가적인 대북 압박과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게 한다. 
  

지금의 급선무는 북한의 자제와 동시에,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이다. 대북 제재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중단 요구 등의 대북강경론에 휩쓸리면서 ‘대북 경고메시지’만을 발신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부시행정부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설득을 해야 할 것이다.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며, 민족적 생존을 위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를 선동하거나 동참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군사적 옵션, 혹은 그에 준하는 조치는 용납될 수 없다. 
   
한반도 주민 안전을 볼모로 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 -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6.15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2006-10-09)
  

북의 핵실험은 한반도 주민들을 치명적인 핵위협의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며, 남북이 서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선언과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또한 북의 ‘핵시험’은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심각하고도 중대한 정치군사적 긴장대결국면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이는 그들 자신이 강조해 마지않은 자위력 혹은 억제력 확보라는 자의적 소망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주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아 백해무익한 핵무장을 실현하고 이를 협상수단을 이용하려는 북한 당국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반대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북은 핵무기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 배제와 무대응의 결과가 북의 ‘핵보유 시위’에 빌미와 근거를 제공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을 필두로 하는 이러한 악의적 무시가 계속될 경우, 북의 선택은 더욱 높은 단계의 긴장국면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간의 과정이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참세상과 희망사회당, 그리고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의 성명, 논평을 담아온다. 여기에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사회당의 성명 중 북한 지도부의 비이성적 행동에 부화뇌동하는 한국의 반(反)평화적 종북(從北)세력에게 최소한의 정치적 이성을 회복하기를 호소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참세상의 논평은 노무현 정부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성명]한반도에서 최초로 터진 핵폭탄 -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 (희망사회당 상임집행위원회, 10-09 17:03)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과 세계 민중의 기대를 저버린 중대한 사건이다. 핵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때 전쟁광신도 맥아더도 차마 쓸 수 없었던 극악한 전쟁수단이다.
북한의 이러한 비상식적 행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은 농업을 도외시하여 식량위기를 빚어낸 정책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先軍) 정치가 빚어낸 필연적 사태이자, 북한 체제의 비극이다.

  

희망사회당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 지도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지금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한반도 민중의 삶을 볼모로 한 도박이 아니라 한반도 민중의 삶을 평화로 이끌어 갈 정치적 이성이다.
 

희망사회당은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어떤 행위도 반대하며 규탄한다. 희망사회당은 북한에 대한 폭격과 핵무장 등 군사적 대응을 도모하는 한국과 일본, 미국의 극우세력에게 평화세력의 이름으로 강력히 경고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을 ‘자위수단’이라고 강변하며 북한 지도부의 비이성적 행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한국의 반(反)평화적 종북(從北)세력이 이제는 제발 최소한의 정치적 이성을 회복하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논평] 북 핵실험, 한반도 민중의 생명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 -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야 (참세상, 2006년10월09일 21시25분)    
  

남한 민중 대다수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핵보유를 통한 한반도 긴장고조는 남한 민중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민중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다. 때문에 이번 북의 핵실험은 남한 민중에 대한 자주권과 생명권의 중대 침해행위이며, 한반도 전체 민중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 행위이다.
  

어떤 이유로도 북의 핵무기 보유는 정당화될 수 없다. 미제국주의에 의한 대북 경제봉쇄는 반인도적 행위로서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핵위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북의 태도도 용납될 수 없다. ... 수십년동안 미국에 의한 경제봉쇄 속에서도 인민의 지혜로운 의지로 이를 해결해 나간 쿠바가 존재하며,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맞서 자주적인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힘에는 힘’의 원칙만을 강조하며 한반도 전체를 공멸의 위기에 빠뜨리는 핵무기 보유전략은 결코 대안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경제봉쇄에 있는만큼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사태해결은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대부분 문제유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엔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다름 아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대다수가 핵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에서 이들은 북의 핵실험에 대해 뭐라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미국의 대북제재 -> 북의 미사일 발사 -> 유엔안보리 제재 -> 북 핵실험 등 사태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확대는 무력을 통한 파국이라는 예정된 결말에 이르는 썩은 동앗줄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의 상황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하거나 더 이상 북을 압박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된다. 그와 달리 이제라도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의 유발주체인 미국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다. ... 북을 상대로 한 북핵문제의 해결에서 미국 압박을 통한 해결이라는 전술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는 북을 돕기 위한 민족공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긴장과 대립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야 말로 북의 핵무기 보유전략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인 강제 수단이 될 것이다. 

논평/ 핵지진, 평화원칙 포기면 민족적 자살 (2006.10.9. 노동당 부산시당 이창우대변인)
   
우리가 일관되게 지켜야 할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원칙입니다. 북측의 핵실험이 비록 극단적인 수단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목표로 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핵실험을 곧바로 '선전포고' 따위로 해석해 긴장고조로 치달리는 것은 민족의 공멸을 초래하는 어리석은 참주선동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올바로 간파하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평화적인 외교노력을 더욱 다그쳐야 합니다. 특히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압박이 북한을 굴복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을 더욱 자극해 극단적인 핵무장의 길로 가게 만들었음을 환기시키고, 작년 북미간의 9.19 공동코뮤니케 정신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동시행동의 길로 되돌아 올 것을 촉구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핵실험으로 ‘자위적 수단을 갖게 되었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그건 북한 강경 군부의 주관적 해석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적대적 공생이라더니 9.11 테러가 부시 정권의 반테러 전쟁을 합리화했다면 이번 북한 핵실험은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의 대북 압박 정책 정당성을 더욱 강화하는 촉매제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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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9 23:42 2006/10/0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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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i 2006/10/10 05:21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군요. 밤샌 보람도 없이 말이죠...ㅜㅜ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반전반핵양키고홈'이란 구호가 그래도 나은 것이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한판 뜨자는 주미철본의 글 보면서 나중엔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이 정신나간 사람들을 어찌해야할지... 참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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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6/10/10 08:48

    일이 손에 잡히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닐까요?

    다양하다는 게 좋은 줄만 알았는데, 주미철본은 참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주미철본도 꽤 괜찮은 사람들이 있는 조직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대추리 투쟁은 어떻게 될지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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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lot 2006/10/10 11:45

    주미철본 논평은 연합뉴스를 통해서도 소개됐죠. 어제 부터 지금까지 정신이 없는데, 어찌 보면 역사의 한 가운데 귀퉁이에 서있긴 한데 실감이 별로 안 나긴 마찬가지군요. 기자들은 정신없이 생각없이 기사 처리하다가 막상 테레비 보면서 '와 심각하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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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디디 2006/10/10 12:24

    막가는 글이거나, 뜨뜻미지근한 사려깊음이거나. 지금 이 상황의 난감함때문이겠지요. 아, 대추리는 어쩌나. 정말 갑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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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새벽길 2006/10/11 05:34

    반미반전투쟁을 해나가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북의 핵실험에 대한 명확한 비판이 전제되어야겠지요.
    핵은 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말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비핵화가 우리의 입장이 되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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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허락없이 2006/10/15 01:11

    내용 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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